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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계도 취소 천안함 10주기…대통령으로 빛난 서해수호의 날

어제 평택 2함대에서 열린 10주기 천안함 추모식에서 해군장병들이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경례하고 있다.
국방부가 어제(26일) 천안함 피격 10주기를 맞아 평택 2함대에서 열린 46용사 추모 행사의 자체 촬영 영상을 언론에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가 기자들 항의에 엉거주춤 영상을 내놨습니다.
▶ (2020.03.27) [취재파일] 천안함 10주기 숨기려 하고…포격전을 포격전이라 못 부르고
국방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46용사 추모 행사의 국방TV 생중계도 급히 취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천안함 피격 10주기 행사는 부끄러울 정도로 초라하게 엄수됐지만 오늘 서해 수호의 날 5회 기념식은 대전 현충원에서 제법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행사를 빛냈습니다.

현역 장교들 사이에서 "VIP 행사를 몰아주기 위해서 천안함 10주기는 내팽개쳤다"는 근거 있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년에는 들르지 않던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건 4·15 총선을 겨냥한 보수층 달래기 행보라는 시각도 군 내부에 팽배합니다.

● 천안함 10주기 영상 비공개 시도에 이어 생중계 취소
어제 국방TV 편성표에는 천안함 10주기 중계가 잡혀있지만 국방부는 중계를 취소했다.
국방일보에 실린 어제 국방TV 편성표에는 13시 55분 천안함 46용사 10주기 추도식 중계가 분명하게 잡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편성표가 무색하게 어제 중계는 취소됐습니다.

아래는 어제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와 최현수 대변인이 국방TV 중계 취소 건을 놓고 벌인 질의응답 전문입니다.

○ 기자 : 오늘 천안함 10주기 행사 국방TV로 생중계합니까?
● 대변인 : 생중계하지는 않습니다.
○ 기자 : 왜 안 합니까?
● 대변인 : 저희가 생중계하지는 않았고 이번의 경우에는 생중계하지 않고 저희가 그냥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기자 : 국방일보 3월 26일 목요일 오늘자 22면 보면요. 국방TV 편성표 나옵니다. 여기에 13시 55분 천안함 46용사 10주기 추도식 중계라고 나와 있어요.
● 대변인 : 네, 그것은 예고된 프로그램으로서 프로그램은 사정에 따라서 변경될 수 있다고 봅니다.
○ 기자 : 그러니까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중계를 하려고 그랬다가, 그리고 장병들한테 그날 중계를 하니까 국방TV 봐라 라고 이야기까지 했다가 갑자기 취소했어요.
● 대변인 : 네, 저희가 판단해서 그런 부분입니다. 그 사안에 대해서는.
○ 기자 : 그러니까 중계를 하려고 했다가 중계를 취소한 거잖아요.
● 대변인 : 일일이 설명을 드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저희 판단에 의한 겁니다.
○ 기자 : 설명드릴 필요가 없어요?
● 대변인 : 네, 저희가 프로그램은 사정에 따라서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겁니다.
○ 기자 : 그러면, 국방TV 중계를 안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거죠?
● 대변인 : 예, 저희 판단에 의해서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 기자 :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굳이 국방부가 밝힐 이유가 없다는 거죠?
● 대변인 : 예, 저희가 보도자료나 영상을 제공할 때 모든 부분에 대해서 일일이 말씀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최현수 대변인의 답변 요지는 "국방부가 판단해서 국방TV 중계를 취소했고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언론에 설명할 필요가 없다"입니다. 어젯자 국방일보는 그제 인쇄됐을 테니 천안함 10주기 행사 중계는 그제부터 어제 사이에 돌연 취소됐습니다. 취소 이유는 알 필요 없다는 게 국방부 공식 입장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어제 10주기 행사는 최소 인원으로 진행됐습니다. 기자들도 갈 수 없어서 군 촬영 영상으로 뉴스가 제작됐습니다. 그나마 국방부는 군 촬영 영상을 언론에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가 기자들 반발에 못 이겨 마지못해 내놨습니다.

이어서 국방TV 생중계도 부랴부랴 취소했습니다. 천안함 10주기 행사를 널리 알리지 않기 위한 의도적 시나리오라고 밖에 볼 수 없는데 국방부 공식 입장은 "밝힐 이유가 없다"이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운 장교들은 "서해 수호의 날 대통령 행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니 천안함 10주기는 천덕꾸러기가 됐다"고 조용히 푸념할 뿐입니다.

● 성대하게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매년 3월 4번째 금요일은 서해 수호의 날입니다. 오늘이 올해 서해 수호의 날이고 5회째를 맞았습니다. 관련 법규상 정부 주도 추념식은 사건 발생 5년까지만 가능해서 서해에서 산화한 장병들의 유가족들이 "나라가 서해 영웅들을 오래 기억해달라"고 탄원해 생긴 정부 공식 기념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제2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55인의 용사를 기억하기 위한 날입니다. 1회 기념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2회 기념식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3회와 4회 기념식에는 이낙연 총리가 찾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5회 기념식에 처음 참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참석자 수는 이전만 못했지만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찾은 덕에 이번 정부 들어 가장 근사한 서해 수호의 날이 됐습니다. 물론 천안함 10주기와 달리 국방TV 뿐 아니라 KBS를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영웅들이 실천한 애국심은 조국의 자유와 평화가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순수한 본마음이 담긴 말일 터. 하지만 3년 동안 얼굴 한번 비치지 않다가 4·15 총선 19일 앞두고 들른 대통령의 모습에서 장교들은 선거, 보수층 달래기, 표심 같은 단어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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