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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공부 잘하는 한국 10대, 삶 만족도는 '바닥'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하겠습니다. 권 기자,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가 3년마다 세계 여러 나라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 학업성취도를 조사하는데 이번에 우리나라 학생들 삶의 만족도가 약간 올라갔다고요?

<기자>

네. 이 얘기 듣고 "정말?" 하고 갸우뚱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과도한 스트레스, 정평이 나 있죠.

물론 이번 조사에서도 우리 10대들의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세계 최하위 수준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모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일단 이 조사는 OECD가 지난 2000년부터 만 15세 우리로 따지면 중3, 고1 정도죠. 이 연령대를 대상으로 3년에 한번씩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77개 나라에서 71만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6천9백 명이 참여했고요. 상당히 큰 표본입니다.

삶의 만족도는 설문조사로 물었습니다. '내 삶에 만족스러운 점이 하나도 없다.' 0부터, '완벽히 만족한다.' 10까지 우리 학생들의 지수는 6.52 였습니다.

71개국 중 65위입니다. 최하위 맞습니다. 우리보다 이 지수가 더 낮은 나라는 일본, 마카오, 홍콩, 영국, 터키, 브루나이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유의미하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학생들의 비중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긴 하지만 만족한다는 학생도 56.7% 정도였거든요. 이거는 2015년과 비교했을 때 참여한 나라 중에서는 가장 많이 늘어난 수준입니다.

비록 최하위권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좀 나아지는 방향으로 전진한 이유를 앞으로 교육당국과 관계자들이 열심히 찾아내고 분석해서 더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앵커>

어쨌거나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 건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만 학업성취도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학생들 참 공부를 잘합니다. 대부분의 항목에서 상위권에 있고요. 기본적으로 골고루 우수한 편입니다.

읽기, 수학, 과학 3가지 부문을 보는데요, 지금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시아 나라들이 상위권에 몰려 있고요. 우리 학생들도 전 영역에서 10위 권 안팎에 올라 있습니다.

그런데 10대들의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권인 나라들과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나라들이 거의 겹치죠. 그만큼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권의 학생들이 치열한 학업 경쟁 속에서 분투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지표를 오늘(4일) 시청자 분들과 같이 보고 싶었던 게 사실 오늘은 학업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정말 많을 날입니다.

잠시 후 아침 9시에 올해 수능 결과가 본인들에게 전달되죠. 목표를 이룬 학생들도 많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받아들 텐데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편인 나라에서 힘든 경쟁을 해왔는데 오늘 마음이 괴로울 학생들, 부모님들 힘내셨으면 합니다.

당장은 위로가 안 되겠지만 우리 사회도 점점 학벌보다 현장에서의 능력으로 가늠하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이미 여러 지표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유니코써치라는 헤드헌팅 업체가 국내 천 대 기업 CEO들의 졸업 대학을 분석해 봤더니 이른바 스카이 3개 대학 졸업자들의 비율이 30%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게 그게 올해 처음이에요. 10년 전과 비교하면 딱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사실 정말 활기차게 돌아가는 업계일수록 한가하게 학벌주의에 머물러 있지 못하는 걸 많이 봅니다. 내 적성을 찾아가는 길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앵커>

말씀하신 대로 스트레스 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데 다만, 최근에 학업성취도 순위가 꽤 떨어졌다. 그래서 국가적으로는 걱정이 됐다, 이런 얘기도 있어요.

<기자>

네. 좀 들여다볼 점은 있기는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점수가 2006년 이후로 12년 연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게 2018년도에 조사한 것이라서요.

OECD가 성인들의 역량을 보는 조사도 있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맹은 거의 없지만 문해력, 그러니까 글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세계적인 수준에서도 좀 떨어진다고 나오거든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늘 점수가 높은 편이었던 10대에서도 이렇게 장기적으로 꾸준히 하락세가 보이는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닙니다.

문해력이 세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서로 이해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삶의 역량에 바탕이 되는 능력으로 봅니다. 질 좋은 일자리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요. 사회 전반의 수준과도 연결됩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서 읽기 능력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건 물론 여전히 상위권이긴 하지만 고민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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