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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많이 지치시죠? '마음 백신'으로 같이 극복해요

이혜진 | 해냄출판사 편집주간

# 코로나 우울증 이겨내는 '마음 백신 7가지'

어느 날 오후,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데 눈두덩이가 뜨듯하고 이마에 미열이 오르는 듯했다. 목 안이 칼칼한 것도 같았다. "혹시 내가?" 그 순간 등줄기가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팽팽히 조여지며 호흡이 가빠졌다.

사람들과 최대한 대화를 피하고 서둘러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금 전의 미열은 온데간데없고, 억지로 기침을 '켁켁' 해보아도 목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감소하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한 증가세로 돌아서던 무렵이었다.

그날 이후, 미열이 있다가도 집에만 오면 똑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고, 더 강박적으로 손을 씻고 소독제를 발라댔다. 그리고 자주 먹지 않는 라면 한 묶음을 샀다. 다음날에도 또 한 묶음을 샀다. 문 앞에는 매일 택배 박스가 쌓여갔다. 배송시킨 식료품들과 효과가 좋다는 손소독제, 몇 병의 세균 탈취제까지. 도착하지 않은 건 이곳저곳에서 '광클'로 주문한 마스크뿐이었다.

띵띵!  ​"물량 부족으로 주문이 취소되었습니다"라는 문자만 대신 도착했고, 불안함과 두려움, 그리고 막막함도 함께 몰려왔다. 스스로 코로나의 위협에 비교적 덤덤하게 대처하고 평정심을 잘 유지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다. 그 순간 옛 기억이 떠올랐다.

"설마..혹시 내가...?" 불안감이 한순간에 엄습했다.

10년 전인 2010년, 신종플루가 퍼졌을 때다. 작가분과 미팅 중에 왠지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아 가슴이 철렁했다. 내가 신종플루에 걸리는 건 둘째 치고, 내 앞에 계신 연세 많은 작가분에게 옮기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다음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주말,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또 미열이 느껴졌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말도 못 하고 다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물론 그때도 음성이었다. 두 번이나 검사를 받은 나에게 의사분이 건넨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무 이상 없으시고요, 환자분은 지금 신종플루에 걸릴까 봐 스트레스를 받아서 열이 나는 거예요. 집에 가서 좀 쉬세요.

"스트레스는 그만 놓으시고, 좀 쉬세요"

그렇다. 불안은 이처럼 강력하다.
인간의 본능처럼 우리 안에 깊숙이 내장된 것이 바로 감염에 대한 공포다. 생명과 생존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유행한 초기 전국의 보건소나 건강복지센터 등에 많이 걸려온 전화가 '상상 코로나' 즉 내가 겪었던 것처럼 원인 불명의 열감이나 기침, 소화불량 등에 대한 문의였다고 한다. 이는 상황의 심각성으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그 바이러스와 대처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더 심각하게 불안, 공포에 압도되다 보면 사람들은 미확인 가짜 뉴스에 휘둘리고 그릇된 위생 지침이나 대처법에 현혹되기도 한다. 일상의 평정과 생체 리듬이 무너지고 타인에 대한 불신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다시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우리를 감염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불안을 덜고자 했던 행동이 오히려 나와 타인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악순환인 셈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바이러스가 전파될 때 물리적 방역에 못지않게 강조하는 것이 '심리적 방역'이다.

되돌릴 수도 피할 수도 없는 나날, 스스로 마음 면역력을 키울 때.

최근 코로나 국면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말까지 등장할 만큼 우울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고 한다. 이에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 김현수 단장은 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는 '마음 백신 7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나에게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이를 잘 다루고 있다고 믿는  ①  격려 백신, 일상에서 좋은 일을 해나가는  긍정 백신, 나와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실천 백신, 바이러스 특징에 대해 잘 알고 가짜 뉴스를 멀리하는  지식 백신, 모든 감염병은 끝이 난다고 믿는 ⑤ 희망 백신, 보건소와 진료소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두는   정보 백신, 몸과 마음 · 이성과 감성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균형 백신이다.

바이러스 자체와 전파의 상황은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것이지만 매일 내 마음에 이 7가지 백신을 하나하나 새겨 놓으려 한다.

스스로 삶을 지켜내고 더 연대함으로써 마침내 그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인-잇 #인잇 #이혜진 #주름살은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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