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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휘게의 기본은 '이것'

에밀 라우센 | 한국인 아내와 가정을 꾸리고 15년째 한국서 살고 있는 덴마크 남자

[인-잇]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휘게의 기본은 '이것'
소박한 행복을 중시하는 덴마크 식 생활방식 '휘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음식과 식문화이다. 음식의 힘은 실로 대단해서, 서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도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경험을 통해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볼 때 가족들과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시간은 무척 평범한 일상이긴 하지만 동시에 매우 편안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며 우리는 각자가 학교나 직장에서 경험한 일들을 공유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도 나눌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좋은 식재료의 중요성

우리 부모님은 균형 잡힌 메뉴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식탁에는 늘 채소가 가득 들어간 샐러드가 빠지지 않았다. 어릴 때는 '왜 풀을 이렇게 많이 먹어야 하지?'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런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부모님이 샐러드를 늘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장식해준 덕분에 결국에는 채소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어린 시절 식습관은 나이가 들고 가정을 꾸린 지금까지도 나에게 남아있다.

나는 내가 섭취하는 음식물이 결국 내 몸을 이루게 되고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안전하고 몸에 좋은 식재료들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한다.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가 나와 우리 가족의 건강에도 좋을뿐더러 그런 음식을 먹음으로써 지구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덴마크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더 좋아한다. 덴마크에 살 때는 미처 알지도 못했던 한국식 양념과 조리법이 이렇게 내 입맛에 사로잡다니, 나조차도 신기할 정도이다. 덕분에 식사시간은 더욱 즐거워졌다.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다들 이해하실 것이다.

이런 맛있는 음식에 분위기 있는 음악까지 틀어놓으면 식사시간은 배로 즐거워진다. 이런 기분 좋은 식사 시간은 내게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충전 시간이다. 가족과 함께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혼밥'이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혼자 식사를 할 때도 음식의 맛을 음미하며 마음의 휴식을 누리는 행복만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 식사를 함께하는 행복

혼밥도 좋지만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사가 더욱 소중한 것은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 정이 깊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의 하루가 어땠는지, 요즘 고민은 없는지, 내일은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는지 서로 묻고 대화하는 저녁 시간은 덴마크의 가정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수시로 야근이나 회식을 하느라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또 한국의 수험생들이 학원에서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느라 편의점이나 분식점에서 대충 끼니를 때운다는 얘기를 들으면 무척 안타깝다. 가족의 관심과 격려, 위로를 받지 못한 채 '대충' 저녁 한 끼를 해결해야 한다면, 나는 무척이나 우울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 세 번 음식과 함께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밥을 먹는 행위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그 즐거움을 쉽게 잊고들 살지만,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즐거움 중 많은 부분이 이 식사 시간에서 온다. 이런 소박하지만 확실한 일상의 행복, 그걸 놓치지 않는 게 '휘게'의 핵심이다.

※ 이 원고는 인-잇 편집팀의 윤문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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