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은 예전에 수제화를 비롯한 제조공장이 있었던 곳으로 낡고 지저분한 공장 건물들로 인해 동네 전체가 활기를 띠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공장 건물들이 하나둘씩 커피집과 옷집으로 변하면서 지금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힙'한 공간이 되었다.
이곳에는 커피집이나 옷집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5년 서울숲이 조성되고 소셜 벤처기업들과 IT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들이 이곳에 입주하면서 공원과 IT 산업, 소셜벤처기업들이 모여 있는 뉴욕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처럼 변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한옥 마을이나 화려한 강남의 명품거리도 아닌, 특별할 것 없는 성수동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에는 반드시 오래된 건물이 있어야 한다. 오래된 건물이 없다면 아마도 활기찬 거리는 물론이고 지구의 성장도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서 오래된 건물이라 함은 박물관급의 건물, 즉 돈을 많이 들여서 복원한 훌륭한 건축물이 아니라 낡아빠진 노후한 건물까지 포함한 평범하고 흔한 별 가치 없는 건축물을 의미한다.”
제인 제이콥스 (Jane Jacobs)
-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미국의 유명한 건축 평론가인 제인 제이콥스 (Jane Jacobs)는 '도시에 오래된 건물이 없다면 아마도 활기찬 거리는 물론이고 지구의 성장도 불가능할 것이다'라며 노후 건축물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녀의 주장은 59년이 지났지만 대규모 재개발 정책에서 이제야 재생사업으로 눈을 뜨게 된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지적이다.
비단 성수동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핫플레이스'로 등장한 서촌, 익선동이 과도한 주목을 받으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정작 우리 생활에서 진짜로 필요한 가게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비어진 가게들이 화려한 카페와 부티크 숍, 유명 갤러리로 채워지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화려하게 변신한 마을의 모습에서 잠시 벗어나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가치를 위해 도시가 나아가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이다.
* 편집자 주 : 김종대 건축가의 '건축 뒤 담화(談話)' 시리즈는 도시 · 건축 · 시장 세 가지 주제로 건축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습니다. 격주 토요일 '인-잇'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