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관 "트럼프-선들랜드 대사 통화, 너무 놀라 생생히 기억"

보안이 유지되지 않는 공개된 장소에서 도청이 의심되는 휴대전화로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의 통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져 깜짝 놀랐다는 한 외교관의 목격담이 나왔습니다.

목격담의 주인공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의 정무참사관인 데이비드 홈스입니다.

이러한 목격담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을 조사 중인 미국 하원이 현지 시간 18일 밤 탄핵조사 비공개 증언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드러났습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 첫날 '의미있는 새로운 증언'이라며 미 언론이 일제히 주목한, 트럼프 대통령과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간 통화를 들은 당사자인 홈스의 육성이 담겼습니다.

앞서 공개 청문회 첫날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은 자신의 보좌관이 지난 7월 26일 선들랜드 대사를 수행, 우크라이나 키예프를 방문했을 때 들었다는 내용을 증언했습니다.

테일러는 키예프의 한 식당에서 선들랜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 수석고문과의 만남을 포함한 일정에 대해 진전 사항을 보고했고, 이때 자신의 보좌관이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바이든 수사를 종용했다는 지난 7월 25일 통화 다음 날에 이뤄졌습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 달러의 군사 원조를 보류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원조를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대가로 내세운 것이라며 '뇌물죄'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테일러의 증언이 나오자 미 언론은 "이 깜짝 놀랄 증언은 이번 청문회를 촉발한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했음을 드러내는 새로운 증거"라고 평가했습니다.

테일러는 증언에서 그 보좌관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이날 녹취록을 통해 그가 홈스임이 공개된 것입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테일러가 직접 듣지도 않은 전언과 추측에 불과한 내용을 증언했다면서 테일러의 증언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그 통화를 현장에서 직접 들은 홈스의 증언이 공개되면서 공화당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고 외신들은 분석했습니다.

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큰 목소리로 말을 했기 때문에 선들랜드의 전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래서 그가 수사를 하겠다는 거야?'라고 물었고, 선들랜드는 '그가 그렇게 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이 요구하는 어떤 것이든 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홈스는 자신이 당시 대화를 받아적지는 않았으나 "생생하게" 기억한다면서 "너무나 독특한 전화통화였기 때문에 아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홈스는 "우크라니아는 백악관과의 회담이나 군사 원조를 위해서는 뭔가를 대가로 해줘야 함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홈스는 줄리아니가 대통령의 바람에 따라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수사를 추진해왔다는 게 분명해졌다고도 했습니다.

홈스는 오는 21일 하원의 다섯 번째 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