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정부가 2년마다 하는 조사가 있는데 오늘(26일)은 그 조사 결과 좀 들여다본다고요?
<기자>
네. 복지, 문화와 여가 생활, 그리고 사회참여 수준과 소득, 소비, 노동 분야에 대해서까지 만 13살 이상의 3만 7천 명을 대상으로 통계청에서 수행한 조사입니다.
2년마다 나라가 대규모로 실시하는 조사라서 지금 한국인들의 인생에 대해서 큰 그림을 보여주는 편입니다.
지난달 여기서 한국인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 그렇게 된다고 OECD 통계를 바탕으로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최신 조사인 이번에도 그런 경향 사람들이 점점 외로워하면서 서로서로 고립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게 보였습니다.
나한테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을까, 지난 2년 전보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응답이 모든 질문에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수 있는 사람, 곤경에 처하면 큰돈을 선뜻 빌려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 내가 우울할 때 내 얘기를 좀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줄 거 같은 사람 모두 2년 전보다 적어졌습니다.
<앵커>
20~30대가 특히 낮은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돼 있는데,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내가 노력하면 내 삶이 좀 더 나아질 거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확실히 낮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추이를 보면 사회에 대한 실망감이 짙어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9년에는 나 자신, 또는 나는 그렇다 치고 내 자식 세대는 지금 속한 계층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은 못돼도 40% 안팎에는 수렴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19살 이상의 인구 전체에서 이런 기대감을 표하는 사람들은 20%대에 머무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무래도 내 삶에 대한 기대가 계속 살아 있어야 남한테도 베풀고 나누자는 시민의식도 확산될 텐데, 조금이라도 기부를 하거나 자원봉사에 참여한다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 사회가 선진 사회로 나아갈 때 보이는 모습은 분명히 아닙니다. 지난 몇 년간 몇몇 기부단체들이 비리에 연루된 게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탓도 있겠지만, 내 울타리 밖의 것들을 돌아볼 만한 여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을 사는 면이 있는 결과입니다.
<앵커>
그래서 그런지 특히 중장년층이 '노후는 스스로 챙겨야 한다. 자식에게 기대면 부담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금 60세 이상은 자녀나 친척에게 생활비를 의존하는 비중이 10년 전에 비해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본인 또는 배우자가 생활비를 대체로 마련하고, 아니면 정부나 시민단체에 기대지 자녀에 기대는 비중은 이제 18% 수준입니다. 청년 세대의 삶의 질에 대한 기대가 점점 낮아지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특히 지난달에 OECD가 한국의 청년고용에 대해 분석하면서 얘기한 것 중의 하나가 한국 청년층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은 맞지만 현재 빈곤율 자체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노년층에 비해서는 좀 낮은 편이라면서 한국 청년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때까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우리의 중장년층은 자식에게는 여전히 쏟아부으면서 스스로는 미처 대처하지 못한 노후에 고독하게 맞닥뜨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아무튼 분위기의 이런 변화로 중장년층이 노후 준비를 전보다 좀 더 하고 있고요. 또 하나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사회보장제도나 보건의료 서비스는 나아지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노후를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좀 더 챙기는 여건은 자리를 잡고 있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