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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지나가자 그대로 고립…식수 찾아 '왕복 4시간'

<앵커>

태풍으로 전기가 끊겼던 곳은 거의 복구됐지만 피해가 컸던 경북 울진에는 아직 전기도, 수도도 쓸 수 없는 고립된 마을이 20곳이 넘습니다. 마을로 가는 길이 끊겨서 당장 마실 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TBC 이종웅 기자입니다.

<기자>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는 중간에 사라졌습니다.

한참을 걸어 닿은 마을도 그야말로 물 폭탄을 맞았다는 말을 실감케 합니다.

허벅지 높이까지 밀려든 토사를 삽으로 퍼내 보지만 쉽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방 안까지 밀려든 흙탕물을 씻어내고 닦느라 쉴 틈이 없습니다.

수도마저 끊기면서 마을 주민들은 계곡물을 끓이거나 면사무소 직원이 가져다준 생수로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이순정/울진군 기성면 삼산리 : 산 계곡이 있어요. 거기 가서 물 양쪽에 주전자로 세 번 날랐어요. 그 물로 쌀 씻어서 대강 일회용 가스레인지로 밥을 해서 먹고…]

그제(2일) 밤부터 전기가 끊겨 촛불에 의지해 춥고 습한 방에서 불안하고 불편한 이틀 밤을 보냈습니다.

전화도 먹통이 되면서 부모와 연락이 닿지 않은 자식들은 밤새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김태훈/강원도 동해시 : (2일 밤) 11시쯤에 어머니께서 '물이 집 앞에까지 찼다' 그 이야기 하시고 그 이후부터 연락이 안 되니까.]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가 이렇게 끊어지면서 울진에서만 21개 마을이 고립됐습니다.

주민들은 당장 먹을 물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차가 닿는 곳까지 걸어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최현보/울진군 기성면 삼산 2리 : 내가 11시 57분에 출발했는데 여기까지 오는데 1시간, 기성 (면사무소)까지 가려면 2시간, 왕복 4시간 정도 넘게 잡으면 될 것 같네요.]

울진군은 고립된 주민 1천 2백여 명에게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했지만, 비가 오는 등 날씨가 나빠 마을에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영상취재 : 신경동 TBC, 항공촬영 : 울진산림항공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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