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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페셜' 보호종료 4년차 국가대표 강한, "친어머니에 연락처 차단 당해"

'SBS스페셜' 보호종료 4년차 국가대표 강한, "친어머니에 연락처 차단 당해"
열여덟은 독립할 수 있을까?

9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막막한 축복, 열여덟 어른'이라는 부제로 보호종료 아동들의 그 이후의 삶을 조명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보호아동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에서 나와야 했다. 보호종료를 맞았기 때문. 해마다 만 18세로 보육원을 퇴소하는 아이들은 약 2,600명. 그리고 이들에게는 자립지원금 500만원이 주어졌다.

보호종료 3년 차 신영 씨, 그는 보육원을 퇴소하고 그토록 누리고 싶었던 자유를 누렸다. 자립정착금으로 주어진 500만원으로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해방감에 들떴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신영 씨가 가지고 있던 500만원은 80만원이 되었고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이는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고,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독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는 신영 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보호종료 아동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힘들어 하던 신영 씨에게 손을 내민 것은 그녀를 새 가족으로 받아준 청포도 식구들이었다. 이들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신영 씨의 전셋집을 얻도록 돕고 언제든 돌아와도 될 곳을 만들어 주었다.

청포도 센터 대표 김충헌은 "우연히 알게 된 보호종료 아이들과 어울려서 식사도 하고 놀았는데 보호종료가 되고 4,5개월 동안 벌어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 그때 생각한 것이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 큰일나겠다는 것이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금은 대가족이 된 청포도 센터, 뜻 있는 지인들이 충헌 씨를 따라 아이들을 받아들여 보호종료를 한 아동들의 가족이 되어준 것이었다.

청포도 센터 대표는 "첫번째로 이들 마음의 있는 상처를 치료해줘야 한다.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고 어른들의 실수, 자립의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 가족이 필요한거다. 가정 안에서 그런 것들이 이뤄지면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곁길로 나가는 상처가 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봅슬레이 국가대표 강한 씨는 자립에 성공한 청년으로 통했다.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맡겨져 18해 동안 자란 강한 씨는 아플 때도 모든 일을 혼자 스스로 해냈다.

그는 국가대표로서 얼굴을 알린 후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였다. 그러나 엄마는 강한을 만나는 것을 거절했고 이제는 연락처까지 차단했다.

강한은 "나의 엄마가 세상에 있다는 걸 알았다. 새로운 가정이 있어서 만날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괜히 나 때문에 힘드실까봐 걱정이다. 꼭 메달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조경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성민 대표는 보육원 출신들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후배들이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과 유혹에 상처받지 않을 수 있도록 그들을 돕고 싶었고 조경 업체를 꾸렸다.

또한 성민 씨는 보통의 대표와 달랐다. 동생같은 후배들의 생활비 교육부터 하나 하나 다 가르쳐줬다. 그리고 그는 후배들을 돕는 일에서 인생의 사명을 얻었다. 그리고 그는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기꺼이 참여했다.

성민 씨는 "입양아들도 고아고 보육원 아이들도 고아이다. 입양된 친구들은 너무 잘 살고 있더라. 입양한 부모들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받으며 그 안에서 회복을 했던 거다"라며 사랑받지 못해 회복이 불가능한 보육원 출신 아이들을 도우려는 이유를 밝혔다.

일곱 살 때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란 조윤환 씨는 '고아권익연대'라는 단체를 세웠다. 그는 "대부분 보육원 퇴소자들이 보육원 주변을 못 떠난다. 어릴 때 자랐던 곳이기 때문에 주변을 맴돌다가 죽는다"라며 보육원 출신들의 삶을 안타깝게 여겼다.

조윤환 씨는 슬하에 두 딸을 둔 아빠다. 그리고 그에게 가족을 만들어준 아내와 딸들은 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였다. 또한 자신을 편견없이 바라봐준 이들에게 힘을 얻었듯 자신의 후배들도 그런 소중한 인연을 만나기를 빌었다.

하지만 실상은 끔찍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후배를 노리는 선배들도 있었다. 이에 보호종료를 갓한 후배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죄에 가담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에 조윤환 씨는 "거의 스무 살 중반까지 범죄 피해자도 되고 가해자도 된다. 단 5년 만에 모든 일이 벌어진다"라고 했다.

이에 전문가는 "심리 정서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심리 정서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데 국가에서 방임을 하고 있다고 싶을 정도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인력에는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보호종료를 할 것이 아니라 유예기간의 성격에 해당되는 자립 이행기가 줘져야 한다. 추가적인 사후 관리, 인력 인프라, 재원이 더 갖춰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안 씨는 보호종료 후 선배에게 사기를 당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상수 씨가 있었고, 이제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느끼며 새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의 동생 지안 씨는 요즘 사는 게 재밌었다. 지안 씨는 "한 생활실에 28명, 선생님 1명, 모든 아이들에게 손이 가는 게 아니었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라며 청포도 센터 가족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보통의 20대는 듣기 싫은 부모님의 잔소리가 너무 듣고 싶었던 지안 씨. 지안은 "센터 선생님들이 진짜 엄마 아빠처럼 대해주면서 잔소리를 하는데 그게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라"라고 했다. 또한 "우리들을 응원해주고 가까이 있는 분들이 많이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어른의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아직 어른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라고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경 업체 대표 성민 씨는 10년째 특별한 명절을 보내고 있다. 이는 그의 장모님이 만들어준 특별한 자리였다. 그가 결혼한 이듬해 후배 한 명을 초대했던 것이 이제는 수십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성민 씨의 장모는 "사위가 후배들 생각하는 마음을 보면 같이 있으면 행복한 것 같더라. 함께 있을 때 더 행복하지 않냐"라며 환하게 웃었다. 성민 씨의 아내도 든든하게 응원을 보냈다.

성민 씨는 "저는 사실 가족이 없다. 그런데 돌아 보니까 아니었다. 내가 정의하는 가족은 나와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나와 함께 생각을 나누는 사람인데, 그래서 지금은 가족이 없는 우리가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새롭게 가족이 된 이들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열여덟 보호종료, 손을 잡아주면 작은 자리라도 내어주면 세상이 막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SBS funE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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