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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해외도피 끝에 법정 선 정한근 "횡령 혐의 모두 인정"

21년 해외도피 끝에 법정 선 정한근 "횡령 혐의 모두 인정"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 씨가 해외도피 21년 만에 법정에 나와 기소된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정씨의 변호인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한 정씨 역시 "변호인에게 일임한다"며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정씨 측은 정씨가 주도적으로 범행하진 않았고, 회사를 위한 것이었으며 횡령 피해가 사실상 모두 회복됐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정씨 변호인은 "피고인의 관여를 부인하진 않지만, 회사는 피고인의 아버지인 정태수 회장에 의해 운영됐고 피고인은 정 회장의 지시하에 움직였다"며 "횡령이나 돈의 처분은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태수 회장과 정 회장의 지시를 받드는 다른 이들이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중간에서 아버지를 거스를 수 없어 그런 부분을 사실상 승인한 데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횡령금을 개인적으로 쓰려고 한 것이 아니었고, 이 중 상당 부분은 유상 증자 형식으로 회사로 다시 들어왔다"며 "방법은 어찌 됐든 회사 돈이 된 것이니 결과적으로는 회사에 큰 피해가 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신문 기사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관련 돈은 모두 환수됐고, 공범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양형 사유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 피해가 모두 회복됐다는 점이니 그 부분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추가 기소된 외국환관리법 위반 부분은 아직 기록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며 의견 진술을 차회 기일로 미뤘습니다.

검찰 측은 "이번 범행은 채권자들의 추심을 피해 경영권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의도로 시작됐다"며 "공범들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피고인은 주장하지만, 실질적 이해 관계인은 피고인이었고, 국세청이 힘들게 주식을 압류해 추심했으니 피고인이 회사를 위해 돈을 사용하고자 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씨는 1997년 자신이 실소유주인 동아시아가스가 갖고 있던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를 5천790만 달러에 매각하고도 2천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한화 320억여원 상당을 횡령하고 해외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씨는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돈을 지급한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도 적용됐습니다.

다만 검찰은 이 가운데 60억여 원은 공범들이 정씨 몰래 빼돌린 것이라는 정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혐의액에서 제외했습니다.

21년 만에 법정에 출석한 정씨는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습니다.

다듬어진 수염, 짧게 자른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정씨는 피고인석에 앉은 채로 별다른 말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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