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부작침] ④ "별 문제 없어서 음주운전한다"는 그들

대한민국 '음주 살인' 보고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9.09.15 09: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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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한 <제1 윤창호 법>,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더 낮게 조정한 <제2 윤창호 법>이 마련돼 잇따라 시행됐다. 이렇게 법을 정비했으니 음주운전은 이제 근절 국면으로 접어들 것인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를 집중 분석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 간 음주운전 사고 자료와, 최근 5년 전국 경찰서별 음주운전 단속 자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내용을 살펴봤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사실상 '음주 살인'이라고 보고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번 기사가 앞으로 음주운전 때문에 벌어지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① '묻지 마 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② '음주운전 적발' 전국 1위 경찰서는?
③ '음주운전 사고' 전국 1위 동네는?
④ "별 문제 없어서 음주운전 한다"는 그들

● 음주운전 적발자에게 물었다, "왜 음주운전 하셨어요?"

A씨는 지난 5월 30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 확정 선고를 받았다. A씨는 지난해 8월 말 새벽에, 혈중 알코올 농도 0.173%,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나 재판에 넘겨졌다. 음주운전에 무면허, 뺑소니까지 더해진 데다 A씨는 과거에도 음주와 무면허 운전으로 5차례 이상 처벌된 전력이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에게 아무런 교화의 가능성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였다"면서 "장기간 이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만이 합당한 처벌이 될 수 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처럼 상습범 수준으로 음주운전하는 이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적발자들에게 왜 술을 마시고 운전을, 또 거듭해서 하는 건지 직접 물어봤다.
[마부작침]
● 적발된 것 말고도 '평균 6.5회 음주운전'
[마부작침]좀 더 많은 사람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보자. 2017년 교통과학연구원은 음주운전 적발자 2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면 도로교통공단의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아야 다시 면허를 딸 수 있는데 이 과정을 수강하는 1회반(1회 적발) 112명과 2회반(2회 적발) 107명이 조사 대상이었다.

'최근 3년 간 단속 여부와 관계없이 술 마시고 운전한 경험이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거의 절반인 109명, 49.8%가 그렇다고 답했다. 경찰에 적발된 것 말고도 음주운전을 해봤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는 이들의 평균 음주운전 횟수는 6.5회였고,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50회까지 했다고 응답했다. 음주운전 횟수를 줄여서 답했을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경찰에 적발된 게 한두 번이지 종종 음주운전 해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술이 깬 상태라서", "단속 기준 아니라 생각해서"
[마부작침]이들은 '왜 음주운전을 했느냐'는 질문에 "술 마신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술이 깬 상태라고 생각했다"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술 마시고 운전을 해도 경찰 단속 기준엔 해당하지 않을 것, 즉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답변이다. 다음으로 많았던 답변은 "음주운전인 건 알았으나 단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였고 그다음은 1회반의 경우 "음주운전인 건 알았으나 대중교통·대리운전 등을 이용하기 어려웠다", 2회반은 "마신 술의 양이 운전에 영향 주거나 단속 기준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각각 답했다.

● 한두 번 적발된 뒤에 왜 또 음주운전했냐고 물었더니...
[마부작침]'왜 또 음주운전을 했느냐' 즉, 반복해서 음주운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 2회반은 "음주 후에도 별 문제 없이 운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해서", 1회반은 "음주운전 후에도 단속되지 않은 경험이 많거나 단속 확률이 낮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다음으로 많았던 답변으로 1회반, 2회반 모두 "대중교통·대리운전 이용 등이 어렵거나 하는 환경적 이유"를 꼽았다.

이상에서 보면 이들 답변의 공통점은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거의 없거나 희박하다는 점이다. "술을 마시면 운전해선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술을 마셔도 운전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혹시 단속돼도 안 걸린다"라고 생각한다.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 이용이 어려운 곳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거나 아니면 음주운전을 하지 않게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 처벌 강화됐다지만 양형기준은 아직...

지난해 9월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81%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고 윤창호 씨를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검사는 1심에서 징역 10년, 2심에선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기존 양형기준의 규범력을 무시하기 힘들다"라고 판단했다.

지난 2월 22일 대전 서구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고 차태현 군을 사망하게 만들고 뺑소니친 가해자도 1심에서 징역 6년에 처해졌다. 판결문에 나온 법정형 범위는 징역 5년~31년이지만 양형기준에 따라 권고형 범위는 징역 5~6년이었다. 법원은 권고형의 상한인 징역 6년을 선고한 것이다. 차태현군의 유족인 이경재 씨는 "윤창호 법이 개정됐는데도 아직까지 실제 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판결은 그 전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6월 10일 전체회의에서 위원회 임기 전반기(2019년 4월 27일~2020년 4월 26일) 내에 교통범죄 등의 양형기준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와 함께 음주운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인식 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송수연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윤창호법' 이후 가장 많이 들리는 질문이 '술 몇 잔까지 괜찮냐'는 것일 정도로 음주운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기본적으로 있다"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음주운전자 비중도 줄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상습성이 큰 음주운전자 중에는 자신이 운전하면 안 되겠다고 결정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설명하고 "별도 관리나 치료와 함께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 같은 걸 병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장유선 브랜드디자이너
이유림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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