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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함께 산 아내가 남편을…'황혼 살인' 왜 일어나나

<앵커>

속을 더 들여다보면 60이 넘어서 심지어 70, 80이 돼서도 부부간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가 적잖이 나옵니다. 황혼살인, 이유가 뭔지 분석을 따로 해봤습니다.

정혜경, 안혜민 기자입니다.

<기자>

노부부에게 비극이 닥친 건 4년 전 겨울입니다.

[마을 주민 : 돌아가셨다고 방송하니까 알았지.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해서 돌아가셨나 보다.]

수십 년간 남편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던 70대 아내 A 씨, 그날도 설거지를 마치고 나오다 이유 없이 폭행당하자 80대 남편을 살해했습니다.

[마을 주민 : 할머니가 많이 돌아다녀서 벌고, 벌어 나르고 했어. 할아버지는 귀도 먹고 좀….]

A 씨는 '이대로는 더 이상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에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58년 동안의 결혼생활, 그 끝에 남편을 숨지게 한 이 노인에게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마부작침 분석 결과 이처럼 피해자가 60대 이상인 이른바 '황혼 살인'은 전체 사건의 23%에 이르렀습니다.

전체 '부부 살인'에 비해 아내의 범행 비율이 20%P 이상 높았습니다.

[최선혜/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 (이들이) 경험했던 가정은 더 가부장적일 수밖에 없고, 더 폭력이 일상화될 수밖에 없고.]
58년 산 부부비극 황혼살인
가정폭력 신고 건수를 살펴보면 이렇게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검거 비율은 10%대에 불과합니다.

2015년부터는 그나마도 감소세입니다.

5년 동안 18만 3천 명을 검거했는데 이 중 구속된 건 단 1%, 2천 명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도 문제지만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남편의 폭력에 어떻게 대응했냐는 질문에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답변은 1%대에 그쳤고 그중에서 경찰에게 도와달라고 했다는 답변은 3%가 채 되지 않습니다.

왜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요?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집안일이 알려지는 게 창피했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습니다.

신고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는 답변도 4명 중 1명꼴로 나왔습니다.

가정폭력 방지법이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었고 경찰이 가정폭력 신고를 별도로 관리한 지도 6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폭력에 노출된 그리고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이웃이 많아 보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김종태, VJ : 정한욱, CG : 최하늘·황예진)   

▶ 부부 살인, 중년 이후가 더 위험…71% 가정폭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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