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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사실상 계엄령' 선포…시민 저항 꺾을지는 미지수

홍콩 정부 '사실상 계엄령' 선포…시민 저항 꺾을지는 미지수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을 발동하고 복면금지법 시행을 선포했습니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법규입니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와 구금, 추방, 압수수색, 교통·운수 통제, 재산 몰수,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 무소불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상대권'을 부여받습니다.

행정장관은 이러한 비상조치를 어겼을 때 처벌도 정할 수 있으며, 그 처벌은 종신형까지 가능합니다.

사실상 계엄령에 가깝습니다.

행정장관에게 부여되는 비상대권 수준이 막강하기 때문에 홍콩 역사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1967년 7월 반영 폭동 때 단 한 번뿐입니다.

52년 만에 긴급법이 발동된 겁니다.

이에 따라 범민주 진영은 홍콩 정부가 긴급법이라는 '무소불위'의 칼로 민주화 요구 시위를 진압할 추가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폭력사태가 악화하면 정부는 더 많은 해결책을 검토할 수 있다"며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친중파 진영과 경찰 내에서는 특정 지역의 집회 금지나 야간 통행금지령 등을 시행해 시위를 전면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화 요구 시위대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단체인 민간기자회는 "긴급법이 발동되면 이는 '엔드게임'(endgame)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긴장 상황을 조장해 홍콩의 법률체계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희망하는 대로 사태가 흘러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우선 복면금지법 시행 자체가 거센 정치적, 법률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 야당인 공민당 소속 데니스 궉 의원은 "긴급법은 홍콩 기본법과 국제인권규약이 없던 1922년에 제정된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1999년 유엔인권위원회에 긴급법 발동 시 입법회 심의를 거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긴급법을 발동하려면 입법회 심의를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법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궉축킨 등 범민주 진영 인사들은 복면금지법이 실질적인 홍콩 헌법인 기본법 등에 어긋난다고 보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습니다.
우산 혁명 5주년 맞아 더 격렬하게 진행된 홍콩 시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홍콩 시위대는 복면금지법에 전면적으로 저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홍콩 도심에 운집한 수만 명의 시민이 한꺼번에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나선다면 홍콩 경찰이 이를 현실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긴급법 발동에도 홍콩 시위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중국 중앙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각오하고 홍콩에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알렉산더 닐 연구원은 "중국은 홍콩 경찰에 의한 질서 유지가 불가능해질 때를 대비해 적극적인 비상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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