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인터넷 조두순' 처벌 어떻게?…美 연방 검사 만나 물어보니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19.10.25 14:12 수정 2019.10.28 18: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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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를 보았다"…6개월 신생아 음란 영상까지 유통한 '인터넷 조두순'

 지난 16일, 미 법무부 홈페이지에는 이례적으로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공소장이 게시됐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 음란물 유통 사이트를 만든 한국인 23살 손 모 씨를 기소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IP 추적을 어렵게 만든 다크넷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익명성을 지킬 수 있게 해줬고, 돈거래도 흔적이 남지 않는 비트코인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아동 음란 영상을 올리면 또 다른 영상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콘텐츠를 채웠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해주면 영상을 내려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했습니다. 아동 음란물을 찾는 괴물들이 특정 검색어를 통해 원하는 걸 찾을 수 있는 편의까지 제공했습니다. 이렇게 규모를 키워 그 사이트에서는 25만 건, 8테라바이트 분량의 아동 음란 동영상이 거래됐습니다. 영상의 45%는 지금까지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거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아동 음란 동영상을 내려받은 횟수는 무려 1백만 건이었습니다. 누군가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영상을 찍고, 그걸 소비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손 씨의 사이트에는 아예 성인 음란물은 올리지 말라는 경고문까지 붙어 있었다고 하니, 오직 아동 성 착취 영상으로만 이베이 같은 엄청난 음란 장터를 만든 겁니다. 손 씨는 이런 구조를 만든 대가로 비트코인으로 4억 원 넘게 챙겼습니다. 

이 사이트는 아동음란물을 찾는 전 세계의 괴물들이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 연방검찰이 확인한 기소 건수는 손 씨를 포함해 338건입니다. 미국 내 여러 주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영국, 독일, 사우디, 체코, 캐나다 등 다른 나라도 많이 걸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단연 최고는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무려 223명, 거의 70%에 육박하는 아동 음란 동영상 이용자가 한국인이었습니다. 

 손 씨에 대한 연방 검찰의 공소장을 보는 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성적으로 학대받는 아동들의 고통이 건조한 법률 용어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성적인 학대를 하는 것 자체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생후 6개월 아기를 상대로 몹쓸 짓을 하는 영상까지 유통했다는 겁니다. 손 씨는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으로 전 세계의 괴물들을 끌어모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아동들이 희생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에서 23명의 아동이 실제 구조됐다고 합니다. 손 씨는 인터넷 세상의 조두순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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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신상 공개도 없이 내년 4월이면 출소…1년 6개월이 엄벌?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검거된 손 씨는 우리 사법부 판결로 이미 수감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판결문을 보면 황당합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에 집행 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어려운 국제 공조 수사를 했지만, 죄가 있다는 도장만 찍고는 허무하게 풀려났던 겁니다. 아동 음란물을 유포한 죄명이었지만, 취업제한도 없었고 신상 공개도 없었습니다. 가벼운 형사 사건처럼 사건을 판단했던 겁니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이 너무했다고 생각했는지 엄단 의지를 강조하기는 했습니다. 손 씨의 범행이 아동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성적으로 왜곡하는 것으로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고 했습니다.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판결 직전에 혼인 신고를 해서 부양할 가족이 생겼다는 점을 정상 참작의 사유로 꼽았습니다. 신상 공개 명령은 안 해도 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미 손 씨는 감옥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이제 내년 4월이면 출소합니다. 정보도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손 씨만 입을 다물면 누구도 그가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손 씨는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 가운데 죄질이 가장 나쁘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사법 시스템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가장 빨리 풀려나는 행운을 누리기 직전에 있는 겁니다. 
린지 서턴버그·지아 파루키·유리 이 워싱턴DC 연방검사● 인터넷 조두순은 미국에서는 어떤 처벌? 美 수사 검사 3인방의 답은?

 미국에서 발표된 한국 사건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수사했던 워싱턴DC 연방 검찰청의 수사 검사 얘기를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섭외 진도가 나가지 않아 애가 타고 있었는데, 이번 수사의 핵심 검사 3명이 인터뷰에 나오겠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아동착취와 음란물 범죄를 담당하는 린지 서턴버그 검사, 가상화폐 범죄를 맡았던 지아 파루키 검사, 사이버 범죄 담당의 유리 이 검사였습니다. (이 검사는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어느 정도 한국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검사들이 설명하는 아동 음란물 범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사악한 범죄였습니다. 린지 서턴버그 검사는 저항할 수 없는 아동을 상대로 음란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행위 자체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중범죄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아동 음란물을 단순히 소지하기만 해도 엄청난 처벌을 받습니다. 이번 수사에서도 국토안보부 전직 수사요원이 손 씨가 만든 사이트를 통해 아동 음란물을 내려받았다가 적발됐는데, 무려 70개월(5년10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영상을 촬영하거나 실제 착취하는 행위가 추가된다면 형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아동 음란물 범죄에서 징역 100년,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손 씨가 미국에서 검거됐다면 어떻게 처벌받는지 물어봤습니다. 서턴버그 검사는 간단한 공식처럼 설명했습니다. 일단 유통 사이트를 통해 아동 음란물 광고를 한 걸로만 최소 의무 형량이 15년, 직접 아동 음란물을 유통한 게 또 최소 5년이라는 얘기였습니다. 두 가지를 합치면 최소 20년 이상 형량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손 씨는 미국에서는 9개 혐의로 기소돼 있습니다. 가상화폐를 통한 돈세탁 혐의 등이 걸려 있는데, 미국에서 어느 것 하나 간단한 혐의가 아닙니다. 처벌받는다면 평생을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동음란물 범죄를 수십 년씩 징역형으로 처벌한다는 건 매우 낯선 얘기입니다. 미국에서는 왜 이렇게 엄벌하는 거냐는 질문에 검사들은 세게 처벌해야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래야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만들고 내려받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너무나 맞는 말이어서 할 말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크넷 수사● "다크넷·비트코인 뒤에 숨지 마라…다 찾을 수 있다"

 지아 파루키 검사는 이번 수사의 의미에 대해서 다크넷을 활용하고 비트코인으로 아동음란물 구매하는 사람들도 찾아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자금 추적 기술은 상당한 수준인데, 처음에 국토안보부와 미 국세청에서 손 씨가 만든 사이트의 서버를 특정했다고 합니다. 그 서버를 뚫기 위해 많은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들어가 보니 엄청난 규모의 아동음란물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국토 안보부가 다른 국가와 공조 시스템을 잘 구축해놨는데, 관련국과 신속하게 협조했습니다. 파루키 검사는 한국 경찰이 민첩하게 수사 협조를 해줬기 때문에 늦지 않게 손 씨를 검거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유리 이 검사는 아동 음란물 문제는 이제 더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강조했습니다. 사이버 세상에서는 모든 일이 국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수사 기관들이 서로 협조해서 진상을 규명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 범죄인 인도 준비하는 美…"법률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처벌"

손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여부는 큰 관심사입니다. 미국 연방 검사의 공소장은 손 씨를 9개 혐의로 기소하면서 처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인들에게 큰 피해를 줬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미국은 멕시코 마약왕 구스만의 신병을 인도받아 종신형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검사들은 일단 범죄인 인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파루키 검사는 "미국 법률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그들을 처벌할 것이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이미 일부 언론은 미 법무부가 손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는 보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가 한 번 처벌받은 자국민을 다른 나라에 범죄인 인도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자국민 보호 원칙에 어긋나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 씨를 미국에 보내서라도 엄하게 처벌하자는 인터넷 여론이 들끓는 것은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았던 우리 사법당국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