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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소미아 연장 '막전막후'…日 차관 '우려 표명'이 반전 계기

[취재파일] 지소미아 연장 '막전막후'…日 차관 '우려 표명'이 반전 계기
● 11월 10일 日 차관의 '지소미아 종료 우려' 표명

한·일 양국이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의 '종료 효력 정지'라는 절충점을 찾아냈습니다. 한·일 양측이 주고받은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국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세계무역기구인 WTO 제소도 잠정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은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 조치에 당장 변화를 내비치진 않았지만, 수출 관리와 관련한 국장급 대화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등가 교환'이 맞는지엔 평가들이 엇갈립니다. 하지만, '지소미아 연장'에 '수출규제 대화'를 연계시킨 일본이 '지소미아와 수출규제는 별개 문제'라던 기존 논리를 스스로 약화시킨 건 자명해 보입니다. (물론 일본은 여전히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요.) 그렇다면 일본이 입장 변화를 보인 계기는 언제였을까요?

여러 외교 소식통의 말을 종합해보면, 11월 10일 일본 도쿄에서 마주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아키바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 간 면담이 그 시작점이었습니다. 당시 아키바 다케오 차관은 조세영 차관에게 기존과 달라진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아키바 다케오 차관은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에 지소미아가 중요하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동안 지소미아 문제가 수출규제와 별개 문제라며 팔짱만 끼고 있던 일본이 당시 기준으로 시한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지소미아 종료에 우려를 표한 겁니다. 이때부터 청와대, 외교부 등은 본격적으로 일본의 메시지를 두고 검토에 들어갔고, 현재의 골격에 해당하는 문안을 처음 일본 측에 제안하게 됩니다.

● "美, 韓 제시한 원안에 '매우 좋은 딜…적극 돕겠다' 말해"

한국 측이 구상한 문안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완전 철회'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 즉각 철회+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한 협의'를 맞바꾸는 것이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지난 10일 한일 외교차관 면담을 계기로 청와대와 외교부가 이 문안을 만들어 지난 15일 미국에도 설명했다고 합니다. 한 소식통은 당시 "미국 측이 '매우 좋은 딜'이라며 자신들도 적극 돕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지난 18일 급히 방미했고, 매튜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게도 이 원안을 설명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은 한국이 먼저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것 자체에 가슴을 쓸어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 직접적으로 '매우 좋은 딜'이라고 말했다고 하더라도, 속내는 '파국은 면하게 해 줘서 다행이다'에 가깝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미국은 한국의 문안을 받아 들고 일본에 나름 설득 노력을 기울였지만, 일본의 반응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일본은 '3개 품목 규제의 즉각적 철회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고, 그 대신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열어 한국의 수출관리 운영 실태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마지노선을 밝혔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가 기대했던 일괄타결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서로 파국을 면하는 '휴전안'이 이렇게 만들어지게 된 겁니다.
G20서 만난 한일 정상 (사진=연합뉴스)
● '기싸움' 벌이는 韓·日…조속히 타협 가능한 절충점 찾아야

한·일 간 극적 타협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문제 해결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양측이 '조건부 분쟁 중단'에 합의한 상태나 다름없는 만큼, 해법 마련을 위해 적극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일본 당국자들의 발언을 보면,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2일 지소미아 종료 효력 정지 직후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고(아사히신문 24일 보도),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거의 이쪽(일본)의 퍼펙트 게임"이라고 말했습니다(산케이신문 23일 보도). 승패를 점수 매길 수 없는 외교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주장하는 셈입니다. 당장 한·일간 국장급 협의, 한일 정상회담 등 중요한 대화들을 앞두고 있는데, 양측은 실기하지 말고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계기로 십분 활용해야 합니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란 공감대를 어렵게 이룬 만큼, 조속히 타협 가능한 절충점을 찾을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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