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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0명 신청, 면접까지 1년…난민 심사 현주소

<앵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이 1만 6천 명입니다. 그런데 그걸 심사하는 사람은 100명도 안 됩니다. 난민 신청하고 면접 보는 데 1년이 걸리기도 한다는데, 오늘(21일) 이슈리포트 깊이 있게 본다에서 난민 심사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원종진 기자, 정경윤 기자가 함께 전해드립니다.

<원종진 기자>

이른 아침 서울출입국사무소 외국인청, 1층부터 3층까지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시에라리온 출신 난민 신청자 : 1시간 30분 전부터 와 있었습니다.]

난민 신청을 받는 사무실 문이 열리자 번호표를 받으려는 신청자들이 몰려듭니다.

[한 명씩 여권 들고 와 주세요!]

난민 신청 접수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데도 벌써 이렇게 복도 앞과 계단까지 신청자들의 줄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하루 평균 60명 정도가 난민 신청 심사를 받는데 보통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서류를 갖춰서 여러 번 와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긴 줄이 매일 같이 늘어서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2013년 난민법이 제정된 뒤 신청자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1만 6천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터키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지난달 한국에 온 이 남성은 한국인 목사와 동행했습니다.

[터키 출신 난민 신청자 : 터키에서 기독교 인이 됐습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라서 사회와 문화가 나의 개종을 핍박하고 어려움을 줘서 목숨을 지키기 위해 한국으로 왔습니다.]

지난해 예멘 출신 난민들이 대거 입국했던 사건이 이슈였지만 현장에서 만난 난민 신청자들의 국적과 신청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가나 출신 난민 신청자 : 한국에서 일하고 삶을 꾸리러 왔습니다. 가나에는 한두 가지 위험한 이슈들이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 난민 신청자 : 저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요리사였어요. 여긴 치안이 좋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어요. 범죄도 굉장히 많아요.]

지난해 난민 신청자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가 2천 명 안팎으로 가장 많았고, 말레이시아와 중국이 뒤를 이었습니다.
난민 신청
<정경윤 기자>

이곳에서는 본격적인 심사, 즉 면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청자 한 명당 길게는 2~3시간씩 진행됩니다.

이집트에서 온 이 난민 신청자의 면접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됐습니다.

[서울출입국사무소 심사관 : 면접 내용 영상 녹화하는 데 동의하시는지…]

난민 신청을 한 건 지난해인데 1년 만에야 면접을 보게 됐습니다.

면접이 끝나면 심사관들은 길게는 한 달 정도 최종 심사를 거쳐 결과를 통보합니다.

신청자가 이의제기를 할 경우 또다시 1년 가까이 2차 심사가 진행됩니다.

올해 난민 심사관은 전국 91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난민 신청자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김상렬/서울출입국사무소 심사관 : 특수어 같은 경우에는 통역인을 구하기 힘든 경우도 많고 그런 경우에는 이중 통역을 한다든지 하는 애로사항들도 있습니다.]

여기에 면접 조서 조작 논란, 통역 오류 등 부실 심사라는 비판까지 더해지면서 심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의원 : 난민을 더 많이 수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난민 인정 여부를) 확정해서 결과를 줘야, 이들에 대한 관리가 수월하고 정부가 들어가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난민 심사 제도는 난민 신청자가 1천 명 정도일 때 만들어진 뒤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해마다 난민 신청자는 급증하는데 혐오와 공포의 정서만 두드러질 뿐 이들을 어떻게 심사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신청자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심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선, 정부·국회·시민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 시급히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합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오영택, CG : 최진회, VJ : 정한욱·김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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