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성난 민심에 고개 숙인 칠레 대통령…연금·임금 개선안 등 제시

성난 민심에 고개 숙인 칠레 대통령…연금·임금 개선안 등 제시
▲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지하철 요금 50원을 올려 항의 시위가 격렬해진 칠레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대책을 제시하고 나섰습니다.

피녜라 대통령은 수도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수십 년 동안 문제가 축적돼 온 것이 사실인데 정부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식견 부족을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 뜻을 겸허하고도 분명하게 들었다"며 이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칠레에선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30페소(50원·출퇴근 혼잡 시간 기준) 인상이 도화선이 된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습니다.

잦은 공공요금 인상과 서민들에겐 너무 높은 생활 물가에 불만이 쌓여가던 시민들이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칠레 지하철 요금 인상 시위
학생들 주도로 지난 7일 시작된 시위는 지난 18일 급격히 과격해졌고, 지하철역과 건물 방화, 상점 약탈이 이어지며 15명의 사망자도 나왔습니다.

정부는 주요 도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해 군에 통제권을 부여하고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령했습니다.

피녜라 대통령은 시위가 격화하자 뒤늦게 지하철 요금 인상을 철회하며 대화를 제안했으나, "칠레는 시위대와 전쟁 중"이라고 발언하는 등 시위대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전쟁 발언 이틀 만에 한결 누그러진 어조와 함께 들고 나온 이번 대책엔 서민 가계부담을 줄이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폭넓은 정책이 담겼습니다.

칠레 일간 엘메르쿠리오에 따르면 칠레 기초연금(PBS)과 보충연금(APS)을 즉시 20%씩 올리고, 내년과 내후년에 7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연금을 추가로 인상하는 내용이 대책에 포함됐습니다.

또 종전 월 30만 1천 페소(49만 원)에서 인상된 35만 페소(57만 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한편 의료비 부담 축소와 전기요금 안정화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칠레 재무부는 이러한 대책을 위해 필요한 예산을 12억 달러(1조 4천억 원)로 추산했습니다.

피녜라 대통령은 재원 마련을 위해 월 800만 페소(1천300만 원) 이상 버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구간을 신설해 40%의 세율을 적용하고, 의원들과 고위 공무원들의 임금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대통령의 유화책을 시위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번 사태 장기화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