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靑 "日 정보, 無 가치" vs 軍 "전략가치 충분"…누가 거짓말?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08.25 09:32 수정 2019.08.25 14:34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靑 "日 정보, 無 가치" vs 軍 "전략가치 충분"…누가 거짓말?
파기냐 유지냐, 팽팽한 논쟁거리였던 지소미아(GSOMIA) 즉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오는 11월 22일 밤 12시를 기해 종료하기로 청와대 NSC가 최종 결정했습니다. 기왕 결심한 일 되돌아보지 말아야 하겠지만 지소미아 효용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22일 종료 결정이 내려지고 하루 이틀이 지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은 "지소미아를 통해 일본에서 받은 정보는 효용 가치가 없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료 결정 하루 전, 안보 수장인 정경두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전략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인데 어떤 이는 "지소미아의 가치가 높다"고 말하고, 다른 이는 "가치가 없다"고 전혀 다른 말을 하는 당황스런 상황입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가 근절을 외치는 가짜 뉴스를 정부 스스로 제작해 유포하고 있는 겁니다.

● 정경두 국방 "전략적 가치 충분하다"

지난 21일 오전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경두 국방장관에게 집중적으로 지소미아의 가치에 대해 물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과 정 장관의 문답이었습니다.

김종대 : 일본이 그렇게 정보력이 뛰어나다는데, 이지스함·군사위성 그런 민감한 정보를 과연 한국 쪽에 충분히,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만큼 우리한테 제공을 합니까?

정경두 : 그게 사안별로 다 틀리고, 가령 예를 들어서 과거에 핵실험을 했을 경우나 이럴 때 우리가 캐치 못 하는 정보들을 받은 적도 있고 이러기 때문에 그런 하나하나의 안건을 가지고 우리가 유리하다 저쪽이 유리하다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보고요. 복합적으로, 우리가 통합적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김종대 : 저는 지소미아에 대해서 다른 조금 보수적 시각에서 질의하시는 의원님들 관점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에요.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이 협정의 전략적 가치입니다.

정경두 : 전략적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김종대 : 전략적 가치는 있다…음…좋습니다.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에게 지소미아의 가치에 대해 묻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김종대 의원은 정경두 장관으로부터 "지소미아의 전략적 가치는 없다"는 말을 기대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정 장관은 "전략적 가치는 충분히 있다", "북한의 핵실험 등에서 우리가 캐치 못 하는 정보들을 받은 적도 있다"며 지소미아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김 의원은 당황했습니다.

지소미아에 대한 정 장관의 생각은 군의 전반적인 견해와 비슷합니다. 지소미아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한국이든 일본이든 지소미아 파기를 먼저 입에 올리는 쪽이 진다", "언론들도 아예 지소미아 기사를 쓰면 안 된다"고 기자에게 신신당부했습니다. 지소미아를 먼저 흔든 쪽이 한미일 안보 협력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킨 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22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 NSC가 열리기 직전까지 국방부의 입장은 "지소미아는 유지하되 정보 공유는 소극적으로 하자"였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일본발(發)' 꼬리표가 달린 정보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군의 솔직한 속내입니다. 게다가 한번 깨진 협정은 언젠가 한일 관계가 정상화되더라도 되살리기 어렵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습니다.

● "지금까지 일본에서 의미 있는 정보 받아본 적 없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입을 맞춘 듯 여러 기자들에게 지소미아의 무익함을 강조하는 비슷한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본한테서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의미 있는 정보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일본의 정보는 한마디로 효용 가치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일본 정보 받아서 분석에 활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일본이 제공한 정보는 단 한 건도 의미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지소미아 없어도 안보 튼튼하니 종료 결정은 옳다는 주장입니다.

현 정부에서 받은 일본 정보의 가치 유무는 정경두 장관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정 장관은 공군참모총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석 달 뒤인 2017년 8월부터 2018년 9월까지 합참의장을 역임했고 그 이후는 국방장관입니다. 그런 정 장관은 "우리가 캐치 못 하는 정보들을 받은 적도 있다", "전략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 그리고 국민의 대표와 TV 카메라 앞에서 한 국방장관의 말 중 어느 쪽이 거짓말일까요?

고위 공직자들끼리도 180도 다른 말을 하고 있으니 듣는 이들은 참 헷갈립니다. 지소미아의 전략적 전술적 가치는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혹은 안보적 가치가 아예 없는 건지, 안보적 가치를 떠나 극일의 수단으로 협정을 종료하는 건지, 협정 종료로 한일 각각의 손익은 어떠한지… 정부는 지소미아의 효용과 가치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공개적으로 또박또박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