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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소유 대신 구독합니다"…'구독경제' 정체는?

<앵커>

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역시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예전에는 구독한다고 하면 신문이나 주간지, 월간지 같은 잡지 정도가 생각이 났는데 요새는 구독의 개념이 좀 바뀌고 그 범위도 확 넓어지고 있더라고요.

<기자>

네, 구독 경제라고 최근에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로운 소비 모델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내가 그때그때 사서 쓰는 것, 갖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러 가지를 잠깐만 점유하는 개념입니다.

나한테 그 물건이 남지 않습니다. 대신 내가 사서 쓰느라 들였던 수고도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보여드리면 이 분은 혼자 사는 30대 직장인인데요, 아침에 매주 정해진 요일에 저렇게 새 수건 다섯 장을 받고요. 또 정해진 날에 침구 세트도 와있습니다.

깨끗하게 세탁해서 바로 쓸 수 있게 와있거든요. 그럼 이것들을 꺼내놓고 지난 일주일 동안 썼던 더러워진 수건, 더러워진 이불은 전용 가방에 넣어서 다시 내놓는 겁니다.

그럼 새 수건을 갖다 놨던 구독 경제 업체, 새 침구를 갖다놨던 업체에서 출근한 사이에 수거해 가서 세탁하고, 다른 데도 서비스를 합니다. 이 분은 저 두 서비스에 매달 8만 8천 원을 씁니다.

[김륜환/'구독 서비스' 이용자 : 남자 혼자 살다 보니까, 침구를 교체한다거나 (하기 어렵고) 빨래의 양이 적게 나오는데, 수건 같은 것들 빨기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거든요. 제가 신경 쓰지 않아도 교체만 하면 되니까 그런 점에서 편리한 것 같아요.]

[원기욱/'수건 구독업체' 대표 : 1년에 한 번씩 바꾸고 있고요. 염색약이 묻거나 화장품이 묻어서 지워지지 않는 거는 전량 폐기하고 있습니다. 세탁물이 거의 60~70% 줄어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앵커>

저걸 사서 쓸 때보다 얼마나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지 이런 것 저런 것 많이 따져봐야 될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이미 확산된 렌탈 하고도 개념이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갖지는 않고, 관리하는 수고도 더는 그런 개념이네요.

<기자>

네, 정기 사용료를 내고 사용만 합니다. 소유하지 않고 비용을 정기적으로 내는 대신에 세탁, 저장, 배달, 다시 말해서 관리하기 위한 노동까지 다 위탁하는 이런 식의 모델을 구독 경제라고 부릅니다.

저런 모델이 먼저 인기를 끌기 시작한 분야는 지금 보신 것처럼 손이 많이 가면서 소모품인 생활필수품 위주입니다.

예를 들면 와이셔츠 같은 것도 구독 서비스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다림질하고 관리하는 수고가 굉장히 필요한 옷이죠.

또 매일 입고 낡으면 바꿔도 줘야 되잖아요. 그러느니 정기적으로 사용료를 내고 다림질 다 돼서 배달되는 셔츠들을 입은 다음에 그냥 돌려준다는 겁니다.

구독 경제는 2010년에 미국에서 처음 그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그때는 구독 상업, 섭스크립션 커머스라고 불렀는데요, 화장품을 그때그때 이때쯤 이런 게 필요하시죠? 그러면서 배달해주는 서비스였습니다.

2010년은 금융위기 후죠. 화장품 사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였습니다. 이때 개별 제품값은 시중보다 저렴하게 받는 대신에 월 구독료를 받는 식으로 사업자가 알아서 골라서 보내주는 식의 모델이 나왔습니다.
구독경제
그래서 골라준다고 큐레이션 서비스라고도 했습니다.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비자는 웬만한 화장품 비슷비슷하다면, 내가 골라서 사 쓰는 것보다 싸고 편리하다고 생각했고요.

공급자는 수요 예측이 미리 가능해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데다가 정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하니까 해볼 만하다고 한 거죠.

그 이후로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점점 더 보신 것처럼 각종 서비스들이 결합된 다양한 모델들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매일 이렇게 바르고 입고하는 옷 말고, 고가품에도 이런 구독 서비스가 등장했더라고요?

<기자>

네. 이건 비용보다 체험을 한다는데 방점이 찍히는 소비가 늘면서 나오고 있습니다. 비싼 걸 하나 사고 대신에 다른 걸 못 써보는 것보다 사용료를 내고 여러 개를 체험해 본다는 개념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한 자동차 업체가 시범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한 달에 72만 원을 내면, 신형차 3개를 바꿔가면서 타고요. 다른 고가 차 3대에 대해서는 48시간씩 시승권을 줍니다.

물론 이 차들 내가 갖는 게 아니고, 돌려줘야 합니다. 이것도 미국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수억 원짜리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가 한 달에 200만 원을 내면 8가지 차를 돌아가면서 타게 해 주고 차량관리도 해주는 걸 보고 우리도 소규모로 시범 서비스가 나온 겁니다.

보통 구독 경제를 공유경제 다음의 모델로 봅니다. 공유경제에 익숙해질수록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소유는 안 하고 체험하고, 자주 바꾸고 이런 소비를 더 원하는 경우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시범적으로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거죠.

관건은 신뢰입니다. 소비자가 구독료를 내는데 내가 받는 서비스가 점점 좀 이상해진다. 전보다 좋지 않은 게 온다. 이러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지속 가능하지가 않은 사업입니다.

반대로 업체 입장에서도 오히려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비용 관리를 잘하면서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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