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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서울서 외교장관회담…"한중관계 완전한 정상화 공감"

한중, 서울서 외교장관회담…"한중관계 완전한 정상화 공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회담을 통해 '사드 갈등'을 겪은 한중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2016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한류 금지와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 등으로 대응한 중국 당국의 한한령(限韓令) 조치에 어느 정도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양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 회담과 용산구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 만찬을 통해 양국 현안, 한반도 정세, 지역·국제 사안 등을 논의했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서울에서 열린 것은 2015년 3월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이듬해 본격화한 사드 갈등 속에서 한국 방문을 피해왔던 왕 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이날 방한했다.

국무위원을 겸한 이후 첫 공식 방한이기도 하다.

회담은 당초 예상된 1시간 30분을 훨씬 넘긴 2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양 장관은 한중인문교류촉진위와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하고 국장급 협의체인 해양사무협력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전했다.

인적교류를 관장하는 한중인문교류촉진위는 2017년 문 대통령 국빈 방중당시 정상간 합의사항임에도 지금껏 개최된 적이 없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한한령 해제와 관련, "촉진위에서는 양국 인적교류와 협력사업을 전체적으로 펼쳐놓고 논의하게 된다. (양측이) 양국관계를 정상 궤도로 가져가 완전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담에서는 사드 보복 조치의 완전한 철회나 한국 '3불'(사드 추가배치 불가·미국 MD체제 불참·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입장 재확인 등 서로 직접적인 요구를 내세우기보다는 큰 틀에서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외교부 자료를 보면, 강 장관은 경제, 투자, 체육과 더불어 '사드 보복' 여파가 여전히 미치는 문화와 관광 교류 심화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왕 부장은 비교적 덜 민감한 교육, 체육, 지방·청소년 교류 위주로 언급해 양측이 교류 정상화의 폭과 속도를 놓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담에서는 사드 갈등 속에서 5년째 방한을 미뤄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방한을 비롯해 한중 정상회담도 논의됐다.

양 장관은 정상 교류가 양국 관계에서 지니는 중요성에 공감했으며, 왕 부장은 이달 하순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문 대통령 방중을 중시하며 성공적인 방중을 위해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측은 문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에 베이징에 들러 시 주석을 만나는 안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왕 부장은 시 주석의 내년 초 방한 관련 물음에 "우리는 이웃 나라며 고위층 교류를 강화할 것이다. (해당 문제를) 채널을 통해 계속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회담에서는 동북아 정세 논의 차원에서 미국의 중거리핵전략(INF) 탈퇴와 중거리미사일 배치 시도 등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여러 대미 현안도 언급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왕 부장은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중국은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 힘만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 다른 국가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일방주의·패권주의가 세계 안정과 평화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는 무역 협상과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홍콩인권법안) 제정 등을 둘러싸고 대립 중인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패권 다툼 속에서 갈수록 공세적인 외교를 펴는 미중 경쟁구도를 반영한다는 평가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한중 양국이 서로 입장을 더 이해하고 지지하는 가운데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읽힌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 동맹인 한국에 와서 이같이 말한 것은 북한뿐 아니라 남한을 자국 외교적 영향권 안에 두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보여준다"면서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국민과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왕 국무위원은 한국이 자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적극 참여해주기를 바란다는 뜻도 내비쳤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 영향력 확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빚의 함정'이라고 규정하면서 적극적으로 견제 중이다.

한국 외교부는 '일대일로'와 관련, "양 장관은 우리 신남방·북방 정책과 중국 일대일로 구상간 구체 협력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연말 시한'을 앞둔 한반도 정세도 폭넓게 논의됐다.

양측은 북한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으며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북미대화를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을 만들어 나가는 한편 한반도 안정을 위해 긴밀히 소통·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왕 부장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논의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조미(북미) 싱가포르 회담에서 도출된 중요 합의는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며 "조선(북한) 측의 안보 및 발전과 관련한 합리적 관심사는 마땅히 중시되고,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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