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화성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 지났는데 '피의자 조사' 가능할까?

장민성 기자 ms@sbs.co.kr

작성 2019.09.19 16:28 수정 2019.09.19 16: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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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Q&A] 화성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 지났는데 피의자 조사 가능할까?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33년 만에 특정했지만, 안타깝게도 공소시효는 모두 지났습니다.

경찰은 "아직까지 용의자가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는 아니"라며 "추가 조사를 통해 입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미 공소시효 15년이 지난 사건의 용의자가 피의자로 정식 입건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법조계에서는 "원칙적으로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의 용의자를 피의자로 입건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수사란 기본적으로 공소를 제기하기 위한 것, 즉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기 위한 것인데,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은 기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진상 규명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의 용의자를 피의자로 입건해 피의자 신문조서까지 받는 것은 '과잉 수사'의 여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유류품 수색하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사진=연합뉴스)한마디로, 공소시효가 지난 모든 사건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이 언제라도 다시 들여다보고 강제수사까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입니다.

경찰이 교도소에 복역 중인 용의자를 찾아가 접견을 신청해 조사 받을 것을 요구하더라도, 용의자가 이를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습니다.

물론,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을 처벌한 전례가 없는 건 아닙니다.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 5·18특별법을 만들어 공소시효를 극복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이라는 과정이 필요하고, 화성연쇄살인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런 우려를 경찰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는 없다"면서도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경찰의 의무이고,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한 때에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관련 브리핑 (사진=연합뉴스)다만 "학설이나 판례에 따라서는 공소 제기 가능성이 없는 때에는 수사가 허용되지 않거나 제한되어야 한다는 해석이 있다"며 "경찰도 이런 해석을 모두 검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사안이고,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범인을 끝까지 추적해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는 인식을 형성해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해야 한다"며 "혐의가 있으면 당연히 수사를 한다는 건 경찰의 존재 이유이자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과잉 수사나 기본권 침해, 오히려 나쁜 전례가 되는 것 아니냐 등의 반론과 지적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그렇다고 진실 규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여러 사정을 종합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