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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軍 사격장 옆 땅 사고 "폐쇄하라" 시위…그들은 누구인가

미추홀사격장폐쇄위는 작년 17사단 사격장 정문 앞에 펜스를 쳐서 사격장을 봉쇄했다
인천 서구 공촌동에는 육군 17사단의 미추홀 사격장이 있습니다. 수도군단 예하 30여 개 부대가 연중 사격 훈련을 하는 곳입니다. 1년에 통상 200일, 많을 때는 230일까지 사격 훈련이 진행됩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130일밖에 못했습니다. 미추홀 사격장 폐쇄 위원회라는 단체가 조직돼서 사유재산권을 주장하며 시위를 하는 통에 사격 훈련을 계획대로 못한 겁니다.

소음으로 인한 주민들의 반발은 군 사격장 주변에서 종종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미추홀 사격장의 경우는 많이 다릅니다. 미추홀 사격장 폐쇄 위원회는 사격장 주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게 아니라 광주광역시의 중견 건설업체인 서진건설이 주도해서 구성됐습니다.

서진건설은 재작년 사격장 주변 땅 5만 제곱미터를 사들인 업체입니다. 사격장 있는 줄 알고 땅 샀을 텐데 막무가내로 사격장 없애라고 하니 군은 막막합니다.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도 했지만 서진건설 측은 봄이 오면 또 행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서진건설은 이쪽 분야에 정통합니다. 전남 함평에서는 남의 골프장 예정 부지 한복판에 조각 땅 몇 필지 사들여서 이른바 '알박기'를 하고 있습니다. 17사단은 '선수'를 제대로 만난 것 같아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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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사격장폐쇄위가 17사단 사격장 정문 앞에 쇠말뚝 박고 사격장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미추홀 사격장 옆 땅 사들이고 "사격장 폐쇄하라" 시위

서진건설은 재작년 2월 17사단 미추홀 사격장 주변 땅 5만 제곱미터를 경매를 통해 매입했습니다. 사격장을 포위하듯 둘러싼 땅입니다. 서진건설의 땅을 밟지 않고는 사격장에 드나들 수가 없습니다.

서진건설은 땅을 산 뒤 1년 뒤인 작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미추홀 사격장 폐쇄 위원회를 만들고 시위에 나선 겁니다. 사격장 정문 바로 앞에 쇠말뚝 박아서 차량과 장병 출입을 막는가 하면 아예 펜스를 쳐서 사격장을 봉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장병들은 산길, 샛길을 돌아서 사격장에 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앰뷸런스는 사격장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앰뷸런스 없이 사격 못 합니다. 그래서 펜스, 쇠말뚝 뽑을 때까지 사격 훈련은 중단됐습니다.

또 사격장 폐쇄 추진위 사람들은 작년 여름 사격장 울타리 옆에 텐트, 파라솔치고 어슬렁댔습니다. 사격한 총탄이 돌부리라도 때리고 옆으로 튀면 인명 피해가 나는 터라 역시 사격 훈련은 중단됐습니다.

17사단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사유지 안에서 하는 행동을 강제로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작년 미추홀 사격장의 훈련 일수는 130일에 그쳤습니다. 평년에는 200일 이상 사격할 수 있는데 최소 35%의 훈련을 날린 셈입니다.

정작 사격장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사격장 폐쇄 시위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사격장을 중심으로 반경 1km 안에는 2가구 4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소음 피해를 겪고 있고 17사단은 소정의 피해보상과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사격장에서 150m 거리에 사는 한 주민은 "아무리 개인 땅이라지만 국가가 있는 한 군인을 지원해 주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사격장이 계곡 쪽으로 형성돼 있어서 바로 앞쪽에 가지 않으면 소리도 안 들린다"고 설명했습니다.

17사단은 작년 말 서진건설 측 5명을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혐의로 인천경찰청에 고발했고 경찰은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서진건설 관계자는 "주민들 동의서를 다 받아서 한 일"이라며 "3월부터는 사람들 다시 만나서 민원도 집어넣고 다시 행동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전남 함평에서 서진건설은…

17사단은 서진건설의 땅 일부를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서진건설은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땅과 관련된 이전투구(泥田鬪狗)에서 17사단은 서진건설의 상대가 안 됩니다. 전남 함평에서는 쟁쟁한 다른 건설업체의 골프장 예정 부지 한 가운데 짜투리 땅들을 사들여 버티는 바람에 해당 골프장 사업이 주저앉을 판입니다.
서진건설은 전남 함평의 골프장 예정 부지 안에 짜투리 땅 5필지를 사들여 '알박기' 의혹이 일고 있다
대성건설이라는 민간 건설사와 전남 함평군은 2004년부터 지역사회발전사업의 일환으로 첨단농업기술센터, 자연생태공원, 관광체험장, 골프장 등의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이 가운데 골프장은 도시계획심의, 결정고시, 시행자 지정고시, 환경영향평가 등을 마치고 작년 1월 사업시행자가 고시됐습니다.

이에 따라 대성건설이 함평군 대동면 일대 골프장 부지를 96% 매입한 상황이었는데 작년 2월부터 서진건설 측의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서진 건설 신 모 회장 등은 작년 2~3월 대성건설의 골프장 예정 부지 안 3만 제곱미터 5필지를 매입했습니다.

서진건설 측이 그 땅을 움켜쥐고 있고 골프장 조성 사업은 중단 위기입니다. 서진건설은 골프장 예정 부지에서 15km 떨어진 곳에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경쟁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한 '알박기' 아니냐는 의혹이 함평 현지에서는 일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서진건설이어서 사격장 폐쇄 압박을 받고 있는 17사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기자는 서진건설 측이 인천 미추홀 사격장 주변 땅과 함평군 땅을 매입한 이유, 앞으로 계획을 묻기 위해 서진건설 신 회장에게 10여 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하고 본사도 방문했지만 명확한 답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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