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국·유럽行 가스관 잇따라 개통…'정치적 이용' 우려도

SBS 뉴스

작성 2019.12.05 03: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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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새로운 가스관들을 잇달아 개통하며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입지를 키워가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가스관을 정치적 영향력 행사의 지렛대로 이용하려 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자국 동(東)시베리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착공 약 5년 만에 개통했다.

전체 길이가 3천km에 이르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코빅타'와 야쿠티야 공화국의 '차얀다' 등 2개 대형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 지역까지 수송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지선인 '동부노선'을 통해 연간 최대 380억㎥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중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계약 기간 전체 공급량은 1조㎥ 이상이며 전체 계약금액은 4천억 달러(약 47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기의 계약'으로 불린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사업은 가스 판매 시장 다변화를 추구하는 러시아와 늘어가는 가스 수요의 안정적 확보를 바라는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성사됐다.

러시아로서는 천연가스 판매 시장을 다변화하고 기존 시장인 유럽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가스의 최대 판매처는 유럽이었으나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되는 가스 공급의 안정성에 문제가 제기돼 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 사용 계약 연장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여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개통은 러시아의 협상력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가스 수요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을 가스로 대체해 나가면서 향후 더 많은 가스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이미 전년 대비 18% 가까운 증가세를 보인 중국의 가스 수요는 2030년까지 지금보다 2.5배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베리아 가스관은 이같은 중국의 급증하는 가스 수요를 감당할 안정적 공급원으로 기대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현재 시베리아 지역의 러시아 가스를 중국 서부 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베리아의 힘-2' 프로젝트에 대한 협상도 계속하고 있다.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가동과 함께 러시아는 조만간 '노드(북부) 스트림-2'와 '터키 스트림' 등의 2개 가스관도 잇따라 개통할 예정이다.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에서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기존 가스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러시아는 자국 북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노드 스트림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확장하기 위한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지난 2015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다.

현재 2개 라인인 노드 스트림 가스관에 2개 라인을 추가로 신설해 연 550억㎥인 가스관의 용량을 두 배로 늘리려는 것이다.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은 당초 올해 말까지 개통할 예정이었으나 덴마크가 자국 수역 내 가스관 건설에 제동을 걸면서 지연됐다.

하지만 덴마크가 지난 10월 말 가스관 일부 구간을 자국 영해에 건설하는 것을 승인하면서 내년 중반쯤에 개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다수 유럽 국가들은 노드 스트림-2 가스관이 개통되면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더 높아져 러시아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터키 스트림은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통해 터키 서부 지역으로 약 1천100km 길이의 가스관을 부설하고 터키와 그리스 국경 지역에 유럽 국가 공급용 가스 허브를 건설한 뒤 이후부턴 수입자인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직접 자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건설하도록 하는 사업 구상이다.

터키 국경까지 이어지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은 이미 건설이 마무리됐으며 가스도 충전된 상태라 내년 1월 개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터키 스트림과 북부 스트림-2 가스관이 가동되는 대로 기존 우크라이나 경유 유럽행 가스관 사용을 중단하거나 줄여나갈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 경유 가스관이 아니더라도 신설된 2개 가스관을 이용해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유럽행 러시아 가스의 자국 영토 경유 대가로 연 30억 달러(3조6천억 원)의 수입을 챙겨온 우크라이나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