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등장 욱일기, 왜 문제인지 정리해드립니다

NO RISING SUN FLAG, WHY?

박수진 기자 start@sbs.co.kr

작성 2019.11.17 12:53 수정 2019.11.17 17: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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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한일전에서 또 욱일기가 등장했습니다. 일본 관중석에서 욱일기를 들고 응원하거나, 욱일기를 프린팅한 응원복을 입은 일본인들이 있었던 겁니다. KBO 측은 경기를 주최하는 욱일기 응원을 펼친 관중에 대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연맹은 "현재는 분쟁 상황이 아니며 IOC도 제재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이 최근 2020년 도쿄올림픽 경기장에 욱일기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프리미어 12경기가 그 우려를 현실화 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욱일 문양이 전통적이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문양에 불과하다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비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욱일기 사용을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누군가 '욱일기를 왜 사용하면 안되는지 설명해달라'고 묻는다면 바로 설명 가능하신가요?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자세히 설명을 하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비디오머그가 욱일기의 진짜 의미와, 왜 사용하면 안되는지 정리했습니다. 

●NO RISING SUN FLAG, WHY? - ①일본 전쟁범죄의 상징

태양 주변에 16개의 광선이 뻗치는 형상의 일본 욱일기. 일본 일왕의 위세가 세계로 뻗어 나감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욱일기에 대해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일 뿐이다, 오랫동안 널리 쓰였다, 풍요나 축하 등의 좋은 의미로 쓰였다"고 설명합니다.  ‘욱일 문양’의 전통적 의미를 강조하며  ‘욱일기’의 진짜 의미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겁니다. 

욱일기는 그 시작부터 일본 육군의 깃발(육군어국기)이었습니다. 1870년 5월 15일에 일본 메이지 시대 초기 법령인 태정관 포고 제355호를 통해 일본 육군 기병연대와 보병연대의 깃발로 쓰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청일전쟁 (1894), 러일전쟁 (1904), 중일전쟁 (1937), 태평양전쟁 (1941)까지 동아시아 지역을 침략하고 수탈한 전쟁 현장에서 이 욱일기가 펄럭였다는 사실은 다양한 역사적 사료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일본군은 중일전쟁 당시 중국인 수천만명을 학살하고 강간했고(난징대학살), 조선 등 식민지 여성을 전쟁 성노예로 동원했던 위안부와, 조선인을 강제 노동에 동원해 혹사 및 집단학살한 강제징용 등이 욱일기로 상징되던 제국주의 일본이 벌인 끔찍한 범죄 행위들입니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정부가 욱일 문양이 풍어나 태양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욱일기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전쟁 범죄의 과거를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욱일 문양의) 역사와 전통으로 끌고 가는 방식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NO RISING SUN FLAG, WHY? - ②반성 없는 일본의 상징 

일본과 함께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독일은 전쟁의 죄를 반성하며 스스로 ‘반(反) 나치법’을 제정했습니다. 전쟁을 이끌었던 독일 나치 당의 깃발 하켄크로이츠는 물론 나치를 떠올리게 하는 제스처까지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독일 형법 제 86조 (=反나치법) 
국가사회주의 즉 나치를 상징하는 깃발, 휘장, 제복, 표어, 경례 형식 등을 반포하거나 사용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하지만 일본은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도쿄전범재판에서 처벌을 피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아베 총리 외할아버지)는 이후 일본 총리까지 했고, 그 역사를 물려 받은 일본 우익 정권은 과거를 반성하는 대신 지우는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2008년 베이지올림픽,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자국민에게 욱일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등 일본 정부 스스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욱일기 사용을 자제한 적도 있지만 일본 내 우경화 움직임이 가시화 될수록 과거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과 독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과거 침략 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했던 그룹들이 실제로 청산되었는가라는 점이다. 나치스의 청산과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청산에서 전후 두 나라의 출발점이 달랐다. 중국과 한국이라고 하는,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의 피해자였던 나라들과 과연 일본이 보조를 맞추고 그들이 납득할 정도의 사죄와 배상이라는 부분을 충분히 실현했는가를 따져보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NO RISING SUN FLAG, WHY? -  ③바로 잡아야 할 역사왜곡의 상징 

욱일기 사용을 금지할 국제법은 없습니다. IOC, FIFA 등 국제 스포츠 기구가 자체 규정을 통해 ‘정치적 선전’을 금지하고 있는데, 욱일기 사용을 금지할 근거는 사실상 이게 전부입니다. 이마저도 해석이 달라 어느 땐 제재하고, 어느 땐 내버려둡니다. 일본 정부의 2020 도쿄올림픽 욱일기 반입 허용 방침에 대해 IOC가 손놓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국제 사회가 일본의 제국주의 역사 자체를 잘 모르는 것도 걸림돌입니다. 일본의 침략 전쟁에 따른 피해는 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했고, 전쟁 직후 피해국들의 상황이 국제 사회에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일본이 사죄해야한다는 공감을 끌어 내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독일 나치에 대해선 국가를 불문하고 비판 여론이 공감을 받고 있지만 일본의 전쟁 범죄 역사에 대해선 한국,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곤 잘 알지 못하는 현실이 발생한 셈입니다. 

그사이 일본은 전쟁의 역사를 교묘히 지우며,  욱일기는 일상적인 전통 문양에 불과하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