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中 압력 통했나…홍콩 재벌, 주택난 해소 위해 대규모 토지 기부

中 압력 통했나…홍콩 재벌, 주택난 해소 위해 대규모 토지 기부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위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주택난 해소를 위해 홍콩 부동산 재벌이 대규모 토지를 기부했습니다.

홍콩 4대 부동산 개발기업 중 하나인 뉴월드 그룹이 보유 토지의 17.8%에 해당하는 300만 제곱피트(8만 4천 평)의 토지를 정부와 사회단체에 기부한다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뉴월드 그룹의 아드리안 청 부회장은 "이번 기부로 홍콩 시민 1만 명의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뉴월드 그룹이 기부한 토지를 홍콩 정부의 토지 수용 규정에 따라 따지면 그 가치는 34억 위안(5천200억 원)에 달합니다.

뉴월드 그룹은 우선 틴수이와이 지하철역 인근 토지 2만 8천 제곱피트를 사회단체 '라이트비'에 기부해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주택 100여 채를 지을 계획입니다.

2022년까지 지어질 이 주택의 임대료는 임차인의 가정 형편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될 방침입니다.

뉴월드 그룹의 토지 기부에는 중국 중앙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위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민에게 정치적 자유를 주기 힘든 중국 중앙정부가 사회적 불만을 달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홍콩 재벌들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최근 인민일보와 글로벌타임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질타하면서 시위의 근본 원인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진심'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뉴월드를 비롯해 헨더슨과 순훙카이, 청쿵 등 4대 부동산 재벌이 보유한 토지는 1억 제곱피트(281만 평)가 넘으며, 이를 개발하면 홍콩에 100만 가구가 넘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막대한 토지를 보유하고 지가 상승만을 기다리면서 택지 개발에 소극적으로 나선 결과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을 겪어야 했고, 홍콩 아파트 가격은 3.3㎡당 1억 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는 이러한 주택난이 홍콩 시위 사태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는 판단 아래 주택 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홍콩 정부는 개발업자들이 아파트를 지은 후 집값 상승을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행태를 막기 위해 개발업자 등이 보유한 빈집 1만 채에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곧 추진할 계획입니다.

홍콩 내 최대 친중파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정부가 민간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토지회수조례'를 강력하게 적용해 개발업자들이 쌓아놓은 토지를 서둘러 수용,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정치적 압력이 커지면서 홍콩 부동산 재벌들도 어쩔 수 없이 주택난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4천590만 제곱피트의 토지를 보유한 순훙카이 그룹은 최근 툰먼 지역의 토지를 정부가 회수해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헨더슨 등 다른 그룹도 정부와 협조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