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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마침] 82년생 김지영은 어떻게 살게 될까

데이터로 보는 '김지영들'의 삶

[이주의마침] 82년생 김지영은 어떻게 살게 될까
**[이주의마침]은 <마부작침>이 선보이는 주간 콘텐츠입니다. 흥미로운 데이터로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주의 마부작침 콘텐츠이자, 이번 주를 끝마친다는 의미를 함께 담았습니다.

"죽을 만큼 아프면서 아이를 낳았고, 내 생활도, 일도, 꿈도, 내 인생, 나 자신을 전부 포기하고 아이를 키웠어. 그랬더니 벌레가 됐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82년생 김지영> 중에서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화제입니다. 지난 10월 23일 개봉했는데 10월 31일 현재 누적 관객 수 181만 명(KOBIS 집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평점도 이슈가 됐습니다. 영화를 본 1천여 명의 평균 평점은 9.43점(10점 만점, 네이버 영화)로 대단히 높은데, 네티즌 평점(3만 5천여 명 참가)은 평균 6.46점으로 차이가 큽니다. 평점에 참가한 네티즌 중 남성은 2.58, 여성은 9.51로 성별 따라 평점이 극과 극으로 갈린 논란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원작 소설도 화제작이었습니다. 조남주 작가가 쓴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10월 출간됐습니다. 故 노회찬 의원이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 선물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던 이 소설은 국내에서만 1백만 부 넘게 판매돼 밀리언셀러가 됐습니다. 타이완과 일본, 중국에서도 번역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이주의마침]에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흐름을 따라 데이터로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들여다 봤습니다.

1982년생은 2019년 현재 37세입니다. 2019년 주민등록인구에서 여성의 평균 연령인 43.2세보다 6살 어립니다. 전체 여성 중에서는 약간 젊은 세대의 이야기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주의마침] 82년생 김지영
● 1982년~1994년

김지영 씨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는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채 아가, 미안하다, 하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괜찮다. 셋째는 아들 낳으면 되지."


1982년 출생아의 성비는 100 대 106.8입니다. 이는 여성 아기 100명 태어날 때 남성 아기는 그보다 약 7명이 더 태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성비로 봤을 때 남아 선호가 가장 극심했던 건 1990년, 이때 출생아 성비는 100 대 116.5였습니다. 2018년 현재는 100 대 105.4, 요즘엔 여아를 더 선호한다지만 그래도 남성 아기가 더 많이 태어납니다.(인구동태통계연보, 통계청)

셋째 아이 이상에서 더 극단적인 성비가 나타납니다. 1993년에는 100 대 209.7, 역대 최고 차이를 보였습니다. 셋째 혹은 넷째 그 이상 아이에서 여아 100명이 태어날 때 남아는 210명이 태어났단 의미입니다. 자연 출산으로는 불가능한 수치로, 태아 성별을 확인해 여아면 낙태했다는 증언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이기도 합니다. 2018년 출생아 성비는 첫째나 둘째나 셋째 이상이나 105명대로 비슷합니다.

● 1995년~2000년

외진 정류장에는 행인 한 명 지나가지 않았고, 가로등마저 고장나 주위가 유독 깜깜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은 김지영 씨에게 남학생이 다가오며 낮게 읊조렸다.
"... X나 흘리다가 왜 치한 취급하냐?"


스토킹. 상대 의지와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니며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주는 행위입니다. 스토킹이 거듭되다 극단적인 경우 살인까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은 미비합니다. 현행법은 스토킹 범죄를 경범죄로 간주해 10만 원 이하 벌금 등으로 처벌합니다. 국내에서 처음 스토킹 처벌법이 발의된 건, 소설 속에서 17살 김지영 씨가 스토킹 피해를 당하던 무렵인 1999년인데 20년 지나도록 법 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당국이 집계한 성폭력 범죄 피해를 보면 2000년에 여성 피해자는 6,149명, 남성 피해자는 358명으로 여성 피해자 수가 남성의 17.2배입니다.(대검찰청 범죄분석) 경찰과 검찰이 공식 처리한 사건만 이렇습니다. 2017년에는 여성 피해자 수 2만 9,272명, 남성 1,778명으로 여성이 남성의 16.5배였습니다. 범죄 자체가 늘면서 피해자도 증가했는데 성별로 보면 여성 피해자 수가 월등히 많습니다. 다른 강력범죄, 살인-강도-절도-폭행 피해자는 남성이 더 많습니다만, 성폭력만큼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2017년 남성 피해자 1일 때 여성 피해자 비율: 살인 0.7, 강도 0.8, 절도 1.8, 폭행 0.6, 성폭력 16.5)

● 2001년~2011년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회사에서도 부담스러워해. 지금도 봐, 학생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줄 알아?"


이 기사에 담긴 내용 중 긍정적인 면에서 여성이 남성을 앞선 '유이'한 데이터 중 하나가 대학 진학률입니다. 2001년, 김지영 씨가 대학 진학할 때 진학률은 여성 63.3%, 남성 66.6%였습니다. 2018년에는 여성 진학률 73.8%, 남성 진학률 65.9%로 역전됐습니다.(교육통계연보, 교육부)

다른 하나는 2018년 15~29세 여성 고용률입니다. 전체 고용률을 보면 2005년 여성은 48.6%, 남성은 71.9%입니다. 차이가 적지 않은데 25~29세 연령대에서는 여성 63.1%, 남성 74.8%로 차이가 줄어듭니다. 2018년에도 전체 고용률은 여성 50.9%, 남성 70.8%로 크게 다르지 않은데 25~29세에선 여성 70.9%, 남성 69.5%로 나타났습니다. 13년 만에 여성 고용률이 부분적이긴 하지만 남성을 앞질렀네요. 15~19세, 20~24세 연령대에서도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습니다.(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청)

그다음을 보면 30세 이상부터는 다시 남성 고용률이 높습니다. 2005년이나 2018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성별 임금 격차, '페이 갭'은 어떨까요. 임금 노동자의 남성 평균 임금을 100이라고 했을 때 여성 평균 임금은 2005년에 66.2였습니다. 2018년엔 그 차이가 약간 줄어서 68.8이 됐습니다.(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보고서, 고용노동부)

● 2012년~2016년

"그래도 지영아, 잃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얻게 되는 걸 생각해 봐.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고 감동적인 일이야. 그리고 정말 애 맡길 데가 없어서, 최악의 경우에, 네가 회사 그만두게 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책임질게. 너보고 돈 벌어 오라고 안 해."
"그래서 오빠가 잃는 건 뭔대?...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 돼?"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둘 때 김지영 씨는 32세였습니다. 30~39세 경력 단절 여성은 2015년에 109만 1천 명, 경력 단절 이유 1위로 35.5%가 꼽은 건 육아였습니다. 2018년 같은 연령대 경력 단절 여성은 88만 6천 명이었는데 역시 육아 때문이라는 답변이 38.5%로 가장 많았습니다.(지역별 고용조사, 통계청)

20대까지 나아졌다고 해도 30세 이후 여성 고용률이 개선될 수 없는 주된 이유입니다. 30-34세 여성 고용률은 2005년 48.6%, 2018년 62.5%인데 같은 연령대 남성은 2005년 89.8%, 2018년 87.3%입니다.

● 2019년, 오늘의 대한민국

"세상 모든 딸들이 더 크고, 높고, 많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82년생 김지영> 작가의 말에서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 씨가 지금, 201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김지영과 그의 딸 정지원, 그리고 남편 정대현에게도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안준석 디자이너(ahnjoonseok@sbs.co.kr)
김민아 디자이너
이유림 인턴 

**2017년 범죄 피해자 비율에서 남성과 여성을 바꿔 썼다는 걸 독자 지적으로 알게 돼 수정했습니다. (수정일시: 2019.11.2. 오후 4시)
수정 전: 2017년 여성 피해자 1일 때 남성 피해자 비율
수정 후: 2017년 남성 피해자 1일 때 여성 피해자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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