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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의원님, 이번엔 어떻게 심사하실 건가요?

513조 '슈퍼예산' 심사 시작

[마부작침] 의원님, 이번엔 어떻게 심사하실 건가요?
"이제 우리 정부는 남은 2년 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혁신적이고, 포용적이고, 공정하고, 평화적인 경제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2019.10.22. 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내년 국가예산안 513조 원을 둘러싼 줄다리기, 국회의 예산안 심사. '예산 국회'가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 막을 올렸다. 연설 내용처럼 국회도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2년 전부터 국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 주목했다. 국회는 헌법 54조에 따라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 수백 조 원에 이르는 예산이 적재적소에 편성·집행하도록 짜였는지 국회는 정밀하게 심사해 조정할 의무가 있다.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국가 예산안 심사를 제대로 하고 있나? 2018년과 2019년 예산안의 국회 심사를 분석한 <마부작침>의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2020년 예산 심사,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까?

● 2020년 예산안 513.5조 원... 예견된 '초슈퍼 예산'

2007년 이후 국가 예산은 줄어든 일이 없다. 2007년 237조 원에서 2019년 올해, 469.6조 원으로 12년 만에 예산은 거의 두 배로 증가했고 2020년 예산안은 500조 원을 훌쩍 넘겼다. '역대 최대 규모' 혹은 '슈퍼'라는 수식어는 매년 등장해 왔다.
[마부작침]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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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분야가 2019년 예산에서도 31.7%로 비중이 가장 컸다. 2020년 예산안에도 최대 비중이다. 2007년엔 전체 예산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했는데 이제는 3분의 1 비중이다. 다음으로 비중이 큰 건 일반·지방행정, 교육, 국방 분야다. 2020년 예산안에는 전년에 비해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 예산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 국회 예산안 심사, 이렇게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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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예산안 편성은 이렇게 이뤄진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각 국가기관이 5월 31일까지 제출한 예산요구서를 취합·조율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한다.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확정된 정부 예산은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에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는 이 정부 예산안을 각 상임위원회에서 예비 심사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본 심사를 벌인 뒤 본 회의 표결을 통해 최종 확정한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제출한 2019년도 예산안은 470조 5,016억 원이었는데 국회 심사에서 9,265억 원이 줄어들어 469조 5,752억 원으로 결정됐다.

전체 금액에서는 정부 예산안보다 국회 의결 예산이 줄어들었으나 실제로는 증액과 감액이 동시에 이뤄졌다. 감액이 좀 더 많았던 것이다. 지난해 국회 심사에서 정부 예산은 5조 1,751억 원 감액됐고, 3조 9,238억 원 증액됐다. 증액 예산 중에는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사업 예산액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원래 정부안에 없던 신규 사업도 다수 들어 있다. 국회의원들이 심사 과정에서 추가한 이른바 '국회발 신규사업'이다.

● 의원님, 예산 심사 왜 그렇게 하셨어요?

<마부작침>이 2018년도 예산과 2019년도 예산 심사를 분석한 결과, '국회발 신규사업'은 2018년도 예산에서 447개- 1조 2,580억 원 규모, 2019년도 예산에서는 453개- 9,929억 원 규모였다. 꼭 필요한 사업인데 정부가 간과해 누락됐다면 국회가 이를 보완하는 건 그 책임을 다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 400여 개 신규사업이 대부분 필요한 사업들이었을까.

2019년도 예산의 '국회발 신규사업' 453개 가운데 342개, 75.5%는 <마부작침> 분류 기준에서 '지역성 사업'이었다. 즉, 특정 지역에 무언가를 건설하거나 조사하는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해당 지역구 의원의 성과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이 대부분이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정부가 사업성 낮고 못 쓴다는데도 국회에서 밀어붙인 사업이 11개- 131억 원 규모, 법과 시행령을 위반하거나 예산 편성 원칙을 무시한 사업은 37개- 1,002억 원 규모, 세부내역 논의 없이 한꺼번에 심사한 '뭉텅이 처리' 사업 114개- 1,046억 원 규모, 예산 심사 회의록에 논의한 흔적이 전혀 없는 '깜깜이' 사업 128개- 2,200억 원 규모였다.(중복 포함)

▶ 한눈에 살펴보자, 2019 예산회의록 분석 
http://mabu.newscloud.sbs.co.kr/201902budget/
(위 주소로 들어가면 '2019년 예산회의록 분석'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볼 수 있습니다.)

● '국회 선진화법' 이후 더욱 줄어버린 심사 기간

2013년도 정부예산은 2013년 새해 첫날인 1월 1일 새벽에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한 달이나 넘겨서 의결한 것이다. 연말이면 늘 국회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었다. 쟁점 예산과 예산 부수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원인이었다.

'국회 선진화법'이 이를 바꿔 놓았다. 예산 심사 기한을 11월 30일까지로 정해 이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제출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게 하면서 1월 1일 예산안 처리 장면은 사라졌다. 긍정적인 변화다. 문제는 국회의 예산 심사 수준까지 선진화하진 못했다는 점이다.
[마부작침] 예산
국회 예산심사의 핵심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소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각 상임위에서 예비 심사한 뒤 이 예산소위원회에서 증액과 감액 심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예산소위 위원을 누가 맡느냐를 놓고 여야 각 당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마부작침>이 따져보니,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전에 39일, 22일이었던 예산소위 심사기간이 2014년 이후 계속 줄어들었다. 2015년엔 겨우 닷새에 그쳤고, 2018년에는 단 아흐레에 불과했다. 예산소위원회 심사 시작과 끝을 기준으로 한 계산이라 실제 심사 기간은 더 짧다.

이유는 단순하다. 예산안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 대립은 여전한데 심사를 끝내는 날짜만 못박았으니 심사 기간이 줄어든 것이다. 기한 내에 심사를 마치긴 해야 하는데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부족하니 편법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바로 '소소위'다.

● 법에 없지만 법 위에 있는 '소소위'

소소위. 예산소위원회의 소위원회다. 2018년 예결위 기준 16명인 예산소위원회 규모를 더욱 줄여서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 4~5명으로 압축한 별도의 논의체다. 국회법은 물론 어느 법령에도 근거 규정이 없지만 그동안 국회는 예산 심사 기간에 관행적으로 운영해 왔다.

인원이 적고 여야 핵심 인사들만 참여하니 심사는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법에 근거가 없는 기구인 만큼 회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기록할 의무도 없다. 주요 쟁점 예산이 소소위에서 어떤 근거로 처리됐는지 참가했던 위원들이 밝히지 않으면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마부작침>이 지난해 국회 예산심사 회의록 전체를 분석했더니 '소소위에서 논의하자', '소소위로 넘기자'는 말이 4백 회나 등장했다. 현재 국회 예산심사는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가 한층 더 강화된 구조다.

● 의원님, 이번 예산 심사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마부작침>은 2018년도 예산부터 국회의 심사 과정을 들여다봤다. 우리가 처음 던진 질문은 "의원님, 예산 심사 왜 그렇게 하셨어요?"였고 1년 뒤에는 "의원님, 예산 심사 또 그렇게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이번엔 조금 일찍, 국회 예산 심사를 시작할 때 묻고 싶다. "의원님, 이번 예산 심사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국민 세금에 기반한 513조 원 규모의 국가예산에 문제 없는지, 적재적소와 적시에 제대로 편성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심사하는 건 헌법이 정한 국회의 의무다. <마부작침>은 국회가 제 역할을 잘하는지 따져보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겠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안준석 디자이너 (ahnjoonseok@sbs.co.kr)
김민아 디자이너
이유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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