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사실은] 도쿄 '방사능 핫플레이스', 엑스레이 100만 번 찍는 양?

도쿄에 그런 곳이 있다고 합니다. '방사능 핫플레이스'라고요. 그곳에 가면 엑스레이를 "한 번에 100만 번 찍는 정도의 방사선량"을 받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국내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엑스레이 한 번 찍을 때요, 보통 0.1mSv(밀리시버트)의 선량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100만 번이면 곱하면 되겠죠. 한 번에 무려 100,000mSv의 방사선량을 받는 곳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 엑스레이 100만 번이면 100,000mSv

보도 영상을 보니, 취재기자와 시민단체 관계자가 공원을 걷습니다. 일본 도쿄 미즈모토공원입니다. 움푹 파인 땅에 측정기를 넣습니다. 그 측정값과 별개로, 다른 곳에서는 7만Bq/㎥의 세슘이 검출된 곳도 있다고 합니다. 흙에서 7만 베크렐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정상이 아닙니다. 기자가 묻습니다, 7만이면 어느 정도냐고요. 시민단체 관계자는 "엑스레이를 백만 번쯤 찍었다고 해야 하나?"라고 답합니다. 기자는 깜짝 놀랍니다.

제 생각엔, 그 기자는 엑스레이 백만 번이란 표현에 놀랐겠지만, 사실 그게 얼마나 큰 수치인지 계산을 해보면 더 놀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신빙성을 의심했을 겁니다. 제가 앞서 100,000mSv라고 할 때, '무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이후, 수많은 역학 조사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이 일생에 걸쳐, 한순간이 아닙니다, 일생에 걸쳐 100mSv 이상의 방사선량을 받을 때는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그런데, 한순간에 100,000mSv라니요. 이건 일반인의 연간 한도 선량을 관리하는 수치인 1mSv의 10만 배입니다.

● "6,000mSv만 피폭돼도 치명적인 방사선 질병"

핀란드 방사선방호청 자료에 따르면, 24시간 이내에 6,000mSv가 피폭되면 "방사선 병을 일으켜 치명적일 수 있는 양"입니다. 근데 100,000mSv만큼 피폭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도에는 그 7만 베크렐을 직접 측정한 것으로 보이는 일본 시민도 등장합니다. 물론 7만 베크렐을 다른 분이 측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7만 베크렐이 엑스레이 백만 번에 달하는 방사선량을 낸다면, 그걸 측정한 사람은 기자와 정상적으로 인터뷰할 상황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또, 정말 그런 곳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 취재기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 공원을 그렇게 자유롭게 걸어 다니면 안 됩니다. 극도로 위험한 일입니다.

● 방사선량은 '시간'과 '거리'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7만 베크렐. 여기서 베크렐은 방사선의 개수를 뜻합니다. 1베크렐은 세슘과 같은 방사성 물질에서 1초에 방사선 1개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7만 베크렐은 1초에 방사선 7만 개가 나온다는 뜻이 됩니다. 흙을 파내 분석해봤더니, 그 정도 양의 세슘이 들어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걸 인체가 받는 영향, 즉 mSv로 표현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거리에 따라, 시간에 따라, 피폭되는 선량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엑스레이 백만 번' 보도는 이 부분에서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7만 베크렐의 세슘, 그 숫자 자체를 놓고는 위험하다, 위험하지 않다, 얘기할 수 없습니다. 7만 베크렐의 세슘을 사람이 스쳐 지나갈 수 있습니다. 7만의 중심에 갔을 때는 피폭선량이 상대적으로 높겠지만, 멀어지면 그 양은 줄어듭니다. 7만 베크렐로부터 2배 멀어지면, 몸이 받는 방사선량은 4분의 1이 됩니다. 반대로 7만 베크렐을 아예 손에 들고 있다, 혹은 24시간 몸에 붙이고 다닌다고 가정하면 선량이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또 비현실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그 흙을 파먹는다고 하면 세슘이 몸에서 다 빠져나갈 때까지, 약 3년간 몸 내부에서 피폭됩니다. 그럼 스쳐 간 것보다 피폭선량은 당연히 훨씬 커집니다. '엑스레이 백만 번' 보도에서는 이런 시간과 거리 정보를 알 수 없었습니다.

● 7만Bq/kg 식품을 1년 365일 먹는다면, 피폭량은?

만약에 고농도의 세슘을 '먹었다'고 가정해볼까요. 그럼 엑스레이 백만 번 정도의 방사선량을 받을 수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세슘은 몸 밖에 있을 때보다, 몸 안에 들어오면 반감기가 짧아집니다. 세슘 137의 경우 반감기가 110일 정도라고 합니다. 110일 지날 때마다 세슘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어서 3년 정도 지나면 세슘은 우리 몸에서 거의 모두 빠져나갑니다. 그때까지 우리 몸은 세슘으로부터 방사선을 계속 받습니다. 방사선 방호 전문가들은 이런 반감기를 고려해 섭취한 세슘의 농도를 방사선량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검증된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사람이 1kg당 7만 베크렐인 음식을 먹었다고 가정합니다. (참고로, 한국과 일본의 식품 기준치는 100Bq/kg입니다.) 이런 음식을 매일 200g씩 섭취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5일만 먹어도 1kg을 먹으니까, 7만 베크렐을 먹는 거겠네요. 아무튼 그 음식을, 1년 내내 365일 먹는다고 가정하면, 사람이 받는 방사선량은 70mSv입니다. 이 수치는 제가 직접 계산한 것이 아니고, 방사선 방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70mSv는 한 번에 그 정도를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고농도의 세슘이 우리 몸에서 3년간 거의 사라질 때까지 받는 모든 방사선량을 합친 수치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음식을 365일 먹는다고 가정을 해봐도, 엑스레이 백만 번만큼의 방사선량(100,000mSv)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MBC가 측정한 도쿄 미즈모토공원의 방사선량
'엑스레이 백만 번' 보도 영상에는 실제 미즈모토공원 흙구덩이의 방사선량 값이 나오기도 합니다. 화면을 보니, 1시간에 0.18마이크로시버트입니다. 그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고 555시간 정도 손을 대고 있으면, 엑스레이 1번 정도, 0.1mSv의 방사선량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방사선량을 보도할 때는, 어느 위치에, 얼마나 오래 노출됐을 때 그렇다는 것인지, 좀 더 친절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최근 한 방송사 기자가 후쿠시마 원전 코앞까지 가서 취재한 뒤에, 국내에 돌아와서 한 말이 짧은 시간만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 없다는 거였습니다.

● 낮은 방사선량, 안전하다? 위험하다? 정답은 "모른다"

물론 일본 방사능, 정상이 아니고, 늘 주의하고, 피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7만 베크렐의 핫스폿이 엑스레이 백만 번 정도의 방사선량이 아니라고 해서, 그것이 안전하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방사선량으로 환산한 정보가 사실과 다르게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제가 다른 글에서도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일부 기자들이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에서 선량을 측정한 결과, 1시간에 0.23마이크로시버트를 넘었다고 해서, 그게 "안전 기준치"를 넘었다, 위험하다고 보도하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 정도의 방사선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모른다는 것이 팩트이고, 그래서 방사선은 일단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더군다나, 일본은 사회 전역이 방사선에 오염되어 있으니까 더 그렇습니다.

(자료 조사: 이다희, 김혜리)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