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여중생이 숨진 채 발견된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에서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를 결정적인 근거로 내세우면서 윤 모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체모가 오히려 피의자 이춘재에 부합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나둘 드러나는 부실수사 정황은 오늘(2일) 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자세히 확인해보시죠.
배준우 기자입니다.
<기자>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 모 씨.
경찰은 윤 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자백을 핵심 증거로 판단했습니다.
윤 씨에 대한 1989년 당시 국과수 감정서입니다.
현장에서 채취한 체모와 윤 씨의 체모를 놓고 중금속 성분 등을 검사해 비교하는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용의자의 체모 가운데 윤 씨를 비롯한 일부의 것만 비교 분석했을 뿐 이춘재 등의 체모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이러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은 DNA 감정에 비해 정확성도 떨어집니다.
국과수는 주요 분석 기준으로 티타늄과 망간의 함량을 들었는데 이게 오히려 이춘재의 체모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당시 이춘재가 일했던 전기회사의 제품에 티타늄과 망간 등이 포함됐었다는 것입니다.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 박사 : 용접공으로 특정할 수 있는 중금속 함량의 베타(기본 수치)는 아니다. 오히려 이춘재 씨가 근무했던 작업 환경과 (일치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습니다.]
또 윤 씨의 진술서는 누군가 옆에서 불러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재심 전문 변호사는 분석합니다.
모두 3차례에 걸쳐 작성한 10페이지 안팎의 자필 진술서에는 '주거지', '후문방향' 등 윤 씨가 쓰기 힘든 단어들이 다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준영/재심 전문 변호사 : (윤 씨는) 초등학교 3학년밖에 다니지 못해서 글자를 읽거나 쓰지 못했어요. 선택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이 한계가 있습니다. 자술서 흐름의 선후관계가 바뀐 부분도 있고요.]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최초 공개되는 윤 씨의 자필 진술서와 윤 씨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 등을 토대로 당시 수사가 부실했던 정황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영상편집 : 하성원, CG : 조형우)
(SBS 비디오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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