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끝까지 판다] "ID 공유해 통관 봐준다" 관세청, 제보자 색출만 관심?

<앵커>

SBS 탐사리포트 끝까지 판다, 일부 관세청 직원들의 비리 행태를 계속해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세관 직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기 담당이 아니고, 자기 근무 날이 아닐 때도 물건들을 그냥 통과시킬 수 있는 공공연한 수법이 있다고 전·현직 직원들이 저희한테 털어놓았습니다. 통관 허가 도장이나 다름없는 전산망 접속용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필요에 따라서 서로 빌려주고, 빌려 쓰는 직원들이 적잖다는 것입니다.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관세청 직원 황 모 씨가 동료 직원 김 반장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김 반장의 CKP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입니다.

CKP는 관세청 내부 전산망입니다.

[전직 세관 직원 A 씨 : 이거는 알려주면 안 되는데 원래. CKP가 관세청 내부의 메일이에요.]

김 반장이 곧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이유를 묻자 황 반장은 '간이'라고 답합니다.

간이는 간이신고의 약자로 150~2천 달러 사이 특송 수입물품을 간소하게 통관하는 방식입니다.

세관 직원들은 각자 맡은 분야가 정해져 있지만 이렇게 다른 직원의 아이디로 접속하면 그 경계는 무의미해집니다.

[전직 세관 직원 A 씨 : (자기 업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 ID로 들어가서 처리를 해주는 거죠.]

끝까지판다팀이 확보한 관세청 직원들 간의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두 직원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거리낌 없이 공유하는 모습이 여러 군데서 포착됐습니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통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직 세관 직원 B 씨 : 쉽게 말해서 제가 근무 날인데 가서 (보니까) 우범(범죄 가능성 큰 화물) 같아. 딱 찍어놨는데, 그 다음 날 퇴근하잖아요. 그러면 다음 후임자가 와서 아이디를 도용해서 (통관되도록) 풀어버리는 거예요. 결국 ID 공유가 제일 문제에요 지금.]

실제로 지난 16일, 인천본부세관 8급 공무원이 수입품을 세관 검사에서 빼주고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는데 이 직원도 퇴근 이후나 휴일에 다른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몰래 접속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유는 세관 직원들끼리 허위로 시간외수당을 올리는 데도 악용됐습니다.

[전직 세관 직원 A 씨 :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다 공유합니다. 출력해서 서무가 딱 (당번에게) 전해줘요. 그러면 아침에 출근해서 하는 일이 다 컴퓨터 켜고 비밀번호 넣고, 로그인해서 처음부터 (근무시간) 찍어 주는 거예요.]

관세청 통관 시스템이 내부 직원들에 의해 구멍이 뚫린 셈인데 관세청은 직원들 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공유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소지혜)

----------

<앵커>

이 문제 취재하고 있는 강청완 기자하고 조금 더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Q. '관세청 비리' 보도 이후 관세청 공식 입장은?

[강청완 기자 : 관세청은 아직까지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전해드렸지만 현직 공무원들이 이래도 되나, 황당한 모습도 많이 보였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문제의 세관 직원들을 직접 만나러 갔는데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답변을 거부하거나, 취재가 시작되자 단체로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기관 처음 취재해 보는 것 아닌데, 상당히 특수한 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관세청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적극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Q. 관세청, 제보자 색출에만 관심?

[강청완 기자 : 보도가 시작되기 전부터 관세청 일부 직원들이 국회 등 여러 기관을 다니면서 이 사건의 제보자가 누구누구로 추정되고 있고, 어떤 자료들이더라, 이런 내용들을 보고한 것으로 저희가 파악했습니다. 사건에 실체 파악에는 소극적이면서 제보자가 누구인지 이런 데만 관심이 있는 것입니다. 조직 방어하느라 제보자의 신변 보호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Q. 관세청 비리, 후속 보도는?

[강청완 기자 : 저희도 계속 보도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에 관련된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관세청 업무와 관련해 피해를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겪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저희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제보를 바탕으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관세청, 세관 관련한 각종 비리와 문제점을 알려주실 분은 여기 보시는 전용 메일로 제보를 주시면 저희가 정말 끝까지 파보도록 하겠습니다.]

▶ '끝까지 판다' 유튜브로 다시 보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