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고농도 미세먼지에 단기간 노출돼도 사망자 늘어난다

[취재파일] 고농도 미세먼지에 단기간 노출돼도 사망자 늘어난다
미세먼지의 계절이 시작됐다. 중국발 고농도 미세먼지가 들어오면서 서울, 경기와 충청 등 서쪽을 중심으로 푸르던 하늘이 회색으로 변했다. 당초 예보만큼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지난 21일(월) 서울,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는 올가을 첫 고농도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가 발령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지역의 일평균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보면 지난 18일과 19일에는 '좋음' 수준인 10㎍/㎥ 안팎에 머물렀지만, 중국발 미세먼지가 들어오면서 20일부터 22일까지는 '보통' 수준인 25㎍/㎥ 안팎까지 올라갔다. 예보처럼 '나쁨'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초미세먼지 농도가 단 하루 만에 10㎍/㎥ 이상 크게 올라간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최근 서울 지역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최근 한 차례 중국발 미세먼지가 지나간 것처럼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경우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단기간에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보면 고농도 미세먼지에 단기간 노출될 경우도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부 논란 또는 오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로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인 만큼 대책도 그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장기간 평균 상태를 낮추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단기간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대비도 매우 중요하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단기간 노출돼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규모 국제 공동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를 비롯한 한국과 중국, 호주,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서 미세먼지와 건강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학자 49명이 전 세계 24개 국가나 지역에 있는 652개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Liu et al., 2019).

연구팀은 특히 단기간 고농도 미세먼지 노출이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해 1986년부터 2015년까지 각 지역의 일별 미세먼지(PM 10) 농도와 초미세먼지(PM 2.5) 농도, 그리고 매일 매일의 사망자 수를 분석했다. 지금까지 여러 기관과 연구자들이 각기 다른 지역과 기간에 대해 연구를 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많은 학자와 국가가 참여해 통일된 기준으로 다양한 지역에 대한 대규모 연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 2일 이동 평균한 미세먼지(PM 10) 농도가 하루 전날보다 10㎍/㎥ 높아질 경우 모든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평균적으로 0.44% 늘어나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0.36%,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0.4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서울,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 나타난 것처럼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하루 전날보다 10㎍/㎥ 높아질 경우는 미세먼지 농도가 10㎍/㎥ 높아질 때보다 사망자가 더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0.68% 증가했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0.55%,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0.74%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단기간 노출되는 것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아래 그림 참조).
미세먼지(PM 10, PM 2.5) 10㎍/㎥ 증가에 따른 사망자 증가 (자료 : Liu et al., 2019)
물론 연구의 한계는 있다. 이번 연구는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밝힌 것이지 고농도 미세먼지 노출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인지 기전이나 인과관계를 밝혀 낸 것은 아니다. 전 세계 262개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을 했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 스페인 등 자료가 충분히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분석이 이뤄진 점도 있다.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 결과는 하루 전날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올라갈 경우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심장 질환이나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고농도 미세먼지에 단기간 노출돼도 질병이 악화되거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세먼지 평균을 낮추려는 대책도 중요하지만 건강 영향을 고려할 때 미세먼지 저감조치 같은 단기적인 대책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고농도 미세먼지를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호흡기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고농도 미세먼지를 더욱더 피해야 한다. 장기간 노출에 비하면 별것 아니겠지 생각할 수 있지만 단기간 나타나는 고농도 미세먼지 역시 심할 경우 조기 사망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국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고농도 미세먼지를 대비하고 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최대한 일찍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2~3일 정도인 미세먼지 예보 기간을 적어도 1주일 이상으로 늘리고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일찍 제공해야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국민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참고문헌>

* C. Liu, R. Chen, F. Sera, A.M. Vicedo?Cabrera et al., Ambient Particulate Air Pollution and Daily Mortality in 652 Cities,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9;381:705-15. DOI: 10.1056/NEJMoa1817364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