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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권 유린한 국가의 폭력 담긴 '4,691건 기록'

선감학원 원아대장 입수

<앵커>

일제 강점기 때 설립돼 1982년에 문을 닫은 경기 안산 선감도의 선감학원입니다. 말하자면 소년판 삼청교육대 같은 곳으로, 남루한 행색의 아이들이 강제로 끌려와 폭력과 노역에 시달렸고 억울한 죽음도 잇따랐습니다. 아직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소식, 지난주에 전해드렸는데 이번에는 저희가 선감학원의 원아대장을 4천700건 가까이 입수해 그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어머니 약을 사러 갔다가 강제로 끌려 왔다." "끌려온 지 1년 만에 자해 기도를 하고, 2차례 탈출 시도 끝에 숨진 채 발견됐다." 기록 곳곳에는 이렇게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자행한 폭력과 인권 유린의 참혹한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권지윤 기자의 리포트 먼저 보시죠.

<기자>

선감학원 원아대장 4천691건을 분석하면서 가장 먼저 눈을 찌르는 단어는 '수집'입니다.

아이들을 수집대상으로 기록했습니다.

입원 경위도 터무니없습니다. "어머니 약을 사러 갔다가 잡혔다" "케이크 장사, 외상값을 받다가 잡혔다"

아이의 상세 주소가 적힌 대장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전체 4천691건 중 최근순으로 먼저 1천900여 건을 상세 분석한 결과 부모, 형제 등 연고자가 적혀 있는 대장만 1천438건, 73%에 이릅니다.

선감학원이 가족과 생이별한 아이들의 강제 수용소였음을 원아대장이 증언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성곤/선감학원 피해자 : 물건 취급을 한 거예요.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힘든 노역과 가혹한 처벌의 기록도 담겨 있습니다.

"염전에 나오지 않아 벌을 줬다." "집에 가겠다는 불량성을 지니고 있다." "침울한 표정을 지어 주의를 줬다." 여기에 나온 주의와 벌, 모두 폭력이었습니다.

[김성곤/선감학원 피해자 : 말을 안 들으면 곡괭이 자루 그런 걸로 그냥 때려 버리는 거예요. 여기저기 멍이 들고 머리가 터지고….]

14살 아이는 끌려온 지 1년 만에 자해 기도, 9살 아이는 1주일 만에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자유를 찾고 싶으면 탈출이라는 방법을 택해야만 벗어날 수 있는 것이고….]

하지만 급류와 갯벌 탓에 탈출 시도의 결과는 끔찍했습니다.

한 아이는 2차례 탈출 끝에 섬 1천500m 지점에서 익사체로 발견됐고 또 다른 아이는 3차례 탈출을 해 끝내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원아대장에는 퇴원 사유가 탈출로 기록된 것은 883건, 사망 24건이지만 피해자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면 감춰진 죽음이 더 드러날 가능성이 큽니다.

무단이탈로 제적됐다고 기록된 10살 여 모 군 경우도 탈출 끝에 숨졌다는 증언이 이어집니다.

[이대준/선감학원 피해자 : 우리는 (탈출) 성공했는 줄 알았는데 며칠 있다가 시신이 떠올라온 거예요. 그래서 동료들이 묻어뒀죠.]

이런 인권 유린이 이뤄진 선감학원의 당시 운영 주체는 경기도, 즉 국가 권력입니다.

원아대장 4,691건에 대해 늦었지만 국가가 설명에 나서야 할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이병주, 영상편집 : 김종우, 자료제공 :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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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정치부 권지윤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원아대장만으로 국가 책임 물을 수 있나?

[권지윤 기자 : 원아대장 외에도 선감학원은 조례에 근거해 운영됐다는 점에서 국가 책임이 명백합니다. 원장은 지방행정 사무관으로 한다, 원장 부원장 외 필요한 공무원을 둔다, 이렇게 조례에 명시돼 있는데 원아대장을 함께 입수한 권미혁 의원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권미혁/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행안위) : 원아대장은 국가가 스스로 아이들의 인권을 유린한 기록을 낱낱이 기록해서… 한 마디로 아이들이 잔혹 행위를 당했다는 명백한 증거물인 셈이죠.]

Q. 명백한 증거물에도 진상 파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

[권지윤 기자 : 국가 책임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1차 관여자, 즉 선감학원 공무원들부터 파악해야 됩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원장 명단을 처음으로 입수했는데 군 출신 사무관도 있었고 일반 지방행정 주사급 공무원 등 8명이 선감학원 원장으로 역임했습니다.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되다 보니 전체 근무 명단과 생존 여부 등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 늦기 전에 국가가 나서거나 지난주 보도해 드린 진상규명 특별법 입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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