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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日정부, 후쿠시마 방사능 수치 속였나?

일본 정부-학자, 같은 지역 조사 결과 방사능 수치 10배 차이 나

[취재파일] 日정부, 후쿠시마 방사능 수치 속였나?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 논란이 있는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굳이 선수촌 메뉴에 올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후쿠시마산 식자재의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여서 안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일본이 내놓은 방사능 수치 자료의 객관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제 3국 전문기관이 검증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SBS는 일본 후쿠시마현이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각종 식자재의 방사능 수치를 그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2018년 10월 쿠니이 노부아키, 코마사 유카코 등 8명의 일본 의학자-질병학자들은 <환경 조사와 공중 건강>(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이라는 국제 학술 저널에 후쿠시마현 니혼마츠 시의 식자재가 얼마나 방사능에 오염됐는지를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권종오 취재파일-후쿠시마 방사능 수치 속였나?
니혼마츠는 지난 2011년 원전 사고가 일어난 곳에서 35~70km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입니다. 8명의 학자들은 니혼마츠 시민들이 집에서 먹거나 아니면 식당에서 먹는 식자재를 야채, 곡물, 과일 등 10개 품목에 걸쳐 분석했습니다. 방사능 수치의 실제 측정은 니혼마츠 시의 18개 구역에서 잘 훈련된 시청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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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는지는 세슘 농도를 측정해 파악하는데 기준치는 1킬로그램 당 100 베크렐입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2017년 1년 동안 니혼마츠 시에서 조사한 버섯 샘플 가운데 발암 물질인 '세슘 137'이 기준치인 1kg 당 100 베크렐을 초과해 검출된 것이 40.7%나 됐습니다. 50-100 베크렐은 13.6%, 50 베크렐 이하가 16.9%, 그리고 미검출이 28.8%였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샘플의 절반 이상인 54.3%가 50 베크렐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권종오 취재파일-후쿠시마 방사능 수치 속였나?
그런데 후쿠시마 현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2017년 같은 기간에 같은 장소인 니혼마츠 시에서 모두 15차례에서 걸쳐 방사능을 측정했는데 아주 소량이어서 미검출로 나온 게 8차례나 됐고 나머지 7차례 측정의 평균치는 5.25 베크렐에 불과했습니다. '세슘 137'이 가장 많이 검출된 것이 2017년 9월 14일의 7.16이었습니다.
후쿠시마현 공개한 버섯 세슘 123 수치 (사진=후쿠시마현 홈페이지 캡쳐)
8명의 일본 학자들이 국제 학술 저널에 발표한 2017년 니혼마츠의 버섯 '세슘 137' 수치에 비해 후쿠시마현이 공개한 버섯 '세슘 137'의 수치는 10분 1도 채 되지 않는 것입니다. 기간도 2017년으로 같고, 조사 지역도 니혼마츠 시로 같습니다. 실제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사람도 양쪽 모두 후쿠시마현 공무원들입니다. 그런데도 오차의 범위를 넘어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일본 학자들은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버섯 샘플을 조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반해 후쿠시마현은 나메코 버섯과 표고버섯을 대상으로 세슘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하지만 버섯 종류가 다르다고 해도 세슘 농도에서 최소한 10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일본 학자들의 연구 조사에 착오가 생겼거나 아니면 후쿠시마현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측정 결과만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것,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2일 도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1대1 면담에서 방사능 수치와 관련해 객관적인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도쿄 조직위 측은 조만간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재로서는 후쿠시마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기준치 이하의 수치'만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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