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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결혼은 선택" 역대 최저치 기록한 혼인 통계

코로나에 결혼식 분쟁 9.5배↑
"가족도 돌아서면 남이고, 직장에 충성해봤자 회사가 망하거나 나이 들어 내쫓기면 일찍 독립한 사람들보다 나을 게 없다. '나 아니고 여기 아니어도 갈 데 많은 사람'이라는 긴장이 없으면 상대에게 무심해지는 게 관계의 생리라, 결혼을 하건 회사를 다니건 자립의 기반은 있어야 한다. 그럼 지금과 다를 게 뭔가?"

이숙명 칼럼니스트의 에세이집 <혼자서 완전하게>(북라이프, 2017)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본디 사람은 이 거친 세상에 혼자 살아가기 어려우니 사회를 형성하고 가족을 꾸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왔는데요, 이 책의 저자는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배우자가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혼인'이라는 안전망은 이제는 신뢰할 수 없으니 '혼자서 완전하게' 살아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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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통계청
통계청이 지난해의 혼인 통계를 갈무리해 발표했습니다. 혼인 건수는 2018년에 비해 7.2%나 줄어든 23만 9,200건에 불과했습니다. 한 달에 2만 건도 채 못 미치네요. 1970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인구 대비 혼인하는 정도를 보기 위해 집계하는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 조혼인율은 4.7건으로 전년보다 0.3건 줄었습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입니다.

혼인 건수는 2011년 이후 8년째 계속 줄고 있는데 많을 때는 연간 45만 쌍이 혼인하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절반 수준입니다. 감소 폭도 IMF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2000년 -7.9%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그 변화가 급격합니다. (1997년에는 전년 대비 10.6% 급감했습니다.)

2019년 한 해 대한민국의 혼인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통계를 통해 눈에 띄는 점들을 살펴봤습니다.

# 몇 살이세요?

평균 초혼 연령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남자는 33.4세, 여자는 30.6세로 전년과 비교해 남녀 모두 0.2세 많아졌습니다. 20년 전인 1999년에는 남자 29.1세, 여자 26.3세였는데 남녀 모두 4살 가까이 늘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2살 정도 많아졌습니다.
자료 : 통계청
나이별로 살펴볼까요. 남자는 30대 초반(34.8%), 20대 후반(21.0%), 30대 후반(19.3%) 순으로 결혼을 많이 했고, 여자는 20대 후반(34.2%), 30대 초반(29.9%), 30대 후반(12.7%) 순으로 결혼을 많이 했습니다. 각각 남자 30대 초반과 여자 20대 초반이 결혼을 가장 많이 하는 나이대이지만 동시에 지난해보다 가장 많이 혼인 건수가 감소한 나이대이기도 합니다. 남자 30대 초반은 9,600건, 여자 20대 후반은 8,800건이 각각 줄었습니다.

커플의 나이 차를 보면, 지난해 결혼한 초혼 부부 가운데 남자가 연상인 부부는 66.8%, 여자가 연상인 부부는 17.5%, 동갑내기 부부는 15.7%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보다 남자가 연상인 경우는 0.2%p 줄었지만, 여자가 연상인 경우는 0.3%p 늘었습니다.

남자가 3~5살 많은 경우가 전체의 2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남자 1~2세 연상이 25.1%, 동갑 15.7%, 여자 1~2세 연상이 11.9%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남자가 10살 이상 많은 경우도 5.2%나 됐습니다. 여자가 10살 이상 많은 경우는 0.2%로 가장 비중이 작았는데요, 전체 혼인 사례가 줄면서 모든 경우의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특이하게 이 경우만 8% 늘었습니다.

평균 재혼 연령은 남자는 49.6세, 여자는 45.2세로 전년에 비해 남자는 0.7세, 여자는 0.5세 많아졌습니다.

# Would you marry me?

외국인과의 혼인은 2만 3,600건으로 전년보다 4.2% 늘었습니다. 전체 혼인 중 9.9%로 전체의 1할이 국제결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여자와의 혼인은 1만 7,700건으로 6.5% 늘었고, 외국인 남자와의 혼인은 6,000건으로 2.2% 줄었습니다.

외국인 아내 국적은 베트남(37.9%), 중국(20.6%), 태국(11.6%) 순으로 많았고, 외국인 남편의 국적은 미국(24.6%), 중국(23.6%), 베트남(10.7%) 순으로 많았습니다. 일본인과의 결혼은 남자는 -8.5%, 여자는 -15.3%로 남녀 모두 줄어들었습니다.

# '솔로'로 더 오래 사는 제주 남자, 서울 여자

지역별로 살펴보면 당연히 인구가 많은 서울과 경기, 부산에서 혼인 건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인구 1천 명 당 혼인 건수인 '조혼인율'을 보면 어느 지역 사람들이 결혼을 더 많이 하는 분위기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혼인율은 세종(6.2건), 제주(5.1건), 서울(5.0건) 순으로 높습니다. 낮은 순으로 보면 전북(3.9건)이 가장 적었고, 경북·전남(4.0건) 순으로 낮았습니다.
지역별 조혼인율 (자료 : 통계청)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는 제주가 34.0세로 가장 높고 충북이 32.7세로 가장 낮았습니다. 여자는 서울이 31.6세로 가장 높고 충남 29.9세로 가장 낮았습니다. 전체 혼인 중 외국인과의 혼인 비중은 제주가 12.6%로 가장 높고, 세종이 5.7%로 가장 낮았습니다.

# 결혼은 선택? "하고 싶어도 못 합니다"

혼인 건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통계청은 1) 인구구조적 측면 2) 인식 측면 3) 경제적 측면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결혼을 많이 하는 연령대인 30대 초반의 인구가 줄었습니다. 30대 초반 인구는 전년대비 2.4% 감소했습니다. (남자 -2.0%, 여자-2.7%) 혼인 적령기인 사람의 절대적인 수가 줄다 보니 혼인 건수도 자연히 함께 줄어든 겁니다.

앞서 언급한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혼인에 대한 견해를 물었더니 '결혼을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게 좋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2년 62.7%에서 2018년 48.1%로 15.4%p 급감한 상황입니다. 특히 여성은 2012년 43.3%에서 2018년 22.4%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n포 세대'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경제적 여건 악화가 있습니다. 살 집이 있어야 살림을 차릴 텐데, 집값이 너무 비쌉니다. 집뿐만 아니라 가정을 꾸릴 때는 독립된 생계를 꾸릴 소득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높은 청년 실업과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면서 혼인에 따른 경력단절에 대한 부담이 커진 면도 있다. 전반적으로 만혼화, 비혼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유로운 단독자로 살겠다 결심하자 삶은 한결 단순해졌다." (<혼자서 완전하게> 中)

정리하자면 결혼,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사람도 늘어나는데 하고 싶은 사람도 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줄어드는 혼인 건수는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출생아 수 감소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 역시 혼인과 비슷하게 전년대비 7.3% 감소한 30만 3,100명에 그쳤고, 인구 자연증가는 겨우 8,000명에 그치면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인구 자연 감소를 맞이하는 첫해가 될 전망입니다.

* 이번 통계는 모두 관청에 신고하는 날짜를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입니다. 혼인신고를 안 한 짝은 집계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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