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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신종 코로나 확산, 작년 말 AI가 먼저 알렸다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요즘 어떤 분야든 간에 인공지능 AI 얘기가 안 나오는 데가 없는데 이번 신종 코로사 사태에서도 AI 얘기가 나온다면서요?

<기자>

네. '중국 우한에 무슨 일이 있다.', '폐렴 환자가 속출한다.' 이런 기사가 조금씩 외부로 나오기 시작한 게 작년 말입니다.

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증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판정해서 발표한 게 1월 9일이고요.

WHO도 이날 확산 위험을 공식 경고합니다.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 같은 기관인 미국 CDC는 그보다 사흘 전인 6일에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감염병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 온 한 캐나다 스타트업의 인공지능이 12월 31일에 이미 중국 우한으로부터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거고 세계적으로 확산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를 냅니다.

특히 이 바이러스가 한국과 일본, 태국, 타이완에 상륙할 우려가 높다는 걸 예측했다고 여러 IT 전문지들이 지금 앞다퉈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됐죠.

사실 세계보건기구, 미국 정부, 또 우리 정부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확인할 수 있는 건 중국 정부가 정보 공유를 해줘야 하는 거죠. 그게 정식 경로입니다.

그런데 먼저 보고서를 낸 이 인공지능은 중국 정부 연락을 받은 게 아닙니다. 민간에 공개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세계적 확산 우려와 경로에 가능성에 대한 결론을 작년 말에 이미 내린 겁니다.

전염병은 단 하루라도 먼저 알리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단 점을 감안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소식입니다.

<앵커>

바둑 같은 건 AI가 어떻게 학습을 하는지 조금 이해가 되는데 이번 예측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기자>

일단 항공기 여객들의 흐름을 중요한 정보로 활용했습니다.

[캄란 칸/'신종 코로나' 예측 인공지능 개발자 : 10년 동안 세계적인 전염병 확산 사례들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병들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나타나고, 또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지금 12개 나라에 제공되고 있는 이 전염병 예측정보 인공지능을 개발한 캐나다 의사 캄란 칸 박사입니다.

자기들 시스템을 소개하는 영상인데요, 워낙 글로벌 교류가 빠르고 활발한 시대기 때문에 항공 흐름을 추적하는 게 효율적이란 겁니다.

또 65개 언어로 나오는 뉴스들, 그리고 동물, 식물 모기 같은 해충 관련 데이터들을 모아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능력을 키워가면서 분석하게 하고요.

그렇게 분석한 결과물들을 사람이 최종적으로 보고 "아, 이건 알려야 되겠다." 판단한 걸 보고서로 낸다는 겁니다.

그런데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포스팅 정보는 쓰지 않는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SNS 정보는 사람들 기분이 반영된 거라서 문제가 과장되거나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구글도 10여 년 전부터 구글 실시간 검색어를 빅데이터화 해서 독감의 경로를 예측하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독감에 대해서 검색해 보는지를 본 거죠. 그런데 비슷한 이유로 별로 정확하지가 못해서 이제 발표하지 않습니다.

<앵커>

사실 여기도 100% 믿기는 어려워 보이기는 하는데, 어쨌거나 앞으로의 상황도 여기서 예측을 했습니까?

<기자>

네, 이 인공지능과 캐나다, 영국, 그리고 중국 연구진이 지난 25일에 같이 낸 보고서가 있습니다. 과거 항공 흐름으로 예측한 거긴 하지만 한국은 4월 중순까지 신종 코로나 확산 위험이 상대적으로 다섯 번째로 큰 나라로 꼽혔습니다.

실제로 이 보고서가 꼽은 1위부터 10위까지 나라에서 지금 모두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11위부터는 아직 확진자가 없는 나라도 있는 반면에요. 16위와 21위로 꼽힌 캐나다와 프랑스에서는 나왔죠.

맹신할 건 아니지만 참고할 만한 자료다 생각할 수 있겠고요. 또 각국이 이런 정보들을 얼마나 잘 모아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결과도 크게 달라질 겁니다.

이번에 인공지능이 한 발 앞서 위험을 알린 데서 생각해 볼 건 크게 두 가지 정도가 더 있어 보입니다. 1번 인공지능이 미래를 가장 크게 바꿀 분야 중에 하나로 사실 헬스케어가 늘 꼽혀왔습니다.

특히 병증 진단 분야에서 먼저 두각을 드러낼 걸로 예상됐는데요, 이번 일은 그 전조 중의 하나로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매킨지가 이미 세계적으로 헬스케어 관련 AI 스타트업에 1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됐다고 추산했는데요, 한국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생각을 좀 해 볼 때입니다.

두 번째로 이 AI를 개발한 칸 박사는 캐나다인이 44명 사망했던 2003년 사스 사태 때 환자들을 돌보면서 "아, 정부나 당국 발표만 기다리다간 늦을 수 있구나." 시스템으로 빨리 예측하는 게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껴서 개발을 시작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지카 바이러스가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하기 6개월 전에 예측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하기 좋은 글로벌 시대지만, 또 기술과 산업이 그만큼 뒤쫓아가고 있고요.

어떻게 보면 사람이 잘못 판단하거나 머뭇거리거나 은폐하려고 하다가 정보 공유를 늦출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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