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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보지원사령관도 공군?…'공군천하' 오나

[취재파일] 안보지원사령관도 공군?…'공군천하' 오나
국군 기무사령부의 후신(後身)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현재 최고위는 전제용 공군 소장입니다. 안보지원사령관은 별 셋인 중장 자리인데 전제용 장군은 별 둘 소장입니다. 안보지원사의 2인자인 참모장입니다. 하지만 안보지원사는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사령관 없이 참모장의 직무대리 체제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전임 사령관인 남영신 장군이 4월 16일 지상작전사령관으로 이임한 이래로 안보지원사령관 자리는 공석이었습니다. 곧 장군 인사가 있을 테니 잠시 잠깐 대리체제로 가는 줄 알았는데 한 달 뒤인 5월 7일 전반기 장군 인사에서도 안보지원사령관 임명은 없었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앉히려고 이런 변칙을 구사하나?", "설마 현 참모장인 전제용 공군 소장을 사령관에 임명해 '공군 천하(天下)' 시대를 열기 위해 잠시 눈치를 보는 건가?" 군 안팎에서 이런 말들이 돌았었는데 설마가 현실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안보지원사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며칠 안에 국방장관의 최측근인 전제용 참모장을 안보지원사령관으로 임명할 것이란 유력한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군 출신 정경두 국방장관 취임 이래 국방부와 합참의 요직들은 공군 장성들이 차지했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습니다. 군을 감시해야 하는 안보지원사령부마저 공군이 접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안보지원사령부는 방첩도 해야 하지만 문민정부의 편에 서서 군을 견제, 감시해야 하는 임무도 맡고 있습니다. 국방장관의 최측근이 사령관이 되면 안보지원사의 군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 공사다망(空士多亡) 공군천하(空軍天下)

정경두 국방장관은 공사 30기입니다. 베테랑 조종사 출신으로 공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역임했습니다. 공군 출신 장관 체제에서 공군의 약진은 어쩌면 당연한 측면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손발을 맞췄던 부하, 후배들과 일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국방부의 핵심 중 핵심 요직인 국방정책실장에 공군 출신의 기용을 당연지사로 여겼습니다. 공사 31기인 정석환 예비역 소장입니다. 정석환 실장은 공군 출신 첫 국방정책실장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합참도 핵심 지휘라인, 특히 전력 소요를 결정하는 요직을 공군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인사에서 공사 32기 원인철 합참 차장과 공사 34기 이성용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진용이 갖춰졌습니다. 지난 4월 원인철 장군이 공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되자 공사 33기 최현국 중장이 합참 차장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이쯤 되자 '공사다망'이란 비아냥까지 군에서 회자됐습니다. '공적, 사적으로 몹시 바쁘다'는 공사다망(公私多忙)의 음을 빌려 '공사(공군사관학교)가 다 망친다'는 공사다망(空士多亡)입니다. 다음 달 1일 국군의 날 행사도 대구공군기지에서 열립니다.

● 마무리는 공군 출신 안보지원사령관?

'공사다망, 공사천하'의 마지막 매듭은 안보지원사 참모장인 공사 36기 전제용 소장에게 넘겨지는 분위기입니다. 전제용 참모장은 정경두 장관이 공군참모총장일 때 공군 기무부대장이었습니다. 그때 인연으로 전 참모장은 정 장관의 최측근으로 분류됩니다.

최측근이 직무대리로 지휘하는 안보지원사의 정보를 장관이 독식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종종 들려오던 차였습니다. 이번 주 들어서는 안보지원사와 국회의 유력한 소식통들이 "전제용 참모장의 사령관 승진 기용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무력을 독점하는 군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건 문민정부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군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문민정부의 뜻을 받들어 안보지원사가 할 일입니다. 그런데 국방장관의 최측근이 안보지원사령관으로 기용되면 군의 규율을 관리하고 군의 정치적 행위를 감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각고의 고통 끝에 기무사령부를 해편하고 창설한 안보지원사입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장관도 예외 없이 엄정하게 지켜봐야 하는 게 안보지원사입니다. 장관 최측근의 안보지원사령관 기용설이 그저 뜬소문이기를 바랍니다. 문민 국방장관이 기용될 때까지 안보지원사령관과 장관의 거리는 멀수록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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