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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바다거북 다음은 나…"빨대는 괜찮아요!"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인-잇] 바다거북 다음은 나…"빨대는 괜찮아요!"
"사람들은 이미 일주일에 신용카드 1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고, 2100년에는 80장 정도를 먹을 것이다."

최근 '해양 쓰레기와 플라스틱 문제'를 주제로 열린 제주미래포럼에서 나온 얘기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많은 해양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되는데, 이런 플라스틱이 결국 먹이사슬을 타고 인간에게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솔직히 이런 얘기를 들어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해양생물 분야에 종사하는 수의사들에게 보고 들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세계자연기금(WWF),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고래연구센터 등이 함께 나서 '바다거북 보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시작 즈음 연구자들이 붉은바다거북 2마리와 푸른바다거북 2마리를 부검했는데, 외관상 특이점은 없었지만 장기 내부에서 사탕 껍질, 스티로폼, 비닐 등 다량의 해양 쓰레기가 발견됐다. 이런 이물 섭취가 거북의 폐사 원인으로 추정됐다.

당시 부검에 참여한 WWF코리아 이영란 수의사는 "바다거북은 건강한 해양의 지표로서 인간과 같은 최상위 포식자"라며 "건강하지 못한 바다로 인해 겪는 바다거북의 문제는 인간에게도 올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 모두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동물이다.)

올여름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인류세> 3부작 중 2부 '화석이 될 플라스틱 쓰레기'에서도 이런 내용이 소개됐다. 당시 담당 PD는 "몇 번이나 해부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바다거북이 배에서 플라스틱이 나오는 걸 촬영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걱정과 달리 첫날 7마리의 바다거북이 중 6마리의 배에서 플라스틱이 나왔다."라고 씁쓸한 후기를 전한 바 있다.

거듭 강조하게 되지만, 사람과 동물, 환경의 건강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사람과 동물은 물론 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헬스'(One-Health, 하나의 건강) 개념은 그래서 더욱 중요해졌다.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이 환경(바다)과 동물(해양생물)의 건강을 해친 뒤 다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실도 '원헬스' 개념을 잘 보여준다.

나도 동물 분야에 종사하면서 조금 더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환경단체 후원을 시작하게 됐다.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작년에 강의를 하나 듣고 새로 시작한 게 있는데 그게 바로 "빨대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종 보전'을 주제로 열린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 강의였는데, 홍콩오션파크보전재단에서 '홍콩의 플라스틱 빨대 없는 날(No Straw) 캠페인'을 소개했다. 캠페인 영상을 제작·배포하면서 지역 레스토랑들과 함께 '플라스틱 사용하지 않기' 운동을 펼치는데, 참여하는 식당이 2017년 100개에서 2018년 11월 1,231개로 늘어났다고 했다. 어린아이가 "No Straw, Thanks"라고 웃으며 말하는 캠페인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는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산물을 많이 먹는 나라다. 플라스틱 해양 오염이 심해질수록, 우리가 받을 피해도 커진다. 해양오염과 바다거북에 대한 연민을 차치하더라도,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빨대는 괜찮아요!"를 외쳐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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