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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 꼬리표 달린 이방인…위기의 탈북 청소년

<앵커>

우리나라에 온 탈북민 중 탈북 청소년은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들 대부분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를 이루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심한 편견과 차별 그리고 외로움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희남 기자가 집중 보도합니다.

<기자>

북한 전쟁고아들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폴란드에서 위탁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이것은 펜입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이것은 램프입니다.]

[당시 양육원 식당 직원 : '빨리 식사 빨리' '아이고~' 이렇게 한숨을 쉬기도 했어요.]

북한은 1951년부터 1959년까지 9년 동안 전쟁고아들을 사회주의 동맹국으로 보냈습니다.

폴란드에만 많게는 1천5백 명을 보낸 것으로 추산됩니다.

폴란드 생활에 적응해가던 아이들은 9년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는데 이후의 삶은 더 힘겨웠습니다.

[당시 양육원 원장 : 돌아간 곳이 힘들었는지 북한에서 폴란드로 걸어오려고 했나 봐요. 중국 국경을 넘어오다가 논에 빠진 채 숨졌다고 들었습니다.]

이들의 사연을 다룬 다큐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에 출연했던 탈북민 이송 씨.

11년 전인 지난 2008년 가족 없이 혼자 탈북한 그녀는 스스로 이방인 같다고 말합니다.

[이송/양강도 혜산 출신 : 이제는 한국 사람이어야 하는데 한국 사람이 아닌 거예요. 왜냐하면 어디를 가서도 내 뒤에는 항상 북한사람이라는 꼬리가 계속 달려 있거든요.]

현재 대한민국에 정착한 탈북민 수는 3만 3천여 명, 이 가운데 청소년은 2천 5백여 명으로 10년 새 2.6배나 많아졌습니다.

따뜻한 보살핌이 절실한 시기이기에 그들은 부모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낍니다.

[김원일/함북 온성 출신 : 빈자리가 많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엄마랑 같이 잘 살려고 넘어왔는데 같이 살지 못한다는 게….]

[한진범/양강도 백암 출신 : 저는 뭔가 좀 고픈 것 같아요. 뭔가 사람이 고프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뭔가 좀.]

남북하나재단의 조사자료를 보면 탈북 청소년의 51.2% 절반 이상이 혼자 살거나 한부모와 살고 있습니다.

[신효숙/남북하나재단 부장 : 가족이 다 함께 왔으면 그나마 고민이 좀 덜할 텐데 여성들이 아이들만 데리고 온다든가….]

탈북민 3만 3천여 명과 서로 헤어져 살고 있는 그 가족들, 그들은 남과 북의 또 다른 경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우리의 자화상일지 모릅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박현철, 영상출처 : 보도다큐 'Kim Ki Dok' (폴란드 국영 TVN1)·다큐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추상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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