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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당엔 없고 민주당에만 있는 두 글자…조국을 얻는 대신 잃은 것

[취재파일] 한국당엔 없고 민주당에만 있는 두 글자…조국을 얻는 대신 잃은 것
민주당은 '진실'과 '새 역사'로 평가했다. 후보자에서 '장관'으로 호칭이 변경된 바로 다음 날(10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진실이 거짓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길 희망한다"며 장관 임명을 '개혁을 위한 진실의 승리'로 자부했다. 추석 이후 더 거세진 야당 비판을 두곤 "국민을 도외시한 정쟁"으로 단정했다. 지금도 "개혁의 적임자"라며 주문을 외지만, 여당이 얻은 건 '조국 개인'인지 '개혁과 진실'인지는 불명확하다.

● '조국을 비판하는 자'를 비판하라…민주당의 이분법적 프레임의 한계

후보자 지명부터 현재까지 민주당의 논리는 단순 확고했다. '진실 대 거짓', '개혁 대 반개혁'의 논리였다. 민주당은 '조국을 비판하는 자'를 비판하는 데 열중한다. 이분법적 틀 안에서 야당 탓, 검찰 탓, 언론 탓으로 귀결시켰다. 조국 장관 비판과 의혹 제기는 '허위'로 속단했고, 검찰과 야당을 향해선 '반개혁 세력의 조직적 저항'으로 치부했다. 이런 프레임은 여당 원내대표 표현대로 "진실의 시간"이라던 청문회장에서 결과적으로 여당 의원들을 외눈박이로 만들었다. 특히 여당의 무리한 방어는 의혹 해소는커녕, 시민들의 분노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졌다.

여당 의원이 병리학회의 논문 취소 결정을 두고 방어를 해주자, 조국 후보자는 기다렸다 듯 "논문 취소는 (단국대) 교수님의 문제이고, 취소 문제는 딸아이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 딸아이는 IRB(연구윤리심의)라는 것도 알지도 못하고 그냥 가서 체험 활동을 하고 인턴을 받아 왔을 뿐"이라는 답변을 했다. 병리학회는 조 장관 딸이 저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해 논문 취소 결정을 내렸는데도, 조 장관은 이를 끝까지 '교수의 문제'로 한정시킨 것이다.

조 장관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더라도, '단순 체험 활동'만으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는 것이 그가 말한 정의와 공정일까. 이런 문답 속에 조 장관의 가치는 도리어 퇴색됐고, 여권이 비판했던 '유체이탈 화법'을 이젠 야권이 조 장관을 향해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상황이 됐다.

'양심의 맹서'를 한 건 청문 대상자 조국 장관이었지만, 거짓에 따른 책임은 청문 위원인 여당 의원까지 지게 됐다. 본질은 외면한 채 방어에 매몰돼 모순에 빠진 탓이다. 동양대 표창창 위조 의혹을 두고 한 여당 의원은 조 장관 일가를 대신해 결백을 외쳤고, 동양대 비하 논란까지 자초했다.
'동양대 비하 발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 다른 의원들은 최성해 동양대 총장을 극우로 몰며 정치적 성향까지 단정했다. 심지어 최 총장의 기억력도 문제 삼았다. 최 총장의 모든 것을 부정해 그의 발언에 불신을 더하려 한 것이다. 여당 의원들의 주장대로라면, 최 총장은 거짓말을 일삼는 못 믿을 사람, 언제라도 여권을 공격할 상종도 못할 인물이다. 그런데 정작 최 총장에게 먼저 전화를 건 이들은 조국 장관(배우자 정경심 교수), 김두관 민주당 의원, 유시민 이사장이었다.

● '조국'을 얻는 대신 멀어진 검찰개혁

조국 사태의 최대 변수인 검찰 수사를 두고도 여당은 난감한 상황을 자초했다. 검찰은 이번 사태에서 원했든 원치 않았든, 정치판의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개혁의 당사자가 미묘한 시기에 수사에 나서면서, 수사 의도를 두고도 의심을 사기에도 충분했다. 다만, 여당이 검찰 수사, 그것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지금 시점에 비판하는 건 당위성도, 명분도, 논리도 빈약하다.

이해찬 당 대표가 일찌감치 조 장관 수사를 "나라를 흔드는 일"로 규정하면서 여당 의원들은 너나없이 "정치 검찰"을 외치고 있지만, 정치 검찰 즉 '사법의 정치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지난 보수정권에서도 반복됐던 일이다. 검찰 탓하기에 앞서 권력기관의 속성을 파악 못 한 무지부터 자성부터 했어야 한다. 검찰권 비대화를 막겠다면서 여의도의 일상다반사를 서초동으로 고스란히 들고 간 건 여당이었다. '사법의 정치화'를 규탄하기에 앞서 '정치의 사법화'부터 막아야 할 책임이 여당에게 있었다.

여당은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없는 것도 만들어내는 무리한 수사"로 몰고 가지만, 이 역시 착각이다. 권력자를 향한 수사는 '있는 것을 덮고', 약자를 향한 수사는 '없는 것을 만들었던 탓'에 검찰은 정치검찰의 멍에를 썼다. 여당이 조 장관 수사를 "과잉 수사"라고 말한다면,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수사를 두고 "탄압"이라고 외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조 장관이나 한국당은 검찰이 '없는 것도 만들어내서' 불행을 겪었던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씨나 증거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와는 다르지 않는가.

지금은 여당의 공적이 된 윤석열 검찰총장을 야당의 반대 속에 임명한 것 역시 여권이었다. 두 달 전, 청문회장에서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리스크는 물론, '검찰지상주의자'라는 한계를 외면했다(소수의 여당 법사위원들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대신 그를 영웅 대서사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며 윤 총장을 '검사의 표본'이라 호평했던 것도 여당 의원들이었다.
윤석열 검찰 총장
그 때 그 의원들은 조국 청문회장에도 빠짐없이 앉아있었다. 그들이 이제 와서 윤석열 검찰을 비판한다면 윤 총장의 변심 탓일까 여당의 변심 탓일까. 대통령이 "권력의 눈치도 보지 말라"며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게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실제 칼 끝이 여권 실세로 향하자마자 "검찰의 횡포"라고 비판하는 건, 6년 전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때 한국당이 보였던 모습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민주당의 검찰 비판이 궁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장 필요한 건 '수사 비판'이 아닌 치밀하고 장기적인 검찰 개혁 전략이었지만, 여당은 개혁의 대의명분만 내세울 뿐 진심도, 의지도, 전략도 드러내지 못했다. 그나마 일부 의원이 '조국 장관 개인'보단 민주당이 추구했던 '개혁' 자체에 방점을 뒀을 뿐이다. 금태섭 의원은 검찰권의 비대화, 검찰 개혁 필요성과 당위성에 집중했다. 조국 민정수석 시절 비대해진 서울중앙지검의 인지 부서, 늘어난 특수 수사, 특수부 출신의 요직 독점, 반쪽짜리 검찰 개혁안의 한계를 간파했다. 이런 불완전한 개혁안이라도, 국회 논의가 핵심이라는 본질도 알고 있었다.

이철희 의원도 검찰 개혁은 이상론이 아닌 현실이기에 전략의 부재를 지적했다. 검찰 조직의 공고한 자기 방어를 깨기 위한 치밀함을 강조하며 민정수석 시절의 조 장관을 두고 "나이브(naive)하다"고 진단했다. 여당 내에서 이런 지적과 질의가 많았다면, 검찰이 그토록 막으려 애쓰던 검찰 개혁은 도리어 탄력 받았을 것이다. 사회의 폭넓은 공감대도 형성됐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여당 의원들은 조국 방어에만 열중하며 수사 비판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여당은 '조국 개인'을 얻었을지 몰라도 검찰 개혁은 멀어졌다.

● 한국당 당헌엔 없고 민주당 당헌에만 있는 두 글자 '정의'

민주당의 이런 전략이 진영 결집 또는 야당과의 싸움엔 유효했을지 몰라도, 시민들의 정당한 분노마저 '반개혁 세력'의 울타리에 가두고 말았다. "위법은 없다, 금수저는 진보를 지향하면 안 되느냐"던 조국 장관은 진실성과 공감 능력을 의심 받게 됐지만, 여당은 더 큰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다.

여당은 당헌 1장 2조에 존재 가치를 명시하고 있다. 한국당도 당헌 1장 2조 동일한 위치에 지향점을 밝히고 있지만, 양 당의 당헌엔 큰 차이가 있다. 단순히 한국당은 357자, 민주당은 이보다 압축된 105자, 글자 수의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양 당 모두 '평화, 공정, 생명' 등 단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해 각자의 정체성을 밝혔지만, 한국당엔 없고 민주당 당헌에만 있는 두 글자가 있다. 바로 '정의(正義)'다. 한국당이 민주당 당헌에 없는 '시장경제 원칙'을 머리글로 강조하는 사이, 민주당은 한국당에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양 당 모두 각자의 신념과 가치에 우선해 국익을 실현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민주당이 추구한 가치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집권 여당이 된 이유였다. 그런 민주당이 조국 임명 과정에서 그들의 가치인 '정의'를 최우선으로 삼았는지는 의문이다. 정치는 현실이지만, 현실에서 실현조차 못할 만큼 버겁고 어려운 정의였을까. 그렇다면 한국당과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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