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형법 개정안 반대 시위 300여 명 부상…한인 차량 '돌팔매'도

인도네시아에서 형법 개정안과 부패방지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수도 자카르타 등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300여 명이 다쳤습니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고, 시위대가 지나던 한국인 차량에 돌팔매질해 차량이 파손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일간 콤파스와 CNN 등에 따르면 어제 학생 수만 명이 자카르타의 의회·대통령궁 주변과 반둥, 욕야카르타, 수마트라섬의 팔렘방, 술라웨시섬의 마카사르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반부패법 개정 철회와 형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시위대가 도로를 봉쇄하고, 돌을 던지자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해산에 나섰고 이에 따라 무력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가토 데이 프라모노 자카르타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 265명의 학생과 39명의 경찰관이 병원에서 치료받았다"며 "경상부터 중상자까지 다양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폭력시위를 벌인 94명을 체포했고, 이들이 진짜 학생인지 아니면 특정 단체 조직원인지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카르타 페르타미나 병원에서는 뼈가 부러지거나 머리 부상, 최루탄 가스로 호흡곤란을 겪은 학생 90명이 치료받았습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한 학생이 뇌출혈과 어깨뼈 골절로 수술받았습니다.

앞서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 17일 반부패위원회(KPK)의 독립성과 권한을 약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은 반부패위원회 조사관을 경찰 등 공무원이 파견근무 하도록 하고, 부패 수사를 위해 영장 없이 도청하는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학생과 시민들은 국회의원들이 반부패위의 힘의 빼기 위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형법 개정안은 결혼한 부부 이외의 '혼외 성관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동거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존 형법은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혼외성관계를 맺은 경우만 간통죄로 처벌했지만, 보수 성향 무슬림 단체들은 혼전 성관계까지 전면 불법화해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낙태죄와 대통령 모욕죄 등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의회는 오늘 형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으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음 회기로 넘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편, 전날 밤 자카르타 시내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에 밀려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빨간색의 공무원 번호판이 붙은 차량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인 주재원 A씨는 빨간색 번호판 차를 타고 의회 옆 도로를 지나 퇴근하다가 시위대가 던지는 돌멩이에 맞을 뻔했습니다.

A씨는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파손된 차 밖으로 나와 인근 건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대사관은 "시위가 과격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으니 해당 지역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교민과 주재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