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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용 구충제도 '항암 희망'…임상시험 가치 있다?

<앵커>

암 환자에게 강아지 구충제가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최근 퍼지면서 임상시험을 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독성이 낮은 사람용 구충제는 시도할만하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희가 이걸 시험하고 있는 외국 연구팀을 취재했습니다.

정명원 기자입니다.

<기자>

여섯 달째 강아지 구충제를 항암제와 함께 복용한 개그맨 김철민 씨.

처음에는 미국에 사는 팬의 권유로 복용을 시작했지만 몸이 나아진다고 느낀 뒤부터는 사람용 구충제까지 먹고 있습니다.

[김철민/구충제 복용 암 환자 : 저는 그냥 승부를 보는 겁니다. 저는 없어요. 더 이상 뭐 의사가 해 줄 수 있는 건 항암하고 방사선하고. 그것도 지나면 못 해요. 못하고, 수술도 안 되고, 그냥 이대로 죽어요?]

보건 당국의 복용 자제 권고에도 절박한 암 환자들은 사람용 구충제로 복용을 늘렸고 약국서 품절되자 해외 직구까지 하고 있습니다.

일부 의사들은 독성이 낮은 사람용 구충제의 항암치료는 시도해 볼만 하다며 유튜브를 통해 암 환자들에게 관련 연구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김자영/종양학 전문의 (유튜브 미토 TV) : 나이가 많이 들어서 항암을 못하시는 분들, 전이성이 큰 암 환자분들은 (구충제 복용)못 해볼 이유는 여러분 없을 것 같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구충제 항암치료에 관해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있을까.

SBS는 5년 전부터 미국 연구진과 함께 사람용 구충제인 메벤다졸의 항암치료에 주목한 유럽 연구팀과 접촉했습니다.

유럽의 비영리단체 안티 캔서 펀드는 시판된 약 가운데 항암효과가 있는 약을 연구해 임상시험 비용까지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연구를 주도한 팬 판치아카 박사는 현재 미국 등 10곳에서 메벤다졸에 대한 항암치료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팬 판치아카 박사/안티 캔서 펀드 : 메벤다졸 항암치료 임상시험은 작은 연구팀 한 곳에서 하는 게 아니고 각각 다른 나라에서 각각 다른 (10개)연구팀들이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메벤다졸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미 존스홉킨스대 암센터도 미 국립 암센터 지원으로 메벤다졸을 항암제로 쓸 때 최대 얼마까지 복용하는 게 적절한지 임상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이탈리아 연구팀은 구충제 항암치료 연구를 종합 분석한 뒤 연구가 부족한 강아지 구충제보다 사람용 구충제인 메벤다졸이 항암제로 더 적합하다는 결론의 논문도 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전문가 대부분은 구충제 항암치료는 의학적 인과관계 입증이 부족하다는 쪽입니다.

[명승권 교수/국립 암센터 암예방 검진센터장 : 핵심은 그거예요. 그런 단체가 있고, 그 사람들이 진료를 실제 그렇게 한다는 자체만으로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거죠. 그것과는 다른 거예요.]

항암제 임상시험 승인 업무를 했던 한 전문가는 암 치료에 연간 7조 원을 쓰는 국내 상황에서 저렴한 구충제로 암 치료를 도울 수 있다면 국가 지원으로 임상시험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며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합니다.

[강윤희/진단학 전문의(前 임상심사위원) : 저는 너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죠. 다른 항암제의 동물시험 자료랑 비교해 봤을 때 정말 나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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