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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 7개 안 '전문성 있는 재소자'…교도관들의 독백

5년 새 교도관 22명 극단적 선택

<앵커>

교도소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매일 재소자들과 지내는 교도관들의 심리 상태가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폐쇄적인 공간에서 돌발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데다 재소자로부터 폭행·폭언에 시달려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데요, 교도관들의 일상이 어떤지 심리치료는 받을 수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이슈리포트 깊이있게 본다, 김민정·정경윤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의정부 교도소, 업무가 시작되면 교도관도 휴대전화를 쓸 수 없습니다.

외부와 접촉이 끊기는 건 재소자와 마찬가지입니다.

입구에서부터 이곳 수용동까지 출입문 총 7개를 통과했습니다.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폐쇄적인 환경에서 업무를 합니다.

재소자 간 괴롭힘 등의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야간에는 근무 인원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듭니다.

재소자에게 폭행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규순/교도관 : 수용자가 본인이 원하는 대로 치료를 안 해준다고 해서 (직원이) 폭행을 당했던 사건이 있었거든요. 맞았을 때 그 아픔보다 말씀드린 대로 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정말 올라갑니다.]

지난해 교도관을 상대로 한 재소자의 폭행과 폭언은 모두 231건, 재소자가 교도관을 고소·고발한 것은 1천800건이 넘습니다.

[장선숙/교도관 : 난데없이 갑자기 고소장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너무 힘든 거예요. 막 밤길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걷고…(가족에게도)다 털어놓을 수는 없었어요. 보안 문제가 있어서.]

재소자의 극단적 선택을 목격한 뒤 자책감 때문에 심한 트라우마를 겪는 교도관도 있습니다.

[강성곤/교도관 : 아무 생각이 안 들었어요. 어떻게 조치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장두원/교도관 : 불면증 같은 게 있었고요. 근무지에 가면 위축되고 민감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교도관 정신건강 실태를 분석했더니 무능감, 우울, 불안, 외상후 증후군 등 8가지 증상 가운데 1개 항목에서 위험군인 교도관은 24.3%였습니다.

4명에 1명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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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교도관들은 어떻게 치료받고 있는 걸까요?

이곳은 심리치료센터입니다. 전국에 이런 시설이 12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수용자들을 위한 시설이어서 교도관들은 이용하지 못합니다.

외부 전문가의 교도관 상담 일지를 보면 재소자의 돌발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사회로부터의 고립, 부정적인 시선에 따른 무기력함을 호소하면서도 이런 고민을 해소하기는커녕 억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 5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교도관은 22명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강미정/법무부 교정본부 외부 상담사 : 직업군 자체에서 자살률은 좀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고요. 수용자의 자살이라든가 동료가 관내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든지 하면 교도관들이 조금 더 영향을 받습니다.]

경찰이나 소방 공무원에 비해 부정적인 인식이 높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교도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인 공감대도 얻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법사위) : 범죄자들을 교정·교화해서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려보내는 게 교정의 역할인데, 교도관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보건 안전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전문성 있는 재소자, 갇혀 있는 공무원, 모두 교도관들이 스스로를 일컫는 표현입니다.

저희가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교도관들의 정신 건강, 이대로 방치하면 재소자들에 대한 교화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김종태, VJ : 정한욱, CG : 김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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