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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日 후쿠시마 야구장의 방사능 수치가 뜻하는 것은?

[사실은] 日 후쿠시마 야구장의 방사능 수치가 뜻하는 것은?
요즘 이런 이야기 할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이야기입니다. 최근 일부 언론이 후쿠시마 현지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의 아즈마 야구장에 가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내년 도쿄올림픽에 후쿠시마에서 야구 경기를 한다고 하니까요. 기자들은 방사선량 측정기를 가져갔습니다. 이런 측정기는 보통 '시버트(1m㏜ =1,000μ㏜)' 단위로 측정값이 나옵니다. 인체에 대한 피폭량을 알 수 있는 단위입니다.
JTBC가 보도한 방사능 측정 영상
한 보도에 나온 영상입니다. 0.50μ㏜/h라고 나왔습니다. 1시간당 0.5마이크로시버트만큼의 방사선이 측정됐다는 뜻입니다.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 근처에서 측정했습니다. 이런 측정기는 보통 방사성 물질을 머금은 물체에 가까이 대면 측정값이 올라가고, 멀리 떨어트리면 측정값이 내려갑니다. 보도를 통해서는 이 측정기를 지상에서 어느 정도 높이에 대고 측정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0.5라는 수치를 보여주면서, '안전 기준치'인 0.23의 2배가 넘는다고 보도됐습니다. 위험하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논리의 보도가 다른 언론에도 많이 나옵니다.

● 0.23은 일본의 '안전 기준치'인가?

0.23μ㏜/h는 안전 기준치일까요? 0.23을 넘으면 위험하고, 0.23을 안 넘으면 안전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건 인체가 1시간당 0.23마이크로시버트만큼의 방사선을 받는다는 뜻인데, 안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닙니다. 만일 0.23이라는 숫자 자체가 안전 기준치를 뜻한다면, 취재기자가 0.5가 나오는 현장에서, 방사선을 막는 장비 없이 현장을 누비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보기 불편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별도의 장비 없이 아즈마 야구장 근처에서 취재하고, 방송에 그대로 나갔습니다. 일부 마스크를 착용한 기자도 있는데, 그게 방사선을 막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0.23μ㏜/h는 일본 정부가 '목표'로 삼은 수치입니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0.23만큼 낮추겠다는 뜻입니다. 2011년 이후 제염, 즉 오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만큼, 산에서 땅에서 강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 그런 방사성 물질에서 뿜어져 나와 인체에 피폭되는 선량을 0.23까지 낮추겠다, 그 목표 숫자가 0.23입니다. 딱 0.23이 안전해서, 그 정도까지 오염을 정화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 왜 0.22가 아니고, 굳이 0.23인가?

왜 0.22도 아니고, 0.24도 아니고, 굳이 0.23μ㏜/h이냐? 알아보니, 몇 번의 계산을 거쳤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선 일반인의 연간 피폭 선량한도 '1m㏜'를 365로 나눕니다. 그럼 하루의 피폭 선량한도가 나오죠. 그걸 다시 24로 나누면, 1시간당 피폭 선량한도가 나옵니다. 근데 사람이 24시간 밖에서만 생활하는 건 아니고, 집 안팎을 드나드니까, 실내에 있을 때 피폭량이 줄어든다는 걸 감안해서 계산에 살짝 변화를 줍니다. 그래서 0.23μ㏜/h의 환경에서 1년 생활을 하게 되면, 연간으로는 1m㏜의 선량을 받게 된다, 그 뜻입니다. 그래서 0.23입니다.

● '연간 1m㏜'를 넘으면 어차피 위험한 거 아닌가?

0.23μ㏜/h가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얘기는 결국 연간 1m㏜도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근데 연간 1m㏜가 넘지 않도록 일본 정부가 관리하겠다니까, 결국 0.23 넘으면 위험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궁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0.23 이상이면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1년에 1m㏜ 피폭되는 것은 괜찮고, 1.1m㏜ 피폭되는 것부터 위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1m㏜라는 숫자는 사람이 만든 방사선 방호용 관리 수치입니다.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피폭 피해자를 비롯해 여러 연구들이 진행됐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방사선 피폭량과 암 발생률은 100m㏜ 이상에서는 비례하는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100m㏜를 넘으면 피폭량이 많아질수록 암 발생률은 높아집니다. 그런데 지금 후쿠시마에서 취재진이 측정한 0.5μ㏜/h, 이건 1년간 그 자리에 눌러앉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4.4m㏜가 됩니다. 100% 외부 생활을 가정한 계산한 값이고, 실내 거주 시간이 길어지면 이보다 줄어듭니다. 100m㏜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위험할 수 있다"고 표현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통 듣는 사람들은 이 표현을 "위험하다"고 받아들일 때가 많습니다.

● 공공의 안전을 위한 '가정'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연간 4.4m㏜의 환경에서 거주할 경우, 즉 아즈마 야구장 앞에다 집을 짓고 24시간 들락날락할 경우에 '위험한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100m㏜ 이하 저선량 환경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또 대다수 언론은 100m㏜ 이상에서와 마찬가지로, 피폭량이 많으면 위험도 커진다고 '가정'합니다. 그게 공공의 안전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위험하다고 가정하고 피폭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리 건강에 밑질 것 없다는 뜻입니다. 0.23을 굳이 '안전 기준치'라고 보도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후쿠시마 가면, 암 발생 위험이 매일 증가?

최근에도 이런 맥락에서 눈에 띄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후쿠시마에 1주일만 있어도 암 위험이 매일 증가한다"는 기사입니다. 여러 언론이 미국 LA타임즈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방사능에 대한 일반의 두려움에 결과적으로 부합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공간 방사선량은 100m㏜를 넘지 않습니다. 100m㏜가 넘는 건 대단히 심각한 방사능 사고에서 볼 수 있는 수치입니다. 100m㏜를 넘는 환경에서는, 피폭선량과 위험이 비례하니까 "암 위험이 매일 증가"한다고 보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역 바로 앞의 공간 방사선량은 2019년 8월 21일 현재 0.14μSv/h입니다. 이건 마이크로시버트 단위입니다. 밀리시버트로 하면, 0.00014m㏜/h입니다. 아즈마 야구장 근처는 이보다 더 낮게 나옵니다. 물론 국내 취재진이 야구장 근처에서 측정한 것처럼, 일부 지점에서는 0.5μSv/h가 나오기도 합니다. 같은 시각 서울은 0.118μSv/h가 나옵니다. 이건 0.000118m㏜/h입니다. 피폭량과 위험이 비례하는 것은 100m㏜ 이상인데, 서울과 후쿠시마의 공간 방사선량은 0.0001m㏜/h 안팎입니다. 즉, 후쿠시마에 1주일 머무른다면, 피폭량은 0.023m㏜, 서울에서 1주일 보내는 것과 비슷한 수치기도 하지만, 이 정도는 피폭량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영역입니다.

즉, 후쿠시마에 1주일 있는다고 "암 발생 위험이 매일 증가"한다고 보도하는 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LA타임즈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언급을 인용했습니다. 해당 교수에게 100m㏜ 이하에서는 아직 위험이 커진다고 입증된 바가 없는데, 무슨 취지로 말한 건지 이메일로 물었고, 답을 받았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대로, 방사선 방호 전문가 입장에서는 100m㏜ 이하에서도 위험이 비례한다고 '가정'한 모델이 최선이다, 그런 취지에서 언급한 말이 기사에 인용됐다고 답했습니다.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그 공포를 반영한 언론 보도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 0.1m㏜라도 덜 받으면 좋은 것 아닌가?

맞습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가기 싫다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결정을 하게 된 분들은 다음과 같은 수치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핀란드 방사선방호청 자료에 따르면, 비행기를 타고 고도 10km를 비행할 때 1시간당 5μSv의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이건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 앞에서 국내 취재진이 측정한 수치의 10배입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가슴 X-ray를 찍으면 0.1m㏜를 받는데, 이건 100μSv니까, 아즈마 야구장 앞 0.5가 나온 지점에서만 200시간 머무는 것과 같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역의 지반이 다르기 때문에 공간 방사선량이 다릅니다. 2019년 8월 21일 수치 기준으로, 연간 방사선량을 계산하면, 강원도 속초는 1년에 1.62m㏜, 제주 서귀포는 1년에 0.65m㏜입니다. 1년을 살 때 속초 주민이 서귀포 주민보다 약 1m㏜의 방사선을 더 받습니다. 그렇다고 언론이 속초 주민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보도를 하지는 않습니다. 또 핀란드 일부 지역은 공간 방사선량이 속초보다도 훨씬 높아서, 1년에 6m㏜를 웃돌지만, 우리 정부가 여행 금지를 검토하지는 않습니다. 핀란드 자연에서 나온 것이든, 후쿠시마에서 인공적으로 방출된 것이든,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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