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칠레 정부 "'피노체트 헌법' 바꾸겠다"…시위대 요구 수용

시위 사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칠레에서 정부가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칠레 내무장관은 현지 시간 지난 10일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여당 관계자들과 회동한 후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블루멜 내무 장관은 '제헌의회'가 개헌안 초안을 작성한 뒤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후 현지방송 카날13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수일 내에 개헌 방식을 발의할 것"이라며 개헌안 완성까지는 1∼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서 피녜라 대통령도 지난 9일 일간 엘메르쿠리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개헌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피노체트 시절 헌법을 뜯어고치는 것은 칠레 시위대의 핵심 요구사항이었습니다.

지난달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지난달 18일부터 격화하며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잦은 공공요금 인상, 낮은 임금과 연금, 높은 교육·의료비 부담, 고질적인 빈부격차에 대한 분노를 연일 거리에 쏟아내고 있습니다.

피녜라 대통령은 지하철 요금 인상 철회를 시작으로 임금과 연금 인상 등 여러 유화책을 내놓았지만 시위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근본적인 변화의 하나로 요구하는 것이 바로 개헌이었습니다.

현재 칠레 헌법은 1973∼1990년 군사정권 시절 마련된 것입니다.

1980년 발효된 후 여러 차례 개정 작업이 있었으나 민주화 회복 30년이 다 되도록 근간이 유지됐습니다.

직전 좌파 정부의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도 임기 중 개헌 작업에 나서 퇴임 직전에 의회에 개헌안을 제출했으나 아직 상임위원회 단계에 묶여 있습니다.

개헌 찬성론자들은 현행 헌법이 정통성이 결여됐고,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헌법상 국가의 의무로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 이뤄진 공공서비스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칠레의 양극화를 부추겼다며, 토대가 되는 헌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 시위대의 요구입니다.

최근 칠레 여론조사기관 카뎀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8%가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일단 시위대의 개헌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던 이번 시위 사태도 반환점을 맞을지 주목됩니다.

야당 민주당의 펠리페 하보 대표도 "마침내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환영했습니다.

다만, 국민이 만족할 만한 개헌안이 마련돼 통과되기까지는 상당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혼란과 진통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헌의회를 어떻게 구성할지 등도 관건입니다.

칠레에서는 개헌과 개헌 과정에서의 국민 참여를 요구하는 파업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