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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리아 주둔 이유는 석유뿐"…쿠르드 "가라, 배신자"

美 "시리아 주둔 이유는 석유뿐"…쿠르드 "가라, 배신자"
5년 전 꽃과 박수 속에 시리아 북부에 발을 디딘 미군이 돌멩이와 썩은 감자를 맞으며 떠나갔습니다.

시리아 북부에 주둔했던 미군 일부가 현지 시간으로 21일 오전 국경을 넘어 이라크 북부로 이동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자사 기자가 미군을 태운 군용 차량 100여 대가 시리아 북부에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도후크 주의 사헬라 국경 검문소를 지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터키와 22일까지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으며, 이 휴전 기간을 이용해 미군 병력을 이라크로 이동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21일 까미슐리에서 철수하는 미군 차량을 향해 감자와 돌멩이를 던지는 쿠르드 주민들 (사진=AP, 연합뉴스)
그러나 쿠르드 매체 안하 하와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쿠르드 도시 까미슐리에서 성난 주민 들이 미군의 군용 차량 행렬에 돌과 감자, 썩은 음식을 던지면서 "가라, 이 배신자들", "미국 반대", "거짓말쟁이 미국" 등을 외쳤습니다.

일부 주민은 맨몸으로 철수 행렬을 가로막거나,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했으며, "미국인들이 쥐처럼 줄행랑치네"라는 성난 목소리도 들려왔습니다.

한 주민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사람들이 미국의 철군에 분노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면서 "우리는 아이들을 보내 IS와 싸우게 했는데, 미국은 우리를 버렸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군 통수권자의 명령에 따라 쿠르드를 저버리면서도 연대의 마음을 드러내는 듯한 미군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AFP통신은 미군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 병사가 시리아 쿠르드 여성 민병대(YPJ)의 휘장을 어깨에 단 채 미군 장갑차를 타고 시리아 북부에서 철수하는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고위 외교관은 "이것은 항복"이라고 규정했다고 가디언이 전했습니다.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민병대는 그간 미군의 지원 아래 IS와 전장에서 선봉 부대 역할을 했으며, 2014년부터 약 1만 명이 전사하면서 IS의 확대를 막았고, 이란이 후원하는 시리아 정부를 견제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북부에서 철군을 결정해 터키군의 쿠르드 공격을 용인했습니다.

중동 전문기자인 제난 무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시리아 북부에 미군이 처음 왔을 때 쿠르드족은 꽃을 선사하며 그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했는데, (터키의 공격에) 겁에 질린 쿠르드족은 이제 떠나는 미군에 돌을 던진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9일 시리아 북부에 주둔한 미군 병력 상당수가 이라크 서부로 이동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인이 아니라 시리아 석유를 지키기 위해서 미군을 남긴다는 점을 대놓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현지 시간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석유를 지키는 것 말고는 주둔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동맹 배신론'을 겨냥, "나머지 인류와 문명을 위해 우리가 중동에 남아서 쿠르드를 보호해야 한다는 합의가 어디 있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습니다.

(사진=AP, 게티이미지코리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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