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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많이 해 처먹자"…짝퉁 잡는 공무원이 '짝퉁 장사' (풀영상)

▶ [끝까지판다①] 관세청 김 반장, 단속은커녕 온라인서 '짝퉁 장사'

<앵커>

SBS 탐사리포트 끝까지 판다에서는 어제(19일)에 이어 오늘도 비리로 얼룩진 일부 세관 공무원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국경의 관문을 지켜야 할 사람들이 금품을 받고 관문을 활짝 열어줬다는 소식 어제 전해 드렸는데, 오늘은 가짜 제품이 국경을 넘어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할 세관 공무원이 아예 업체를 차려놓고 위조품을 직접 수입해서 시중에 판매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먼저 박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명품 브랜드의 정품만 판다는 인터넷 오픈마켓입니다.

여러 업체가 주로 외국 브랜드의 명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입점했던 명품 시계 판매 업체의 홍보 문구입니다.

최저가를 강조하며 '정식으로 통관절차를 거친 병행수입 제품'을 판다고 돼 있습니다.

단골 회원만 한때 1천700여 명에 달했습니다.

이 업체는 또 다른 오픈마켓에도 등록해 세관의 정식 수입, 통관 절차를 거친 절대 정품이라며 소비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판매자를 추적해 봤습니다.

통신판매사업자 명의를 조회했더니 대표자는 김 모 씨.

원정 성매매 등 여러 의혹이 있는 세관 공무원 김 반장의 친누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반장이 누나 이름을 빌려 인터넷 판매 사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김 반장이 업체 사장이라는 것입니다.

[업체 관계자 : 부업으로 2010년쯤부터 일을 하고 있었어요. 중국 쪽에서 물건을 받아서 인터넷으로 파는 것. 사업자 좀 빌려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명의 좀 (빌려달라고…)]

실제로 끝까지 판다 팀이 입수한 김 반장의 계좌 내역을 보면 수입 업체와 돈을 주고받은 기록이 자주 등장합니다.

현직 공무원이 부업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판매한 명품 중에는 홍보와 달리 속칭 짝퉁도 있었습니다.

이 업체가 중국 공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내역과 수입 송장 등을 확인해 봤습니다.

중국에서 약 14만 원에 사들인 시계, 오픈마켓에서는 정품이라고 홍보하며 약 35만 원에 팔았습니다.

[업체 관계자 : 아르마니, 버버리, 2013년도 중반에는 그걸 했어요. 태그호이어 (시계).]

이 시계 가운데 짝퉁이 있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증언입니다.

[업체 관계자 : (짝퉁이에요?) 네. 중국 공장이에요 다. 거기 있는 거래처를 소개 받아서, 공장에서 물건 떼오는….]

취재진은 시계 외에 김 반장이 보관하고 있었다는 운동화를 확보해 감정을 맡겨봤습니다.

[곽지원/운동화 감별사(유튜버 코비진스) 이 제품은 가품입니다. 실제 2~3년 전 과거에 인기가 대중적으로 많았었던 제품이죠. 매쉬 재질의 형태, 패턴도 정품에 비해서 다른 형태를 띄고 있어요.]

짝퉁 제품은 세관의 동료 공무원을 통해 제대로 된 통관 심사 없이 반입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업체 관계자 : 세관(직원이) 근무하는 날 맞춰서 보내달라고 그래요. 그 사람이 자기 근무 때 (짝퉁을 검사에서) 빼고. 그 사람이 없으면 그 사람 아는 사람들,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물건 오면 빼 줘' 이렇게…]

이렇게 들어와도 정식 통관을 거친 기록이 남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짝퉁으로 의심하기 어렵습니다.

업체가 통관 절차를 거쳤다는 문구를 강조하면서 홍보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입니다.

[오픈마켓 관계자 : 아직은 한번도 그런 적은 없고… (가품을) 판 적은 없는데. ((통관 절차를 밟으면) 웬만큼 이게 정품이다라고 인식을 하는지?) 웬만하면 그렇게 생각하죠. 웬만하면. 보통은 통관절차를 밟는다는 것 자체가. 짝퉁이면 못 들어오니까.]

짝퉁을 막아야 할 세관 공무원이 짝퉁을 진품처럼 둔갑시켜 판매하고도 죄의식은 없었습니다.

[많이 해 처먹자. (ㅎㅎㅎㅎㅎ응.) 박근혜처럼 걸리지 말고. (명박이처럼.)]

세관이 뚫리면 유통 시장이 혼탁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 VJ : 김준호, CG :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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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관세청 직원들
▶ [끝까지판다②] 납품 · 판매 사업 논의가 공무?…검역 대상도 '무신고'

<앵커>

관세청의 이런 비리는 위아래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판다 팀은 일선 세관장을 지냈던 한 관세청의 고위 인사가 중국에 주재관으로 나가 있을 때, 한국에 있는 세관 공무원 후배와 나눈 이야기를 취재해봤습니다.

중국에서 나는 버섯을 한국에 가져다가 팔아서 그것으로 돈 버는 방법을 논의한 것인데, 이것이 세금 받고 일하는 관세청 직원들의 업무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이 내용은 강청완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지난 2015년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관세관으로 근무했던 최 모 서기관.

상하이 근무 당시 인천세관의 후배 공무원 김 반장에게 사진과 함께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중국산 버섯에 대한 내용입니다.

[최 서기관 / 前 주 상하이영사관 관세관 : 포토벨로 버섯, 송이보다 밀도가 높음.]

이어지는 김 반장의 답변.

[김 반장 / 세관 직원 : 직접 선택하신 물건이니 품질은 좋을 거 같습니다. 이 버섯을 한국에서 판매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버섯을 국내서 어떻게 유통할지에 대한 의견도 나눕니다.

김 반장이 어디 납품하는 것이 좋겠냐고 묻자, 최 서기관은 단기적으로는 고깃집, 장기적으로는 마트 납품이 목표라고 대답합니다.

버섯 공급자는 중국인이고 단가는 맞출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집니다.

최 서기관은 실제로 버섯 샘플을 국내로 보냈는데, 버섯은 검역 대상인데도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국내에서 중고 스마트폰을 구해 동남아에서 재판매하는 사업에 대한 대화도 나눴습니다.

끝까지 판다 팀은 상하이 근무를 마치고 국내서 근무하는 최 서기관을 만났습니다.

최 서기관은 버섯 관련 대화는 상하이 근무 당시 중국 업체의 부탁을 받아 진행한 일이며 공적인 업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서기관 / 前 주 상하이영사관 관세관 : 중국의 수출 업체. 한국도 한번 진출을 하려고 했어요 저도 이제 그걸 도와주고 싶었고…]

하지만 관세청 홈페이지에 있는 관세관의 업무 범위에는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없습니다.

공식 업무 채널을 통하지도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최 서기관은 넓은 범위의 영사 업무였다고 주장하고, 부하 직원에게 부탁한 것은 시장성 조사 차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최 서기관 / 前 주 상하이영사관 관세관 : 이거 같은 경우도 관세 업무는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해요. 결국에는 그게 한중 교류를 증진하는 것이 영사관 역할인데…]

최 서기관의 문자 대화와 해명 내용을 전문가와 전직 세관 직원에게 보여 주고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전 세관 직원 : 이거는 하려면 공문으로 보내야죠. 개인적으로 이렇게 SNS로 (연락)하는 건 뭔가 좀, 걸리는 게 있는 거지.]

[안창남/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 좋은 제품을 소개할 목적이라고 한다면 사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정상적인, 공적인 루트를 통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상한 정황은 또 있습니다.

최 서기관이 버섯 샘플을 한국으로 보낸 날, 김 반장은 인사위원회가 있다며 승진 좀 해보고 싶다고 하고 최 서기관은 인사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합니다.

김 반장이 최 서기관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인사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문자 대화입니다.

최 서기관은 인사청탁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최 서기관 / 前 주 상하이영사관 관세관 : 제가 부탁하는 것이 '잘 봐주세요' 인데, 사람들한테 좀 성실한 애니까 좀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때는 (그렇게) 좀 부탁을 했죠.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조금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는 부분이라고 생각은 하세요?) 인간적으로… 조금씩은 다 그런 게 있잖아요. 어디 과 가고 싶어 할 때 좀 받아주세요 하고 조금씩은 다 하지 않을까요?]

김 반장이 당시 인사에서 승진했는지 물었지만, 관세청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답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우, CG : 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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