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후쿠시마 야구장, 지금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

유성재 기자 venia@sbs.co.kr

작성 2019.08.29 09:44 수정 2019.08.29 12: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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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특파원 유성재 기자입니다. 지난 27일 후쿠시마 현청의 위기관리부 원자력안전대책과를 찾아갔는데요, 도쿄에서 후쿠시마까지 차를 달려간 김에 최근 여러 보도에서 다뤄졌던 곳을 가봤습니다. 바로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소프트볼과 야구 경기가 열리는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입니다. (후쿠시마 현청을 비롯해 이번에 취재한 내용은 추후 8뉴스 기사를 통해 따로 시청자 여러분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후쿠시마 아즈마 경기장에서는 내년 7월 22일과 23일에 소프트볼 경기가, 29일에 야구경기가 개최됩니다. 소프트볼과 야구의 모든 경기가 여기서 열리는 건 아니고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후쿠시마의 안전성을 '과시'하기 위해 예선 경기 일정 가운데 일부를 후쿠시마에서 열기로 한 겁니다. (소프트볼과 야구의 메인 경기장은 도쿄 인근 요코하마에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의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해야 하고, 경기장에서 뛸 선수들은 물론 올림픽 관계자들의 불안과 걱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이 취재파일을 접하는 분들께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의 가장 최근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먼저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의 방사선 수치를 다룬 박세용 기자의 취재파일(▶ [사실은] 日 후쿠시마 야구장의 방사능 수치가 뜻하는 것은?)을 보시면, 다른 언론사에서 보도한 영상 캡처가 있습니다. 0.50 μ㏜/h(시간당 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다는 이미지입니다. 이 수치가 이른바 '안전 기준치'를 넘는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박 기자가 해당 취재파일에서 지적한 부분을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27일, 약 두 시간 가까이 아즈마 경기장 근처에 머물면서 고감도 방사선량 측정기를 이용해 측정한 수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측정 높이는 지상 1.2m에서 1.4m 사이로 유지했고, 사진을 촬영하기 전 10초 이상 자세를 유지해 최대한 안정된 수치를 얻으려 했습니다. 측정기를 얇은 비닐로 감싼 건 먼지나 흙 등 불순물이 측정기 본체의 센서 근처에 붙어서 측정치에 영향을 주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측정기를 대여한 업체에서도 측정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취재파일] 후쿠시마 야구장, 지금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설명을 위해 우선 구글 맵으로 본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의 위성사진을 보시죠. 야구장이 사진 아래의 빨간 원입니다. 그동안 문제가 된 건 위쪽 빨간색으로 테두리를 친 사각형 부분으로, 후쿠시마 일대의 공기 중에 노출된 흙을 긁어모은 흙 무더기입니다. (일본에서는 '제거토'라고 합니다.) 구글의 위성사진이 촬영된 시점에서는 검은색 자루에 담긴 흙들이 '다목적 연습장'이라는 공간에 가득 쌓여 있어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즈마 야구장의 방사선 수치에 대해 걱정을 하게 했습니다만, 27일의 다목적 연습장은 아래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철책으로 둘러쳐져 있어서 접근할 수는 없었지만 검은 포대에 담긴 제거토는 거의 대부분 다른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취재파일] 후쿠시마 야구장, 지금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 (유성재)아래 사진은 같은 자리에서 광학 5배 줌으로 당겨 촬영한 사진입니다.
[취재파일] 후쿠시마 야구장, 지금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 (유성재)후쿠시마 현이 아즈마 야구장 근처에 보관하던 제거토를 현 내의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을 보면 후쿠시마 현이 아즈마 야구장 근처의 제거토를 옮길 대체 부지를 찾고 있다고 보도한 기사가 검색되는데, 현재로서는 상당 분량의 제거토가 일단은 아즈마 구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파일] 후쿠시마 야구장, 지금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 (유성재)가장 궁금한 야구장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입구를 바라본 자리-사진의 노란색 화살표 위치-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했더니, 0.06 μ㏜/h(시간당 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습니다. 측정기 뒤쪽으로 아웃포커싱 된 부분이 아즈마 야구장의 정면(홈플레이트 쪽) 출입구입니다. 사진의 왼쪽은 남은 제거토가 쌓여 있는 다목적 연습장 방향이고, 다목적 연습장과 야구장 사이에는 14면짜리 테니스 코트가 있습니다. 남은 제거토와 아즈마 야구장의 출입구까지는 약 33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취재파일] 후쿠시마 야구장, 지금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 (유성재)이번에는 야구장으로 들어오는 진입로 앞입니다. 위 구글 맵 사진의 초록색 화살표 위치입니다. 위치상 제거토와 조금 더 가까워진 이유인지 시간당 0.07 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습니다. 이쪽은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버스 등으로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이동로가 끝나는 부분으로, 길 옆에는 도쿄올림픽 엠블럼 등이 그려진 깃발이 약한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취재파일] 후쿠시마 야구장, 지금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 (유성재)다시 제거토가 야적돼 있던 다목적 연습장 쪽으로 이동해 다목적 연습장과 테니스장 사이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해 봤습니다. 구글 맵의 파란색 화살표 위치입니다. 이 위치에서는 시간당 0.10 마이크로시버트가 측정됐는데, 제거토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현재 남은 제거토는 물론, 옮겨진 제거토들이 원래 야적돼 있던 자리와 가까운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도쿄 신바시에 위치한 SBS 도쿄지국 사무실 내부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0.03 마이크로시버트였습니다.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에서 도쿄의 사무실보다 적어도 2배 이상의 방사선이 검출되고 있는 겁니다. 현장에서 검출된 방사선량의 수치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는 앞서 링크한 박세용 기자의 취재파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일본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시간당 0.23 마이크로시버트보다는 분명 낮은 수치가 나왔지만, 이 선량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오랜 시간에 걸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 일단 많이 옮겨졌다고는 해도 아직 남아 있는 다목적 연습장의 제거토가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 그리고 바람의 방향이나 비 등 다른 변수들에 따라 현장의 수치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권종오 기자의 취재파일(▶ [취재파일][단독] IOC "후쿠시마 방사능 안전하단 확약 받아")을 보면, IOC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후쿠시마 경기장 지역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합니다. 도쿄 조직위원회가 제가 가서 본 대로 기준치 이하의 수치(일본 정부 설정치 이하)를 근거로 이런 통보를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체육회는 후쿠시마 아즈마 경기장과 후쿠시마산 식자재에 대해 제3자 전문기관에 의한 방사능/방사선 수치 검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이 '기준치 이하'를 계속 주장하고, IOC가 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한체육회의 문제제기는 별다른 반향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안전한 지에 관한 또다른 논란은 권종오 기자의 다른 취재파일(▶ [취재파일] 日정부, 후쿠시마 방사능 수치 속였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