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극단적 선택, 韓서 많은 이유? '강한 정서 전염성'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작성 2019.11.10 20:55 수정 2019.11.10 22: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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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년 전에는 송파에서 세 모녀가, 이달 초에는 성북동에서 네 모녀가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목숨을 끊는 일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데요, 왜 그런건지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박 모 씨는 십 여년 전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는데 같이 살던 홀어머니는 돈을 벌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박 모 씨/자살생각 경험 : (어머니가) 치매 등급도 받으셨고 정신지체 3급도 가지고 계세요.]

극단적인 생각도 해봤습니다.

[박 모 씨/자살생각 경험 : 죽는 것밖에 답이 없을 것 같았어요. 돈 없지, 몸도 그렇지, 여기저기 막 터지지, 불안하지, 보호자 없지…]

수술과 입원을 반복한 박 씨,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지만 극단적 생각은 멈췄습니다.

병원에서 친한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박 모 씨/자살생각 경험 : 지금은 좀 많이 그런 게(자살 생각) 없어졌어요. 이렇게 얘기할 정도로 오래 다니다 보니까 거기 (병원) 계신 분들이 거의 직장동료 같고 가족 같아요.]

하지만 성북 네 모녀의 경우 고립감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자살[성북동 네 모녀 주민센터 담당자 : 어려우신 부분 있으세요,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특별한 얘기는 없으시더라고요.]

오랫동안 함께 사는 우리나라 가족의 특성상 한 사람의 고립감은 다른 가족에게 빠르게 전염됩니다.

가족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있는 유가족의 경우 자살 시도 위험도는 7.6배나 됩니다.

다른 나라보다 위험도가 크게 높은 것은 정서적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전홍진/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외국의 성향은 개인주의적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주위에 가족들이 있거든요. 가족 영향도 많이 받아요. 항상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같이 같은 감정을 공유해 왔잖아요.]

고립된 가족이 해법을 스스로 찾기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우선 사회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홍진/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정신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 사회적인 네트워크의 문제, 대인관계 문제 이런 것들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종합적으로 도와줘야지 결국 사회로 나오고, 자살예방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경제적 위기 등으로 고립돼 자살 위험성이 높은 가족을 미리 찾아내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대인관계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식·황인석, 영상편집 : 이승희)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