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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수의 다면기' 같았던 조국 간담회 유감(遺憾)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고 받을 것이며 충실하게 답할 것입니다. 시간의 제한도 없을 것입니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지난 2일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 중)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된 지난 2일 국회 기자간담회는 마치 '다면기(多面棋)'를 방불케 했습니다. 한 명이 여러 사람을 상대로 동시에 바둑을 두는 것과 같은 형국이었습니다. '강연 같았다', '교수 출신답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조 후보자는 쇄도하는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냈습니다. 반면 기자들에겐 쉽지 않았습니다. 민주당과 조 후보자의 일방적인 통보 직후 불과 3시간 만에 급작스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질문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애초부터 기자간담회가 인사청문회를 대신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청문회와 달리 증인을 부를 수도 없고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도 없는 제한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승부는 더욱 일방적이었습니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몰랐다'는 대답만 60여 차례 했습니다. 진행 방식이 바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여러 언론은 기자간담회가 조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정윤식 취재파일 사진 2
간담회는 당일 오후 3시 반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2시가 넘어 끝났습니다. 시간으로 보면 짧지 않은 시간 기자들의 질문과 후보자의 답변이 오간 건 맞습니다. 그렇다면 조 후보자가 모두 발언에서 강조했던 '제한 없는 기자간담회'라는 말은 지켜졌을까요?

● 주제와 시간에 제한 없는 기자간담회?

이날 진행을 맡은 건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홍익표 의원이었습니다. 홍 의원은 조 후보자가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협상이 불발된 직후 당 지도부에 기자간담회를 요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열린 간담회에 진행자로 참석했습니다.

3백 명 넘는 취재진이 빼곡히 들어선 가운데 질문하려는 기자들 모두에게 질의 순서가 돌아가긴 어려웠습니다. 질문자로 선택되려는 기자들의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발언 기회를 얻기 어려운 데다가 다시 질문할 기회를 보장받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차례를 잡으면 기자들은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하려고 했습니다. 아쉬운 장면이 여럿 나왔습니다. 첫 장면은 간담회가 시작된 지 1시간 뒤쯤인 4시 반쯤 나왔습니다.

[A 기자]
"연속된 질문이 하나 먼저 있어서 그거 드리고 같이 제 질문 드리겠습니다. 장학금 같은 경우는 그럼 (따님이) 신청 안하셨는데 받았다는 건데 그럼 누군가는 신청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고요. 하나는 단국대 장 모 교수님 아드님 관련해서 서울대 인권센터 그건 동아리에서 했다고 말씀하셨던 건데 그 동아리에 따님 분과 장 모 교수 아드님이 같이 소속된 거 맞는 거죠?" (2일 오후 4시 반쯤, A 기자 질문 중)

조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 가운데 가장 관심이 큰 '스펙 품앗이' 의혹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조 후보자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조 후보자는 '장 교수님이든 아들이든 접촉한 바가 없어서 그 사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의문이 풀리지 않았는지 해당 기자는 다시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A 기자]
"제가 그걸 질문을 드리는 이유가 뭐냐면 같은 고등학교 소속의 같은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 부모들의, 서울대에서 인턴을 한 번 하고 단국대 와서 한 번 인턴을 한다는 말이죠. 이게 같은 동아리에 소속된 부모들이 누구냐에 따라서 소속된 학생들이 인턴을 하고 있는 지금 이런 상황인데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서 스펙을 쌓는 부분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습니다." (2일 오후 4시 반쯤, A 기자 질문 중)

● '스펙 품앗이' 의혹에 질문이 집중되나 싶었지만…

조 후보자가 대답했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신청했는데 못 받은 경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고 그 점에 대해 매우 미안하고 안타깝다. 저희 아이가 받음으로서 못 받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송구하다'고 답했습니다. 딸의 인턴십 활동과 관련해서는 '학교 선생님이 만든 것이고 당시 많은 고등학교에 학부모 차원 인턴십이 있었다'며 딸이 인턴 활동이 특혜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정윤식 취재파일 사진 3
일회성 질의응답이 이어지던 중에 처음으로 기자 한 명과 조 후보자의 연속된 질의응답이 이어지면서 좌중의 관심을 모으던 상황이었습니다. 기자는 인턴십과 관련해서 추가 질문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질문은 끝내 하지 못했습니다. 진행자가 제지시킨 겁니다.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잠깐만 다음에 한 번 더 기회를 드릴 테니까요. 이쪽에 예정돼있으니까요. 참고로 말씀드릴게요. 후보자께서 설명하시면서 다소 설명이 자료 확인 같은 게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그 경우에는 혹시 확인해보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이후에 쉬는 시간 있으니 사실관계 미흡한 부분 있거나 하면 바로잡도록 확인해서 그런 과정 갖도록 하겠습니다." (2일 오후 4시 반쯤, A 기자의 추가 질문을 제지하면서)

물론 참석기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발언 기회를 주려는 차원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진행 방식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후에도 기자 한 명이 여러 차례 질문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이번엔 기자간담회가 시작된 뒤 2시간 반쯤 지난 저녁 6시 상황입니다.

[B 기자]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발언이 수사 지침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두 번째는 입시 학원 관계자란 분이.."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질문을 짧게 해주시면.. 한 가지만 하시죠."

[B 기자]
"네, 한 가지만 더 하겠습니다."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아니, 그것만 하시고 답변하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지금 왜냐면 방송하고 물려있어 가지고요. 두 번째 질문 나중에 해주십쇼." (2일 저녁 6시쯤, B 기자와 홍익표 의원의 대화)

●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항의…진행자는 '적절치 않다'

SBS는 지난 2일 SBS 8뉴스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진행 방식이 아쉬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문 기회와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 제대로 된 질의응답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시점이었습니다. 홍 의원은 이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했습니다. '방송사 중계 편의를 위해 시간 배분을 한 것이다. 해당 질문을 했던 기자에게 휴식 시간 이후에 추가로 질문 기회를 줬다'는 이유였습니다.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해명입니다. 진행자는 실제로 해당 기자에게 추가 질문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간담회 진행 과정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습니다. 기계적인 1 대 1 질의응답 방식을 유지하느라 묻고 또 물으면서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는 지적입니다. 조 후보자는 기자들과 달리 간담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해명을 했습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1~2분 정도로 비슷했습니다. 그렇게 같은 방식으로 기자간담회가 이어지던 밤 11시쯤 한 기자가 지적했습니다.

[C 기자]
"후보자께서 20분 넘게 본인의 해명만을 쭉 얘기하셨는데요. (홍익표 대변인이) 기자들 질문에 대해서는 수차례 끊으면서 이렇게 질문도 요청이 안 되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간담회 형식을 보고 국민들은 공정한 해명의 자리라고 납득할 수 있을까요?" (2일 밤 11시 반쯤, C 기자 질문 중)

진행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오늘의 자리가 청문회보다 미흡하다고 분명히 말씀드렸고요. 기울어진 관계냐 기울어진 운동장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적절치 않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2일 밤 11시 반쯤, C 기자 질문에 대한 홍익표 의원의 답변 중)

● 새벽 2시, 일방적으로 기자간담회 종료 선언
간담회가 진행되던 날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여전히 손을 들고 질문 차례를 받으려고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기자들이 연속 질문을 한다고 진행자에게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다소 산발적인 질문이 쏟아지던 낮 시간 때와 달리 어떤 질문이 나오는지, 후보자가 어떤 대답을 하는지 서로 유심히 듣고 지켜보는 분위기였습니다. 각 언론사에서 검증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들이 합류해 보다 밀도 있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각 기자들마다 취재 영역과 깊이가 상이해 중복되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럴 경우 조 후보자가 "이미 충분히 설명드렸다"며 답변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정윤식 취재파일 사진 4
그런데 새벽 2시가 넘었을 때, 진행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후보자와 저는 여러 가지로 사실 끝까지 더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대체로 다음 질문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다음 질문자는 혹시라도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은 전혀 다른 이슈가 아니라면 이번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했으면 어떨까" (3일 새벽 2시쯤, 홍익표 의원의 발언 중)

간담회장에는 약 30명의 기자가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한 기자가 손을 들었고 질문 차례를 받았습니다. 조 후보자는 답변했습니다. 그렇게 한 차례 질의응답이 끝난 뒤 진행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마지막 질문 아주 좋은 질문 해주셨고요. 좀 아쉽지만 오늘 이것으로 마지막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 차례 제가 질문 기회를 드렸기 때문에 마무리 해주시고. 만약 정 취재하고 싶으시면 제가 보기에는 후보자하고 별도의 취재를 하시면 될 것 같아요." (3일 새벽 2시쯤, 홍익표 의원의 발언 중)

진행자의 말에 조 후보자는 책상 위에 올려둔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곧장 항의가 나왔습니다. '주제와 시간에 제한 없는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해놓고 자의적으로 간담회 종료를 선언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었습니다.

● 추가 질문하려고 하자 나온 '불편한 기색'

한 기자는 진행자의 일방적인 간담회 종료 선언에 대해 이렇게 항의했습니다.

[D 기자]
"사전에 후보자에 대해서 어떠한 질문도 받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이렇게 기자가 질문하는 것에 대해서 탄식하시고 이렇게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3일 새벽 2시 10분쯤, 홍익표 의원의 간담회 종료 선언에 항의하면서)

항의한 기자는 진행자가 마지막이라며 질문하도록 지목한 기자 다음에 추가 질문을 요구한 기자였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자가 추가 질문을 요구했을 때 회의장 한 쪽에서 탄식과 비슷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기자의 추가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겁니다.

일방적으로 간담회 종료를 선언한 진행자는 기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항의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그건 뭐 각자의 반응이 있으니까요. 이것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3일 새벽 2시 10분쯤, 홍익표 의원 간담회 종료 선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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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추가 질문하려던 한 기자가 겪은 일

진행자는 어제(4일) 국회 정론관에서 여러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있었습니다.

[E 기자]
"새벽 2시 14분에 기자들이 그렇게 항의를 하는데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간담회를 종료하셨잖아요. 그건 시간을 제한하신 거 아닌가요?"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자, 그거는 제가 양해를 구했잖습니까. 그럼 그 시간까지 계속.. (중략) 마지막 기자가 우리 ○○일보 기자님이었잖아요? 제가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일보 기자]
"네."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마지막 질문 끊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마지막에서 또 (질문 기회를) 드렸잖아요."

[○○일보 기자]
"질문을 했죠. 질문을 하고 발언을 하는 중에 대변인님이 그렇게 해서 앞에 있는 분들이 끊어 가라는 신호를 계속 보냈고 당직자들이 제가 마이크로 읽는 중에 마이크를 뺏어갔죠."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아니 근데 아니 그 저..두 가지에서 질문 하나 하고 그 다음에 하나 말씀 길게 읽으신 거 있잖아요?"

[○○일보 기자]
"말씀을 읽고 질문을 하는 와중에 마이크를 뺏어갔죠."

[홍익표 / 진행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제가 안되는 걸 했지만 했습니다. 저는 충분히 기회를 드렸다고 생각하고.." (4일 오후, 홍익표 의원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대화 중)

● 누가 11시간 동안의 '모르쇠' 간담회를 만들었나

국민적인 관심사였던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진행을 맡은 진행자로서는 간담회를 잘 진행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꼈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참석한 기자들 모두에게 균등한 질문 기회를 주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윗글에서 언급한 여러 정황이 보여주듯 이번 기자간담회는 인사청문회와 달리 조 후보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진행자가 기자간담회를 일방적으로 끝내면서 보여준 행동은 그 중에서도 특히 적절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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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자의 제자들인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오늘(5일) 교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비판했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조 후보자가 11시간에 걸친 기자간담회에서 의혹 대부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 앞에서 직접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어렵게 열린 기자간담회가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건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로서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또 한가지 아쉬운 건 당시 인사청문회를 사실상 대체할 것으로 예상됐던 기자간담회 방식에 대한 언론의 비판에 '의도가 나쁘다'며 공격하는 태도입니다. 언론의 비판 보도를 진영 논리로 치부하는 건 편 가르기일 뿐 입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조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청문회 닷새 전에 출석요구서가 송달돼야 출석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에 증인 11명 모두 청문회에 참석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그래도 조국 청문회는 높은 관심을 끌 걸로 보입니다. 형식도 내용도 부족했던 기자간담회보다 훨씬 더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청문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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