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북적북적] 2010년대 최고의 한국 작가 장강명이 말하는 우리의 '오늘'…산 자들

▶ 오디오 플레이어를 클릭하면 휴대전화 잠금 상태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 플레이어로 듣기


[골룸] 북적북적 207 : 2010년대 최고의 한국 작가 장강명이 말하는 우리의 '오늘'…<산 자들>

"책이요? '화내지 않는 연습'이라는 책이었어요. 그냥 표지를 보고 웃고 말았어요. 달리 뭐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으니까요."

2019년 올해도 추석이 돌아왔습니다. 이 글이 읽힐 때는 이미 연휴가 거의 지나간 뒤겠죠. 연휴에도 일했던 이들은 조금 여유롭고, 모처럼 쉴 수 있던 이들은 정말 휴일처럼 보낼 수 있던 연휴였기를 바랍니다. 그 정도 소박한 마음 한 자락도 그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왕왕 있습니다.

오늘 함께 읽고 싶은 소설도 그렇습니다. 2010년대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혹은 내가 겪은 것 같은, 오늘이나 내일, 머잖은 미래에 맞닥뜨릴 것 같은 내용을 작가는 연달아 소설로 썼습니다. '북적북적'이 애정 하는, 2010년대를 상징하는 한국 작가 장강명의 연작소설 <산 자들>입니다.

<산 자들>. 소설집 제목을 보고 제가 처음 떠올린 건, 저 유명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한 대목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였습니다. 그 '산 자들'과 비슷한 듯 다른 듯, 소설에서 '산 자들'이 등장하는 건 '공장 밖에서'라는 단편에 섭니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도장 공장 옥상에 걸렸다. 해고는 살인이었으므로 그들은 죽은 자들이었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산자가 되었다... 점거 파업이 한 달을 넘어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름이 되면서 죽은 자도 산 자도 조금씩 미쳐 갔다.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느냐의 싸움이었다."

무더기 해고 사태와 장기 파업, 극한 대치가 빚어졌던 10여 년 전 쌍용차 사태가 떠오릅니다. 선과 악, 좋은 편과 나쁜 편이라는 대립 축은 시종 모호하거나 경계를 넘나듭니다. 그런 게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실제 우리 삶이 그러하니까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작가가 쓴 소설 10편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곧바로 떠오르는 사건이 있거나 그런 누군가의 삶이 있습니다. 혹은 내가 그렇습니다.

"걔 불쌍하다고, 잘 봐주려고 했었잖아. 가난하고 머리가 나빠 보이니까 착하고 약한 피해자일 거라고 생각하고 얕잡아 봤던 거지.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 그 바닥에서 어떻게 싸우고 버텨야 하는지, 걔도 나름대로 경륜이 있고 요령이 있는 거지. 어떻게 보면 그런 바닥에서는 우리가 더 약자야. 자기나 나나, 월급 떼먹는 주유소 사장님이랑 멱살잡이 해본 적 없잖아?" -[알바생 자르기]

"애초에 뭔가 괜찮은 걸 노려볼 기회가 저한테 있기나 했습니까? 처음부터 컵에 물은 반밖에 없었습니다. 그 반 컵의 물을 마시느냐, 아니면 그마저도 마시지 못하느냐였습니다... 대외 활동이 아니었다면 저는 대학 생활 내내 빌빌대면서 허송세월했을 겁니다. 그렇게 빌빌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단 말입니다!"-[대외 활동의 신]

"그녀는 자신들이 마분지로 만든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사히 강기슭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운이 없었던 날에 대해 이야기하라고요? 바로 며칠 전이 그런 날이었는데... 그런데 그날이 운이 없는 날이었던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남은 인생에 영향을 미칠 만큼 아주 결정적으로 불운한 날이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소소하게 짜증 나는 일이 겹쳤지만 결국은 그날 중에 다 해결됐고, 그날 그런 일들이 있었으므로 해서 이후에 저나 제 가정에 달라진 건 없거든요."-[모두, 친절하다]


올해도 석 달 남짓 남았을 뿐이네요. 이렇게 한 해는, 세월은 잘도 흘러가는데... 저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에 있는 걸까요.

*출판사 민음사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 <골룸: 골라듣는 뉴스룸> 팟캐스트는 '팟빵'이나 '아이튠즈'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PC로 접속하기
- '팟빵' 모바일로 접속하기
- '팟빵' 아이튠즈로 접속하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